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틱톡(TikTok)의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뉴스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는 앱을 하루아침에 금지하는 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많다. 하지만 국가(연방) 차원에서 금지하는 것과 상관없이 개별 주에서는 이미 사용을 막는 조치가 시작되었다. 개인이 사용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주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주립대와 같은 공립학교에서 와이파이(Wifi) 네트워크를 통해서는 틱톡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학생이 굳이 원한다면 자신의 모바일 데이터를 사용해서 틱톡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미국 대학생은 학교 기숙사와 강의실을 포함한 캠퍼스 전체를 커버하는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즉,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런데 미국은 왜 이렇게 틱톡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미국인들의 걱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인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중국이 가져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알고리듬 조작을 통해 미국인 여론에 영향을 바꾸는 인플루언스 캠페인(influence campaign)을 하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2016년 대선 때 러시아가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 바꾸기에 개입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에 2024년 대선을 포함해 앞으로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이지만, 사실 이렇게 남의 나라 여론 형성에 개입하는 건 미국이 CIA를 통해 수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해온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번주 중앙일보 칼럼에 소개했다.) 자신들이 해온 일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할지 잘 안다는 것이다.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운영되는 방식을 보면 이런 미국의 우려는 단순한 편집증(paranoia)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틱톡은 자사의 직원 중 일부가 미국 언론사 기자에게 익명의 제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자의 폰에 설치된 틱톡 앱을 통해 기자의 위치를 추적하고, 이를 의심이 가는 직원들의 위치와 비교해서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일은 미국과 중국에서 일어났고, 틱톡은 이를 시인했다. (물론 일부 직원의 행동이라며 그 직원들을 해고하는 식으로 꼬리를 자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틱톡이 여론 형성에 개입하는 건 어떤 방식일까?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틱톡과 바이트댄스의 직원들이 "히팅(heating, 달구기)"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콘텐츠 개입을 꾸준히 해왔다는 보도다. 히팅은 비디오 뷰를 특정 숫자에 도달할 때까지 사용자들에게 퍼뜨리는 것으로, 포브스(Forbes)는 이런 행위의 존재를 복수의 취재원과 문서들을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이 보도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틱톡이 사용하는 비밀 히팅(heating) 버튼

포브스의 기사, "누구나 바이럴이 될 수 있게 해주는 틱톡의 비밀 히팅 버튼"

틱톡은 지난 몇 년 동안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보여주는 For You Page(포유 페이지)를 운영해왔다. 알고리듬을 통해 특정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게 틱톡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여섯 명의 직원과 관련 문서를 확인한 결과 알고리듬을 사용하는 것 외에 직원들이 직접 선택한 비디오를 다른 (알고리듬이 선택한) 비디오보다 더 많이 퍼뜨리는 일종의 오버라이드(override)를 하는데, 내부적으로 이를 히팅이라 부른다고 한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히팅 기능은 비디오를 포유 페이지에 인위적으로 띄워줘서 특정한 뷰(view) 수에 도달하는 개입 작전. 민트 히팅 플레이북(MINT Heating Playbook)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에 따르면 하루 동안 보여지는 전체 비디오의 약 1~2%가 이렇게 인위적으로 밀어 넣는 콘텐츠이고, 이는 틱톡의 핵심 지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TikTok Website)

틱톡은 이런 종류의 콘텐츠 띄우기("히팅")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포브스의 취재원에 따르면 틱톡은 특정 인플루언서나 브랜드와 파트너를 맺기 위해 히팅 버튼을 만들어 영상의 뷰 수를 끌어올린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들과 다를 게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사에서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기업들이 공중보건이나 선거 같은 공익에 관계된 정보를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사용자들의 타임라인에 잘 보이게 인위적인 "띄우기"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무슨 차이가 있을까? 다른 소셜미디어의 경우, 이렇게 알고리듬과 무관하게 띄워주는 콘텐츠는 광고로 분류하고, 광고임을 표시한다. 아래의 그림에 등장하는 "Sponsored"라는 문구(페이스북, 인스타그램)나 "Promoted"라는 문구(트위터)가 그런 예다.
틱톡은 이를 광고라고 표시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게 과연 광고인지도 애매모호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 소셜미디어의 광고 표시. 위에서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스탠포드 대학교 법학 교수이자, 콜럼비아 대학교 선임 리서치 펠로우인 에블린 두에크(Evelyn Douek)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가 민주적이라고 생각하고 오디언스에 도달할 기회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제공한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그런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과거와 똑같은 권력구조가 소셜미디어에도 어느 정도 존재해서, 플랫폼이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기도 하고, 상업적 혹은 다른 종류의 파트너십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라는 것이다.

'히팅'이라는 관행은 틱톡의 포유 페이지가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틱톡이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고 때로는 틱톡이 특정 브랜드나 크리에이터를 띄워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스폰서나 프로모션 따위의 표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직원들의 어뷰징

중요한 것은 이런 기능을 사용하는 기준이나 절차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잘 갖춰져 있고, 지켜지느냐의 여부다. 포브스의 취재원에 따르면 직원들이 이 기능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례들이 있었단다. 히팅 기능을 사용해 자신의 배우자가 만든 영상을 확산시킨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계정에 사용한 예, 그밖에 개인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의 콘텐츠를 확산시킨 예도 있었다. 이렇게 할 경우 영상은 3백만 뷰를 넘긴다고 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틱톡과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직원들은 물론이고, 이 회사들과 함께 일하는 하청업체들에게도 이렇게 띄워줄 콘텐츠를 고를 수 있는 상당한 재량권을 주기 때문이다. 포브스가 입수한 내부 문건(TikTok Heating Policy)에 따르면 직원들은 "인플루언서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프로모션하기 위해" 히팅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추천 알고리듬이 놓친 관련 영상을 프로모션"하기 위해서도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영상이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직원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누가, 어떻게 이런 기능을 사용하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틱톡의 대변인은 "우리는 콘텐츠 경험을 다양화하고, 셀럽과 떠오르는 크리에이터들을 틱톡 사용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영상을 프로모션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 프로모션할 영상을 결정하는 것은 소수의 미국 직원이며, 이런 영상은 포유 페이지에 등장하는 전체 영상의 약 0.002%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이미지 출처: Solen Feyissa on Unsplash)

히팅 기능과 관련된 틱톡과 바이트댄스의 문서는 상당한 양이지만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이 기능을 주관한다고 주장하는 문서들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팀들이 갖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콘텐츠 프로그래밍팀, 콘텐츠 에디토리얼 팀, 중국에 있는 라이브 플랫폼 팀과 프로덕트 오퍼레이션 팀도 이런 문서를 갖고 있고, 문서의 종류도 하나가 아니어서 '민트 히팅 플레이북' 외에도 '민트 히팅 오퍼레이션 정책 101,' '히팅 쿼터 가이드라인,' '틱톡 히팅 정책,' '미국 히팅 전략 가이드라인' 등의 문서가 존재한다.

이 문서를 보면 틱톡과 바이트댄스가 처음에는 히팅 기능을 일상적이고 합법적인 비즈니스 용도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십 대 아이들이 립싱크하며 춤을 추는 영상에서 더 많은 사용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영상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었다. 민트 히팅 플레이북에 따르면 "이 기능의 목적은 다양한 콘텐츠를 알리고, 중요한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보여주고,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 기능을 잘 사용한다면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 효과가 일어나서 약간의 히팅만으로 중간급(midrange) 사용자층의 성장을 가져오고, 더 다양한 콘텐츠 풀을 만들 수 있게 된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틱톡은 이 히팅 기능을 NGO(비정부기구)나 아티스트들을 포함해 플랫폼이 원하는 외부 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을 하는 데 사용해 큰 관심을 끌었고, 특정 카테고리(가령 뷰티)의 크리에이터가 다른 카테고리(가령 요리)의 영상을 만들 경우 이를 알리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용할 경우 히팅 기능은 "알고리듬이 정확한 오디언스를 찾는 것을 도울 수 있다"라는 것이다.

사람의 큐레이션

플랫폼이 특정 포스트의 도달(reach)을 늘리기 위해 재량권을 사용해온 역사는 순탄치 않다. 사람이 콘텐츠 큐레이션에 개입해서 온라인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허위 정보의 확산을 억제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사용자들에게 강요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틱톡의 경우 정치적인 조작에 대한 두려움은 중국 정부가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에게 압력을 행사해서 틱톡에서 특정 내러티브를 확산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닿아있다. 틱톡은 과거 중국에 비판적인 내용을 검열한 적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고, 작년에는 바이트댄스에서 일했던 전 직원이 버즈피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이트댄스의 다른 앱인 탑버즈(TopBuzz, 뉴스 앱으로, 지금은 서비스 종료)가 친 중국 메시지를 미국인들이 보는 뉴스피드 최상단에 고정해두었다고 밝혔다. 바이트댄스는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틱톡은 중국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미국인들이 보는 콘텐츠를) 히팅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기를 거절했고, 중국 정부나 중국의 매체가 만든 콘텐츠를 히팅했는지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이 보도가 나간 후 틱톡의 대변인 모린 셰이너핸은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고려 중인 국가안보협정에 따라 미국 내 모든 영상 홍보 프로토콜과 그 절차는 외국인투자위원회와 외부 기관의 감사를 받을 수 있으며, 틱톡의 미국데이터안보팀(USDS)이 신원을 확인한 직원들만 히팅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틱톡의 미국 데이터를 관리하는) 오라클이 소스코드를 리뷰해서 콘텐츠를 프로모션하는 다른 수단이 없도록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틱톡은 현재 외국인투자위원회와 계약을 협상 중에 있고, 이 계약을 통해 이 앱을 해외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는 국가안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연방의회 의원이 외국인투자위원회가 맺으려는 계약이 충분하지도 않고,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을 것을 우려해 아예 틱톡을 미국에서 금지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한 베이징 본사 임원의 주도하에 한 팀이 보도에 도움을 준 정보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들의 (물리적) 위치를 감시, 추적했음을 인정했다. 바이트댄스는 이에 연루된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다고 주장한다.

틱톡이 도입하겠다고 밝힌 투명성 조치. 그러나 '히팅' 기능은 언급하지 않았다. (출처: 틱톡의 블로그)

지난 12월에는 추천 영상에 "이 영상을 보게 된 이유(Why you're seeing this video)"라는 제목의 창(패널)을 영상에 추가해서 사용자가 왜 특정 영상을 보는지를 설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발표한 틱톡의 블로그는 이 기능을 "의미 있는 수준의 투명성"이라면서 "이 비디오가 미국에서 인기 있기 때문"이라거나 "OOO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이 블로그 포스트에 히팅 기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히팅되는 영상인지 여부도 이 기능을 통해 알 수 있게 되느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앞으로도 콘텐츠 추천을 좀 더 자세하고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모호한 답을 남겼다.

스탠포드의 두에크 교수는 틱톡이 히팅 기능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사용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거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좀 더 정확한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투명성은 비판을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