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그러니까 지금부터 정확히 10년 전에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패러디 영상이 하나 있었다. "노르웨이를 돕는 아프리카 (Africa for Norway)"라는 이 영상은 아프리카의 뮤지션들이 모여 '라디에이드(Radi-Aid)'라는 곡을 만들어 부르는 장면을 보여 준다. 이 영상은 노르웨이라는 나라가 북유럽에 있어서 매년 혹독한 추위에 시달리기 때문에 따뜻한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들에게 라디에이터(radiator, 난방기)를 보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곳곳에 힘겹게 눈을 치우거나 빙판에서 미끄러지는 노르웨이 사람들과 눈길에 쓰러진 트럭의 모습이 나오고, 뒤이어 화려한 스튜디오에서 잘 차려입은 흑인 남녀 가수들이 등장해 밝게 웃으며 "그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라면 "우리 아프리카인들이 난방기를 보내자"는 노래를 부른다.


일정 연령대 이상이라면 이는 1984년 에티오피아 대기근 때 영국과 아일랜드 가수들이 모여서 밴드에이드(Band Aid)라는 이름으로 만든 곡 'Do They Know It's Christmas'를 패러디한 것임을 눈치챘을 거다. SAIH라는 노르웨이 단체에서 만든 이 패러디는 우리가 종종 '미러링'이라고 부르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기를 시도한다. 아프리카인 전체를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틀 안에 멋대로 가둬두고 그들을 객체화하는 모습을 뒤집어보자는 것이다. 노르웨이를 잘 모르는 먼 지역 사람들이 노르웨이 사람들을 멋대로 촬영해서 "불쌍한 이들이 추운 데서 고생하고 있으니 돕자"는 영상을 만들어 서로 돌려보며 즐기고 있으면 어떤 기분일 것 같으냐는 것이 이 영상이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