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트럼프 암살 시도가 있기 몇 시간 전,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하원의원 일부를 만났다. 바이든이 그들을 만났던 이유는 민주당 내에서 대선 후보 교체론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바이든이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 달래고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그날의 모임은 "완전히 재난 수준"의 말싸움 자리가 되었다고 전해졌다.

바이든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은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중도 진영에 속하는 사람들로, 1990년대 유행하던 '제3의 길(Third Way)'에 해당하는 신민주연합(New Democrat Coalition) 하원의원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지난달 말 트럼프와의 토론회를 망친 바이든이 대선 후보를 사퇴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탈하는 유권자들을 데려올 방법이 있느냐고 추궁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의원(제이슨 크로우)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 바이든을 화나게 했다.

(이미지 출처: NBC News)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 따르면 바이든은 언성을 높여(shouting) 반박했는데, 그가 한 말은 참석자들이 머리를 긁적이게 했다. "내가 무능한 리더라고 생각하는 외국 정상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누굽니까 (Name me a foreign leader who thinks I'm not the most effective leader. Tell me who the hell that is)." 바이든과 만난 의원들이 했던 얘기와 완전히 무관한 내용은 아니지만, 느닷없이 다른 나라 정상들이 자기의 리더십을 의심하지 않는지 여부를 이야기한 건 뜬금없는 일이다. 한 참석자는 "토론회 때 봤던 그 모습이었다(We saw the same Joe Biden from the debate)"라고 했다.

당내 반대 세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회동이 완전히 역효과가 난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민주당에서도 진보/좌파에 해당하는 의원들의 모임인 CPC(Cogressional Progress Caucus)도 바이든과 만났는데, 이들의 회동은 훨씬 더 부드럽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바이든이 정치 인생 대부분을 중도 정치인으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일일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던 2021년만 해도 사람들은 그가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같은 급진 진보세력과 싸워야 할 것으로 생각했고, 그게 그와 2020년 맞붙었던 트럼프의 주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바이든은 당내 진보 세력의 주장을 많이 수용했고, 진보 세력은 그런 바이든의 행보에 화답해 그를 지지하며 당의 단합을 유지했다. 물론 트럼프는 바이든이 진보 세력에 굴복했다고 주장하지만, 바이든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중도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신념보다는 시대적 요구에 충실한 정치인이라고 설명한다. AOC는 바이든을 공격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의 지지율 하락에도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 보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바이든을 압박한 중도파 제이슨 크로우(Jason Crow)의원과 바이든을 옹호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의원 (이미지 출처: Colorado Public Radio, The New York Times)
민주당 내 진보와 중도 세력이 바이든의 위기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데는 좀 더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민주당 좌파 정치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진보적인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바이든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해도 자신들이 재선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민주당의 중도 의원들은 바이든에 실망해 투표소로 가지 않는 유권자들이 늘어날 경우 자기도 함께 패할 수 있다. 미국의 대선 투표는 상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이든은 후보 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의 압력을 버티고 11월에 트럼프와 대결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특히 토요일에 일어난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은 트럼프에게 "순교자(martyr)," "총격을 받고도 살아난 영웅" 비슷한 이미지를 주었고, 이는 자기가 하는 말의 주제를 착각하고 불안한 자세로 걷는 바이든과 크게 대비되면서 미국인들이 대통령에게서 원하는 '강한 이미지'를 트럼프에 부여했다.

토론회를 망친 후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바이든 지지자들도 암살 시도를 겪은 트럼프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암살 시도가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바꿨음을 이야기하는 악시오스의 기사

그렇다면 바이든은 후보를 사퇴하게 될까?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시점에서 대선 후보의 교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정당의 대선 후보 결정은 법(laws)이 정하는 게 아니라 각 당이 정한 규칙(rules)에 따르기만 하면 될 뿐 아니라, 근래에 들어서 하지 않을 뿐 1960년대까지 사용하던 방식을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진짜 문제는 정치적인 부담이고, 그 부담의 한가운데에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이 있다. 검찰 출신의 해리스는 바이든이 2020년 대선을 향해 달릴 때 민주당 내에서 함께 경쟁했던 후보다. 해리스는 토론회 때 바이든을 신랄하게 공격했지만, 바이든은 "민주당이 또다시 나이 든 백인 남성을 뽑아야 하느냐"는 지지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해리스를 러닝메이트, 즉 부통령 후보로 지목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 즉 자기 혼자 힘으로 데려오기 힘든 유권자의 표를 가져오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러닝메이트를 고르는 건 미국 대통령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이 마음에도 없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미국의 미래 대통령은 여성이어야 하고, 자기보다 짙은 피부색을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2020년 대선에 임하면서 스스로를 "징검다리 후보(bridge candidate)"라고 불렀다. 해리스 같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지만, 당장 트럼프의 재선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뛰고 있다는 얘기였다.

사람들은 그런 바이든의 말을 그가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로 알아들었고, 바이든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하는 것을 굳이 수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바이든은 왜 자기가 한 말을 번복하고 2024년 대선에 뛰어든 걸까?

조 바이든과 카말라 해리스는 올해 대선에서도 러닝메이트다. (이미지 출처: Reuters)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의 재등장이다. 바이든이 임기를 시작한 2021년만 해도 사람들은 트럼프가 다시 선거에 나올 가능성을 거의 우스갯소리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재출마는 현실이 되었고, 바이든은 '트럼프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2020년의 논리로 재선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럼 카말라 해리스로서는 불만을 가질 법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가 재출마를 선언한 이후로 최근까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이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해리스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2016년에 백인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도 싫다고 트럼프를 뽑았던 미국 유권자들이 흑인-인도계 여성을 트럼프보다 선호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카말라 해리스가 왜 그렇게 인기가 없느냐일 거다. 미국의 부통령이라는 자리가 원래 주목을 받기 힘든 자리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바이든이 공언한 것처럼 다음 대통령은 카말라 해리스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 애틀랜틱은 작년 말에 그 이유를 설명하는 긴 기사를 게재했다. 기회가 있으면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해리스는 본질적으로 정치인이 아니라 검사라는 데 있다.

이유야 어떻든 바이든을 원하는 (점점 그 수가 줄어드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이 해리스와의 약속, 세대교체를 원하는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트럼프에게 정권을 뺏기는 것보다 바이든이 다시 나서서 트럼프의 재집권을 차단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해리스도—적어도 표면적으로는—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바이든의 승리를 믿는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모든 상황은 '바이든은 트럼프와 대결해서 이길 수 있다'라는 전제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특히 민주당 정치인과 지지자들—은 바이든의 이름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 뿐 아니라, 상원과 하원도 모두 공화당에 넘어가는 "싹쓸이(wipeout)"를 우려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바이든은 전혀 생각을 굽히지 않고 후보 교체 주장을 일축하고 있지만, 원래 선거에서는 사퇴 결정을 발표하기 몇 분 전에도 끝까지 뛰겠다고 말하는 법이기 때문에, 당장 오늘내일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발표한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은 아니다. 이제 선거일까지 16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정치에서 불가능이란 없다.

아니, 미국 정당들은 원래 이렇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선 후보를 결정해 왔다. 단지 사람들이 기억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따라서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발표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는 대부분이 본 적 없는 아주 흥미로운 절차를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이 사퇴하면 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