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동부에서 5개 주가 백신 접종율 70%를 넘어섰다. 비록 남부에서는 여전히 50%대에 머무르는 주들도 있지만, 그래도 백신의 보급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어지자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중이다. 근래에 본 적이 없던 초 활황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예측이 나오는 중에 기업들이 하나의 문제에 부딪혔다. 바로 구인난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를 겪는 곳은 소매업, 특히 음식점이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해야 해서 일이 힘들고 시급(hourly wage)은 낮은 곳들이다. 미국에서 최저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항상 거론되는 사람들이 음식점에서 주문받고 서빙을 하는 노동자다. 그런데 미국의 일반 소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가장 불평이 많았던 것이 바로 외식을 못 한다는 거였고, 방역조치가 완화되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도 바로 음식점이다.

이렇게 손님들은 쏟아져 들어오는데 서빙을 할 사람들은 없으니 점주들은 난리가 났다. 일을 시작하면 한 달 내에 몇백 달러의 보너스를 주겠다는 매장, 6개월만 일하면 아이폰을 주겠다는 매장이 있는가 하면, 관련 분야(조리, 서비스)를 공부할 경우 대학들과 연계해서 무료로 학위를 받게 해주는 곳도 등장했다. 그런데도 새로운 직원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도대체 미국인들은 왜 일을 하지 않으려는 걸까? 하지만 이 질문은 워딩이 틀렸다는 주장이 많다.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적은 돈을 받고 해야 하는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고, 이제까지 다니던 직장 보다 더 나은 직장에 가기 위해 고르는 중이라고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정하는 문제를 두고 몇 년 동안 싸워왔지만 여전히 10달러 아래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이다. 팬데믹 때문에 사람들이 온라인 구매로 돌아서면서 주문이 폭증한 아마존은 지난 해만 수십 만 명을 고용하면서 시간 당 15달러와 함께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주었고, 그 과정에서 아마존의 물류센터가 들어선 지역의 실질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려놓았다. 아마존만이 아니다. 고용주(와 공화당 의원)들은 연방정부가 재난지원금과 실직자 혜택을 너무 많이 주면서 노동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일하는 것보다 실직자 혜택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당장 먹고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맥도널드에 나와서 일을 할 텐데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살 수 있으니 굳이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맞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혜택은 갑부들에게만 돌아갔고,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 즉 구매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현실이 있다. 일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있는 기업도 경영진의 보너스를 (실적과 무관하게) 채워주는 데에만 신경을 써왔다.

2018년 물가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지난 50년 넘도록 약 2달러가 조금 넘게 오른 셈이다. 

정부의 지원금 때문에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기업들의 불만에 대해 "정부의 실직, 재난 지원금보다도 못한 시급을 주면서 일을 시키려고 하는 기업들이 문제 아니냐"는 반대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의 활황 국면과 기업들의 불만 사이에서 기막힌 논리를 찾아냈다. 지금의 임금상승은 "포스트 팬데믹 경제의 버그(bug)가 아니라 기능(feature)"이라는 주장이다. "버그가 아니라 기능(INABIAF: It's Not A bug, It's A Feature)"라는 표현은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로 유명하다. 프로그램이 예상치 않은 문제를 일으켰는데, 특별히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애써 수정하는 대신 원래 의도한 기능이라고 둘러대는 일종의 변명이다. '기록되지 않은 기능(undocumented feature)'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

바이든은 더 나아가서 "노동자들이 적은 일자리를 가지고 경쟁하는 대신, 기업들이 노동자들 데려오기 위해 경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위에서 말한 것 같은 실질임금의 정체와 경영진의 두둑한 주머니를 고려하면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상승시키지 않고도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줄 여력이 미국 기업들에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