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 중에서도 극단적인 그룹에 속하는 큐어넌 음모론자들은 상식 밖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비이성적인 사람들로 치부되기 쉽다. 평범한 이메일에서 아무런 증거나 개연성도 없이 아이들을 죽여 피를 마시는 사탄 숭배를 읽어낸다면 이성적이지 않은 사람들인 건 맞다. 하지만 그들의 사고에 아무런 논리도 없다고 보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판단이다. 이들 세계관에는 나름의 일관된 내러티브가 존재하고, 비록 일반인은 동의하기 힘들어도 그 내러티브 안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많은 세상사가 나름의 논리에 따라 해석된다.

큐어넌을 연구해 책으로 펴낸 윌 소머(Will Sommer) 기자는 그들이 세상을 보는 틀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악한 엘리트가 지배하고 있는데, 그 엘리트들은 심지어 날씨까지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의 피를 마신다. 이들 중에는 정치인, 은행가, 토크쇼 호스트, 그리고 톰 행크스나 오프라 윈프리 같은 헐리우드 유명 인사들까지 포함된다. (참고로, 이들이 빨간색 신발을 신었다면 아이들의 피를 마신다는 신호라는 게 음모론자들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