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으로 이 글을 쓰는 미국에 9/11 테러가 일어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테러범들을 포함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이 사건은,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그렇듯,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당연히 일차적인 비난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들은 왜 자신들의 목숨을 포기할 만큼 미국을 미워했는지, 왜 그들은 뉴욕에서도 세계무역센터를 타겟으로 생각했는지 역시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역사를 통해 배우는 방법이다.

하지만 다른 해석이 필요 없는 사람들의 죽음이 있다. 자신의 목숨을 생각하지 않고 타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불타는 빌딩으로 달려간 소방관과 경찰들이다. 아래 이미지는 뉴욕 한 소방대의 고가사다리차 'Ladder 118'이 찍힌 마지막 사진이다.

사진 속의 두 빌딩은 불타고 있지만, 아직 무너지지 않은 상황이다. 두 번째 비행기가 충돌한 9시 3분과 첫 빌딩이 붕괴한 9시 59분 사이에 찍힌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 속에서 소방차는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 사진이 찍힌 후 얼마 되지 않아 소방차는 현장에 도착했고, 차에 탔던 여섯 명의 소방관은 쌍둥이 빌딩 옆에서 함께 무너진 매리어트 빌딩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던 중 빌딩의 붕괴로 사망했다. 여섯 명의 시신이 한자리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들어간 직후에 일어난 일로 보인다.

사건 직후 빌딩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탈출하는 동안에 뉴욕의 소방관들은 그들을 통과해 빌딩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소방관을 숭고한 직업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려 343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촬영한 사람이 말을 하는 중간에 (약 0:50 지점부터) 새소리처럼 고음의 경고음이 들린다. 이는 PASS(Personal Alert Safety System)라는 장비가 내는 소리다. 소방관이 착용하는 장비로, 이걸 착용한 사람이 30초 이상 움직임이 없을 경우 작동해서 소방관이 위험에 처했음을 주위에 알리는 시스템이다.

영상에서 들리는 경고음이 모두 그렇게 쓰러진 소방관들에게서 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