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 톤 탯 ② 비즈니스 기회
• 댓글 남기기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뉴욕타임즈의 카쉬미어 힐 기자에게 클리어뷰 AI 앱을 보여주던 경찰관은 힐 기자의 얼굴을 검색했지만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기자를 만난 호안 톤 탯은 그 일은 단순한 에러였을 거라고 웃어넘겼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을 본 기자는 믿기 힘들었다고 했다. 힐 기자가 일 년 후에 쓴 후속 기사에도 비슷한 에러가 일어나는 장면이 있는 걸 보면 단순한 에러였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자가 클리어뷰 측이 고의로 검색을 막았다고 의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경찰관이 기자의 사진을 업로드한 지 몇 분 만에 클리어뷰 직원이 경찰관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왜 뉴욕타임즈 기자의 사진을 검색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경찰관도 몹시 놀랐다고 한다. 단순한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자신의 검색 활동이 감시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리어뷰는 뉴욕타임즈의 기자가 자신들에 대해 여기저기 묻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내부적으로 요주의 인물로 표시해두었던 것 같다는 게 이 기자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고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카쉬미어 힐 기자는 뉴욕타임즈에 오기 전 포브스와 기즈모도 등에서 일했고, 10년 넘게 줄곧 테크놀로지와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취재해왔다.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2018년에 나온 그의 TED Talk, 2019년 Identity Conference를 추천하고, 이번 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2020년 듀크 대학교 인터뷰와 올해 초의 펠 센터 인터뷰, 그리고 지난 달 미국의 주 법무장관들의 모임에서 한 발표도 보시길 권한다.
"베트남 왕실의 후손"
그렇다면 이 서비스를 만들고 각급 경찰에 보급하면서 언론을 피해온 호안 톤 탯은 어떤 인물일까? 그의 개인 웹사이트(hoantonthat.com)에 가보면 자신을 "베트남 왕실의 후손"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확인할 수 없어 대부분의 언론 기사는 이를 "그에 따르면(He claims)"이라고 소개한다. 베트남계 아버지와 호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호주에서 자라면서 컴퓨터와 음악에 재능을 보여서 몇몇 대회에서 수상을 했다고 한다.
1988년생인 톤 탯은 2007년, 19세의 나이에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앱을 만들기 시작한다. 당시는 아이폰이 나오고 페이스북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이라 많은 개발자가 앱 개발에 매달렸던 때다. 톤 탯은 자신이 20개가 넘은 아이폰과 페이스북 앱을 만들었고, 1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그중 몇 개는 앱스토어에서 톱 10에 들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자신의 경력은 부풀려 자랑하지만, 보안회사인 사이버리즌(Cybereason)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MaliciousLife의 클리어뷰 에피소드에서는 톤 탯이 2009년에 만든 ViddyHo.com을 이렇게 설명한다:
"(톤 탯이 만든 이 사이트에서는) 사용자가 구글 계정을 사용해서 들어가 비디오를 보게 되는데, 웹사이트는 사용자들의 계정을 가져다가 악성 피싱 링크를 보내는 데 사용했다. 결국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고 이 사이트는 문을 닫았다." 정말로 앱으로 성공한 개발자라면 2년 동안 16개의 앱을 만들지도, 피싱 사이트를 만들어서 경찰의 수사를 받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톤 탯은 트위터에서 한때 자신을 “Anarcho-Transexual Afro-Chicano American Feminist Studies Major”라고 소개했는데, 남성(그는 웹사이트에서 He/Him 대명사를 쓴다)이지만 중성적인(androgynous) 매력을 가진 인물인 건 다들 인정해도, 트랜스섹슈얼, 아프로 치카노(흑인, 멕시코계), 그리고 여성학 전공이라는 말은 그냥 장난 이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전형적인 우익 트롤링의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각자의 해석에 맡긴다.
비즈니스 아이디어
미국에 온 지 7년 가까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호안 톤 탯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사업이 클리어뷰 AI였다. 그는 어떻게 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사업화할 수 있었을까? 그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사업의 아이디어를 한번 생각해보자.
스타트업을 해봤거나 조금만 열심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사업의 성공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에 있다는 걸 잘 안다. 어느 벤처 투자자의 말처럼 "사업에서 가장 싼 게 아이디어"이고, 혁명적인 제품이 나와서 성공하면 "그 제품은 내가 10년 전부터 생각했던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만날 수 있다. 클리어뷰의 서비스도 그렇게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고, 한 번쯤 생각해 봤던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갈수록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고 있고, 페이스북을 비롯한 많은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실명을 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 그 이미지 데이터를 긁어다가 실명과 연결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안면인식 기능을 발전 시키면 얼마든지 사업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진지하게 이 아이디어를 고민했을까? 구글일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가져다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게 구글이 가장 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이건 짐작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다. 클리어뷰 AI가 설립된 2017년 (물론 그 때는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지만) 당시 구글의 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유명한 컨퍼런스에 나와서 "우리는 그 (안면인식) 기술을 만들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안면인식 기술은) 구글이 개발을 완료한 다음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유일한 기술"이라면서, "나는 모바일 추적과 안면인식이 결합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도 크게 우려한다"고 했다. 좋은 목적에도 사용될 수 있지만 "몹시 나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클리어뷰 AI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아이디어, 구글이 이미 개발을 끝냈지만 사용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건 클리어뷰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결정을 평가절하 하려는 게 아니다.
구글이 포기했다고 해서 구글이 사회적으로 더 책임감 있는 기업이라는 말은 아니다. 구글은 2004년에 많은 출판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책을" 스캐닝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두 눈치만 보고 있는 일에 사회적 함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작은 스타트업이 뛰어들고, 그렇게 해서 시장을 선점하면 비즈니스의 기회는 나중에 얼마든지 찾아온다는 사고방식은 실리콘밸리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 흔하다. 물론 기업이 커지면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지게 되는데,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스타트업이 기회를 잡는 순환이 이루어진다. 페이스북은 덩치가 커진 후에도 이런 사회 파괴적인 행위를 지속했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것이다.
대기업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에 옮기는 사업에 스타트업이 진출해서 성공하는 일은 항상 일어난다. GM은 1990년대에 이미 훌륭한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Who Killed the Electric Car?'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2003년에 모든 차량을 회수, 파기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바로 그 해에 탄생한 테슬라 모터스의 현재 기업가치는 GM의 10배가 넘는다. 페이팔은 대형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이 윤리적인 이유로 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성장했다.
그렇게 봤을 때 클리어뷰는 전형적인 스타트업의 탄생과 성장 공식을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한 걸까?
적극적인 마케팅
작년 1월 뉴욕타임즈가 클리어뷰와 호안 톤 탯에 대한 기사를 낸 직후 버즈피드뉴스에서 클리어뷰의 클라이언트를 공개하는 폭로 기사를 냈다. (참고로, 버즈피드뉴스는 버즈피드와 달리 진지한 언론사다. 지난 6월에는 중국내 무슬림 수용소 실태 탐사취재 기사로 퓰리처상도 받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미국내 연방 및 지역 경찰, 수사기관 2천 2백여 곳은 물론 월마트, 베스트바이, 메이시(Macy) 백화점 같은 대형 매장, AT&T, 버라이즌과 같은 이동통신사,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의 은행,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암호화폐 기업(코인베이스), 심지어 NBA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기사가 나가자마자 지목된 기업들은 정식 계약을 한 것은 아니고 무료로 제공받은 서비스를 시험 삼아 사용해 본 것이라며 서둘러 발을 뺐다. (가령 코인베이스 경우 "직원과 사무실을 겨냥한 물리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사기사건의 조사를 위한 방법으로 테스트를 해본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을 감시하는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한 거다.
호안 톤 탯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클리어뷰는 현재로서는 경찰, 수사기관에만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비민주적인 국가들("where it's governed terribly or whatever")에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 클리어뷰는 이미 민간기업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중이었을 뿐 아니라, 사우디 아라비아, UAE처럼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는 국가들, 무엇보다 성소수자가 탄압받고 노예노동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나라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마케팅 방법은 대개 일정 기간 무료로 사용해보고 성능이 마음에 들면 계약을 하는 식이었다.
Dystopia Now
클리어뷰의 기술이 민간기업의 손에 들어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힐 기자는 작년 3월 기사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작년 3월 기사에서 소개한다. 미국의 식료품 재벌인 존 캣시마티디스가 레스토랑에서 딸과 식사를 했다. 그의 딸은 그 자리에 자신이 사귀는 남자친구를 데려왔고, 캣시마티디스는 웨이터에게 부탁해서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그의 폰에는 클리어뷰 앱이 깔려 있었고, 앱을 통해 딸의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래다. 길이나 지하철에서 마주친 사람이 몰래 나의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물론 페이스북의 새롭게 내놓은 스마트안경을 사용하면 훨씬 더 간편하게 찍을 수 있다) 내 이름과 소셜미디어를 알 수 있고, 그 정보를 통해 내가 일하는 곳, 자주 가는 곳, 심지어 주소와 연락처까지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공공장소서 몰래 찍힌 내 얼굴이 공개되는 것만이 아니라 신원까지 파악될 것이고, 주소와 직장까지 알려지면 누구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시위대의 신분 확인과 소수집단의 추적과 체포, 탄압에 사용되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고,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는 중국에만 국한되는 일도, 특정 집단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호안 톤 탯 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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