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터레터는 뭐고, 왜 시작하는 겁니까?" 아마 많은 분들이 이걸 궁금해하실 테니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아니, 그보다 먼저 저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보죠. 저는 여러 언론사에 칼럼을 무척 많이 쓰고 있어서 칼럼니스트라고 저를 소개하지만 기자는 아닙니다. 좀 더 광범위하게 저널리스트냐는 질문은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기자로 '등록'된 사람은 아닙니다. 게다가 뉴스원을 직접 만나서 취재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뉴스를 평균 이상으로 많이 소비하고 있고, 그걸 가지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오터레터는?

그런 제가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영역을 세 개 만 꼽으라고 하면 테크와 문화, 그리고 정치입니다. 오터레터를 시작하면서 이 세 분야를 선택한 건 그래서 아주 쉬운 결정이었습니다. 오터레터는 테크와 문화, 그리고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 세 영역의 모든 소식을 다루는 사이트는 아닙니다. 제가 주로 머무르고 있고,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이 미국이다보니 아무래도 미국 쪽 소식이 많겠지만, 그렇다고 미국 소식에 한정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시간 중계 기사를 쓰지는 않을 겁니다. 그건 대형 언론사가 훨씬 더 잘 하는 일입니다. 오터레터는 이제 막 떠오르는 이슈들("issues on the horizon")을 소개하고, 이미 이야기가 되는 이슈들 사이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선을 알려주고, 누구나 보면서도 놓치고 있는 것들을 찾아내어 보여주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제가 항상 해왔고, 익숙한 일이기도 합니다.

오터레터는 뉴스레터가 아닙니다. (새 글이 나올 때마다 이메일로 알림이 가도록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구독자의 선택사항입니다). 웹사이트이고 유료 구독을 기반으로 한 매체입니다. 일반에 공개된 포스트와 유료 구독자에게만 공개되는 포스트가 섞여있습니다.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몇 개의 포스트가 올라갈 예정입니다. 따라서 구독자 여러분은 제가 고르고, 설명을 덧붙인 뉴스를 읽으시게 되는 겁니다.

그럼 미디어스피어는?

오터레터는 새롭게 시작하는 미디어스피어의 인하우스(in-house) 매체입니다. 미디어스피어는 과거 메디아티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저희와 항상 가깝게 일을 해온 네오캡의 김경달 대표가 손을 잡고 만든 '구독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오터레터처럼 인하우스로 시작하는 매체 외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인터넷 매체들이 광고주의 눈치를 보며 콘텐츠를 희생할 필요없이 생존할 수 있는 수익을 만들어내도록 돕는 게 미디어스피어의 미션입니다.  

그런데 왜 구독 서비스인가. 얼마 전 온라인 매체의 대명사 버즈피드가 허프포스트를 인수하는 일이 있었죠. 버즈피드의 조나 페레티는 허프포스트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지만 허프포스트를 인수한 건 옛정을 잊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시장인 영어권에서도 광고를 기반으로 한 매체는 생존이 불가능에 가깝고, 그래서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온라인 매체인 복스도 인수하려고 작업 중이라고 하구요.

따라서 한국과 같은 비영어권 시장에서 매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물량 광고가 아닌 개별 광고를 따내야 하고, 이는 잘 될 경우에도 제작진, 혹은 뉴스룸에 큰 부담이 되고, 최악의 경우 광고주와 결탁하는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일을 우리는 항상 보아왔습니다.

"그럼 뉴욕타임스처럼 구독에 올인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올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는 구독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구독자들이 손쉽게 지불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것부터가 간단하지 않을 뿐더러, 수많은 구독자들을 관리하는 데에는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갑니다. (모 언론사에서는 구독자의 리스트를 모은 엑셀시트만 여러 개가 되는데, 누가 언제 구독기간이 끝나가는지를 파악하고 구독 연장을 독려하는 작업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 업무를 파악하고 있는 한 직원이 퇴사했기 때문이랍니다). 이 난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서비스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도 뉴스레터에 특화된 서비스라서 모든 온라인 매체가 사용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미디어스피어가 탄생했고, 오터레터는 그런 미디어스피어의 미션과 방법론이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첫 매체가 됩니다. 이 흥미로운 실험에 동참해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박상현 드림

                                                                    Here's a cute otter, by the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