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아시안계에 대한 묻지마 공격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17일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백인 남성이 길거리에 서있던 70대 중국계 노인을 아무런 이유없이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무차별 폭행은 엄밀하게는 무차별 폭행이 아니라 '차별 폭행'이다. 한국에서는 여성들을 상대로, 미국을 비롯한 서양국가에서는 아시아계, 특히 반격하지 못할 것 같은 여성과 노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폭행이기 때문이다.

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공격도 그 대상은 똑같았다. 아시아계, 여성,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 70대 노인은 나무 몽둥이(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말도 있고, 옆에 있던 것을 주워들었다는 말도 있다)를 들고 자신을 공격한 남성에게 반격을 해서 쓰러뜨렸고, 범인이 쓰러진 후에도 계속 몽둥이를 휘두르는 바람에 지나던 사람들이 제지를 했어야 했다고 한다. 경찰과 구급차가 출동했지만 들것에 실려간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범인이었다. (영상을 보면 범인은 들것에 수갑으로 묶여있다).

이 영상이 소셜을 타고 화제가 되는 이유는 피해자, 그것도 '사회적 약자'의 예상치 못한 반격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약팀이 강팀을 무찌르는 경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통쾌한 이야기'를 넘어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약자들을 노리는 묻지마 폭행범들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반격이라는 것이다. 사자 같은 맹수들이 초식동물들을 사냥하는데 종종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상대의 목숨을 건 반격 때문이다. 뿔을 가진 초식동물이 필사적으로 반격을 하면 사자도 다칠 수 있는데, 항생제가 없는 야생에서 깊은 상처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맹수들도 물러설 때가 있다.

Not Today Motherf@#!er

여성들이 호신술을 배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가해자를 완전히 때려눕히지는 못하더라도 공격을 당한 여성이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반격을 할 경우 쉬운 범죄를 노렸던 범인들은 포기하고 물러나는 일이 많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당하며 선처만 바라는 그런 상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모든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는 생각으로 피해자를 골랐다가 체포된 유명한 사례가 2017년 3월 미국 시애틀의 한 공원에서 일어났다. 사건은 공원을 뛰면서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혼자 연습 중이던 켈리 헤론Kelly Herron이라는 여성이 인적이 드문 공원 내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일어났다. 한 남성이 여자 화장실 안에 숨어서 기다리다가 헤론이 들어오는 순간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범인이 몰랐던 사실은 헤론이 얼마 전부터 파이팅 챈스 시애틀Fighting Chance Seattle이라는 호신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가만히 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헤론은 자신이 배운 기술과 온 힘을 다해 범인과 싸웠다. 화장실 안에서 범인의 얼굴을 할퀴고 가격하며 격투를 벌인 끝에 범인을 화장실에 가두어 둔 후에 출동한 경찰에게 인계했다.

이 후에 헤론이 이야기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소셜미디어와 언론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특히 그가 범인과 싸우면서 소리쳤다는 "Not today, motherf@#!er!"(오늘은 내가 죽는 날이 아냐, 이 @#%야!)라는 말과 그가 손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의 GPS가 표시한 사투의 흔적은 이 이야기를 듣는 많은 여성들에게 큰 영감이 주었고, 이 문구와 GPS 경로가 찍힌 티셔츠가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물론 사회적 변화와 강력한 대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반격을 할 준비가 되어 있고, 점점 더 많은 아시안들이 맞서서 싸운다면 약자를 노리던 범인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고, 이런 사례들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  


참고로, 이 셔츠의 등에는 반격을 하는 원칙 네 가지가 적혀있다. 여성들에게 호신술을 가르치는 곳에서 항상 강조하는 포인트들이다:

Trust your intuition 직감을 신뢰하라모든 불안감이 공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런 종류의 공격을 받은 많은 여성들이 범인이 근처에 있을 때 섬뜩함을 느꼈다고 한다.

Respond immediately 즉각 대응하라대응이 느릴 수록 내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되고 그럴수록 대응이 더 힘들어진다. 그리고 초기에 범인에게 "나는 손쉬운 타겟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Be loud and fight hard 큰 소리를 내고 강하게 싸우라범인은 범행을 조용히 끝내고 싶어한다. 일이 커지고 시끄러워지면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기 때문에 자리를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조건 목소리를 높이고 반격하라.

Hard bones to soft spots 뼈로 약한 곳을 공략하라가장 좋은 곳은 상대의 눈이다. 손가락이나 펜, 딱딱하고 뾰족한 무엇이든 들고 상대방의 눈을 찌르라. 그 외에 낭심이나 목, 명치 등을 온 힘을 다해 가격하면 누구라도 버티기 힘들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공격을 할 때는 그 부분을 '때린다'고 생각하지말고 '뚫는다'고 생각하고 가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상대가 사람이라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살살 가격하게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