미국 시각으로 화요일 오전,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함께 뛸 러닝메이트, 즉 부통령 후보를 발표했다. 미네소타주의 주지사 팀 월즈(Tim Walz). 월즈는 경합주인 아리조나주의 마크 켈리(Mark Kelly) 상원의원,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쉬 샤피로(Josh Shapiro) 주지사와 함께 최종 후보 명단에 들었던 사람이다. 세 명 모두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고, 특히 켈리와 월즈는 "두 사람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안전하고 좋은 결정"이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에, 해리스의 지지자들은 이번 결정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사실 팀 월즈는 카멀라 해리스가 교체 후보로 발표된 직후에 워싱턴과 언론에 돌아다니던 러닝메이트 후보 리스트에 들었던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은 인도계-흑인 여성인 해리스가 중도 백인들의 표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백인 남성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동의했지만, 월즈는 그들의 첫 고려 대상에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인이라도 미네소타 주민이 아니면 팀 월즈라는 사람의 존재도—적어도 2, 3주 전까지는—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멀라 해리스는 왜 팀 월즈를 선택했을까? 월즈는 해리스를 도와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 줄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러닝메이트를 고르는 과정을 잠깐 이야기해 보자.

미국의 1972년 대선 당시 취재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Boys on the Bus'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는 길기로 악명 높다. 출마 의사를 밝힌 후 시작하는 선거 운동 기간만 1년이 넘고, 출마하기까지 비밀리에 하는 여론 조사와 사전 정지작업을 포함하면 후보는 2년 넘게 선거를 준비하는 셈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4월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2020년에 조 바이든에 패한 도널드 트럼프는 사실상 지난 4년 동안 선거 운동을 해왔다. 워낙 땅덩어리가 크고, 다양한 유권자들을 가진 나라라서 긴 홍보와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다른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단 몇 주 만에 대통령, 총리 선거를 끝내는 걸 보면 과연 그 정도로 길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든다.

그렇게 긴 선거 운동 기간에서 부통령 후보, 즉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고르는 과정은 얼마나 될까? 후보가 자기의 러닝메이트를 생각하는 건 최소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얘기이므로, 빠르면 경선의 승세가 드러나는 3월 정도가 된다. 그때부터 물밑 작업을 통해 자기와 합이 잘 맞고, 무엇보다 대선에서 승리하도록 자기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검증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보통 여름에 개최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러닝메이트를 발표하기 때문에 대략 3~5개월의 시간이 있다.

검증 기간 중에 해야 할 것들이 많다. 'J.D. 밴스의 전향 ④'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대통령 후보는 자기에 대한 지지가 강하지 않은 주, 혹은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그룹의 표를 가져다 줄 사람을 러닝메이트로 고르는 게 일반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영어 표현 중 "a heartbeat away"는 아주 가까운 거리를 의미하는데, 부통령은 대통령과 "문자 그대로 심장 박동 한 번(a hearbeat) 만큼 떨어져 있다"는 농담이 있다. 대통령의 심장이 멈추는 순간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이어받기 때문이다.

존 F. 케네디의 부통령이었던 린든 B. 존슨이 케네디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비행기에서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선서하는 장면. 케네디와 존슨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동북부 매사추세츠 출신의 케네디는 남부 민주당 유권자들의 지지가 없으면 대선 승리가 불가능함을 알았기 때문에 존슨을 러닝메이트로 지목했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따라서 러닝메이트는 필요할 경우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는다.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 특히 주지사나 상원 의원이 러닝메이트의 후보가 되는 이유가 바로 그렇게 "큰 정치"를 해본 경험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자리에 가기까지는 힘든 선거운동 과정을 거쳐 봤기 때문에 전국을 돌아야 하는 선거운동도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더 중요한 작업은 따로 있다. 바로 인물 검증이다. 특정 후보가 상원 의원, 주지사가 되는 과정에서도 언론과 온라인 여론의 검증을 받지만, 그 후보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더라도 지역 언론의 눈만 피하면 된다. 하지만 전 미국을 대표하는 후보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조사를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언론에 각종 소문과 뒷얘기를 제보하고, 언론사는 사실 여부를 판단한 후 이를 보도한다. 이제는 항상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완벽한 삶을 살았던 후보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런 일이 터졌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그로 인해 잠시 떨어질 지지율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리느냐, 이다.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선거운동본부가 특정 후보의 문제와 취약점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러닝메이트가 될 사람이 잘 알려진 나이 많은 정치인(은 나올 문제들은 이미 다 나왔다고 봐도 된다)이 아니라면, 나중에 터질 수 있는 폭탄의 존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경우 후보가 정당의 노련한 변호사와 독대한 자리에서 각종 문제를 모두 털어놓는 일종의 고해성사를 한다고 한다.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지만 사양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문제를 밝히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고, 부부와 온 가족이 미디어의 감시를 받으면서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는 고된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가 남편의 출마를 반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J.D. 밴스가 과거에 했던 말을 제보한 예일대 법대 동기에 관한 뉴욕타임즈 기사

이런 모든 과정과 함께 대통령 후보와의 "케미(chemistry)"도 잘 맞는지 봐야 한다는 걸 고려하면, 3개월도 긴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로 갑자기 대선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의 경우 이를 단 2주 안에 끝내야 했다.

바이든은 대선 후보를 사퇴한다고 발표한 직후, 뒤이어 카멀라 해리스를 자기를 대신할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목했다.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인터넷에서는 "해리스가 백인 남성 러닝메이트를 구한다"는 얘기가 퍼졌고, 밈도 등장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도계-흑인 여성이자,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해리스가 미국의 지역, 인종 스펙트럼에서 자신과 멀리 떨어진 중서부의 백인 남성을 러닝메이트로 고르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유명 코미디 뉴스쇼에서 만든 아래 사진에서 해리스는 전화기에 대고 "여보세요, 중서부 백인 남성 파는 매장이죠?"라고 묻는다. (이미지 출처: X)

그렇게 해서 물망에 오른 사람들 중에 그레첸 휘트머(Gretchen Whitmer, 미시건 주지사) 같은 여성 정치인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트럼프를 상대로 열세에 있는 민주당이 두 명의 여성 후보를 내는 것은 너무나 큰 모험이었기에 제외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후보는 '백인 남성'으로 좁혀졌다.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토론을 망친 후에 한국에서는 "민주당에는 그렇게 인물이 없느냐"는 말이 많이 나왔지만, 사실 민주당에는 대통령이 될 만한 정치인들이 전국에 포진되어 있다. 다만 대통령은 그 시점의 정치적 상황이 정하는 법이기 때문에 '시대의 낙점'을 받는 정치인이 무대에 오르게 된다. 러닝메이트 후보가 중서부 출신의 백인 남성으로 좁혀진 건 카멀라 해리스가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 후보이고,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정치인이며, 상대가 트럼프와 밴스라는 세 가지 조건 때문이다. 그 기준으로 고르니 대략 6, 7명으로 좁혀졌고, 그중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니 약 다섯 명이 남았다.

현 교통부 장관 피트 부티지지,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쉬 샤피로, 애리조나주 출신 상원의원 마크 켈리, 그리고 켄터키 주지사 앤디 배쉬어가 그들이다. 그중에서 부티지지 장관은 뛰어난 말솜씨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적진이라고 할 수 있는 폭스뉴스에 출연해서 바이든과 해리스를 철통 방어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평균 유권자가 과연 게이 남성 부통령 후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쉽게 그렇다고 할 수 없었다. 특히 상대가 인신공격과 혐오 발언을 쉽게 하는 트럼프이기 때문에 '여성 후보+게이 남성 후보' 조합은 이번만은 피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앤디 배쉬어의 경우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완벽한 백인 남성 후보자였다. 특히 공화당이 우세한 켄터키주에서 당선된 민주당 주지사라는 점에서 중도 공화당 지지자들을 데려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지만, TV에 등장한 모습을 보면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열세라고 할 수 있는 카멀라 해리스 호를 밀어줄 바람을 일으키기는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배쉬어를 러닝메이트로 삼는다고 해도 켄터키주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등을 돌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던 중, 지난 일요일에 카멀라 해리스가 세 사람, 팀 월즈, 조쉬 샤피로, 마크 켈리(아래 사진 속 가운데 세 사람)를 "최종 면접"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 명 모두 청중을 열광시키고 토론회에서 승리할 만한 뛰어난 말솜씨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켈리와 샤피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팽팽하게 대결하는 경합주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의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했다.

카멀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인물들. 왼쪽부터 피트 부티지지, 팀 월즈, 조쉬 샤피로, 마크 켈리, 앤디 배쉬어 (이미지 출처: ABC)

샤피로의 문제는 그가 유대계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유대계를 백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인종 문제가 불거지면 유대계는 "진짜 백인"과는 구별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게 차별하는 데에는 그들의 종교가 기독교가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은 정ㆍ부통령 선거에서 한 번도 유대인을 뽑은 적이 없다. 흑인 여성이 최초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최초로 유대계 남성이 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부티지지와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가 모두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으면 불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다.

게다가 샤피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 편에 서서 전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민주당 내의 진보세력이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의 Z세대가 이 전쟁에서 압도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샤피로가 후보로 올라올 경우 투표소에 가지 않겠다"는 20대가 많은 것도 민주당의 걱정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후보는 마크 켈리 상원의원과 팀 월즈 주지사. 둘 다 군 생활 경험이 있다는—보수 유권자들에게 잘 먹히는—장점이 있고, 특히 켈리는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비행사로 일했다. 미국인들에게 군인과 우주비행사는 "영웅"으로 통하니 이런 사람들의 '능력'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 공격할 수는 있겠지만, 동의를 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아내 개비 기포즈(Gabby Giffords) 애리조나주의 연방 하원의원이던 시절에 머리에 괴한의 총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이다. 남편과 함께 유세에 나서면 암살 시도로 총알이 귀를 스친 후 순교자 행세를 하는 트럼프의 입을 다물게 할 수도 있고, 두 사람 모두 총기 규제를 적극적으로 외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아주 많다.

마크 켈리와 아내 개비 기포즈 (이미지 출처: New York Daily News)

하지만 카멀라 해리스는 이런 많은 이점을 가진 마크 켈리 대신, 이미 민주당을 지지하고 경합주라고 할 수 없는 미네소타주 주지사 팀 월즈를 선택했다.


'미네소타 맨 ⛄️ 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