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민은 국경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러시아의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서쪽으로 날아와 크루즈 미사일을 쏘고 돌아가는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들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러시아의 후방에서 폭격기가 이륙했다는 경보—미국이 인공위성으로 러시아의 주요 전쟁 자산의 이동을 감시하고 있고, 이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가 시민들의 폰에 뜨면 그때부터 시작해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떨어질 때까지 약 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방공호로 이동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러시아군은 이 폭격기들을 자주 사용했다.

우크라이나가 이 위협을 제거할 방법을 찾은 건 2023년 말이었다고 전해진다. 우크라이나의 첩보기관인 SBU가 세운 '거미줄 작전(Operation Spiderweb)'이라는 작전의 핵심은 작고 저렴한 사용 드론들을 대형 컨테이너에 숨겨 러시아군의 전략 폭격기가 있는 부대 근처로 이동시킨 후, 이를 사용해 활주로 옆 주기장에 대기 중인 폭격기를 폭파하는 것이다. 기발한 만큼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작전이었다.

현재 러시아는 경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컨테이너가 러시아 국경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화물 검사 과정에서 발각될 위험이 컸다. 전문가들은 드론을 넣은 컨테이너들이 러시아로 밀수되는 물건들이 이동하는 카자흐스탄 등의 국경을 통과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리고 화물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컨테이너 지붕을 이중으로 만들어 그 틈에 작은 드론들을 넣었다. 약간의 두께 차이를 세심하게 보지 않는다면 밖에서 봐도,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도, 수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The Guardian

작전 성공 후에 우크라이나에서 공개한 사진들(위 오른쪽)을 보면 컨테이너 위에 패널이 세 장씩 붙어 있는 게 보인다. 분석에 따르면 이는 태양광 패널로, 드론을 충전 상태로 유지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것은 이 작전을 준비할 당시, 이를 실행할 시점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준비된 드론을 띄우지 않고 일 년 반이나 기다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러시아의 폭격기들은 계속 출격해서 우크라이나를 파괴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치밀한 준비와 전략적 인내심은 이스라엘이 2024년 9월, 4천 개에 가까운 무전기와 무선호출기(삐삐)에 몰래 장착된 폭약을 터뜨려 헤즈볼라 지도부를 공격한 작전(Operation Grim Beeper)을 연상시킨다. 이스라엘은 이를 위해 유럽에 위장 회사까지 설립했고, 폭약이 설치된 기기들이 헤즈볼라 지도부의 손에 들어간 후에도 일 년 가까이 기다렸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 후에 실행된 이 테러 공격에서 모사드는 호출기를 울리게 해서 사용자가 번호를 확인하려고 기기를 눈앞에 가져가는 순간 폭발하게 하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공격했거나, 공격을 시도한 러시아 공군기지는 총 5곳이다. 그중 가장 동쪽에 있는 우크라인카 공군기지는 러시아가 가끔 동해 상공으로 보내는 전략폭격기들이 출발하는 곳으로, 이곳으로 이동한 트럭이 폭발하는 바람에 공격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성공한 곳(1~4)과 실패한 곳(5)
이미지 출처: Substack

작전은 대략 다음과 같이 실행되었다. 우크라이나의 SBU는 러시아에 유령 회사를 세워 물건을 수입하는 것처럼 속여 컨테이너들을 러시아로 들여온 후 모처에 대기하게 했다가, 작전 실행이 결정된 6월 1일, 각 공군 기지 인근으로 컨테이너를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는 이게 군사작전인 줄 전혀 모르는 러시아 운전기사들을 사용했고, 이들은 기지 근처의 주차장이나, 혹은 길가에 트럭을 세워두고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트럭이 정차한 후 원격 조종으로 컨테이너의 상부가 열리고, 드론이 기지를 향해 날아가 목표물인 전략 폭격기를 차례로 공격했다. 아래의 영상들은 드론이 공격하는 모습을 다른 드론이 촬영한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공개했다.

위의 영상들을 본 사람들은 러시아의 군용기들 위에 타이어가 많이 놓여 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언론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러시아가 이런 종류의 공격에 나름 마련한 대비책이었다. 충격을 완화하거나, 파편이 기체의 취약부를 파괴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임시방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드론의 공격을 회피하려면 제대로 된 격납고를 만드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라고 지적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전쟁이 시작된 후로는 그럴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공군은 적이 인공위성이나 정찰기로 감시하는 것을 피하거나 속일 목적으로 바닥에 비행기 모양을 그려 놓거나 물건을 비행기 모양으로 쌓아두기도 하지만, 드론 공격 시대에는 전혀 통하지 않는 낡은 수법에 불과하다.
이미지 출처: DNyuz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가 보유한 전략 폭격기의 1/3에 해당하는 41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물론 전쟁 중인 국가들이 발표한 수치는 과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외부 기관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소 20대가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전략 폭격기의 20~34% 정도를 잃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건 엄청난 손실이다.

러시아에 전략 폭격기가 중요한 이유는 푸틴이 이를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전략 폭격기가 핵무기를 적국에 보내는 3대 플랫폼—대륙간 탄도탄, 핵잠수함, 전략 폭격기—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Tu-95 같은 폭격기는 러시아가 더 이상 생산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번 손실을 어떻게 만회할지도 알 수 없다.

이번 작전에 동원된 드론은 총 117대로, 개당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270만 원에 불과하다. 물론 이 작전에 들어간 액수는 작지 않겠지만, 러시아에 많게는 9조 원에 달하는, 만회하기 힘든 피해를 입힌 작전임을 고려하면 비대칭 전술의 가장 완벽한 예일 것이다.


이 작전의 성공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작전은 미국에 상의하거나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이 제공한 무기가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국제 문제 전문가인 이언 브레머(Ian Bremmer)는 우크라이나가 말은 그렇게 했어도 트럼프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것을 싫어할 뿐 아니라, 젤렌스키보다 푸틴과 훨씬 더 가까운 사람이다. 그의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위태로운 상황이기는 해도 여전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군사적 지원을 하는 나라다. 그런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전략 자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군사작전을 미국에 통보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행한다면 트럼프의 분노를 살 것이고, 이로 인해 생기는 외교적 피해가 작전을 통해 얻는 군사적 이익보다 클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열린 백악관에서의 정상 회담은 외교적 재난에 가까웠다.
이미지 출처: ABC News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트럼프에게 먼저 알렸다고 발표한다면, 이는 트럼프가 공격을 승인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트럼프는 푸틴에게 신뢰를 잃는다. 이런 경우 미리 알리되, 알리지 않았다고 발표하는 것이 모두에게 안전한 방법이 된다.

지난 2월, 트럼프와 밴스는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에게 모욕에 가까운 언사를 했다. 그중에는 "당신에게는 (협상에 유리한) 카드가 없다"는 말도 있었다.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젤렌스키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거미줄 작전' 카드가 있었다. 그는 이 카드를 손에 가만히 쥐고 있다가 푸틴의 무리한 요구로 평화 협상에 진전이 없자 사용한 것이다.

아주 효과적인 사용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 작전 이후로 러시아 협상단의 태도가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가 비슷한 비밀 작전을 더 갖고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그 가능성만으로도 러시아는 협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생긴다.

그러나 군사적 위협만을 놓고 본다면 세계는 좀 더 위험해졌다는 게 이언 브레머의 생각이다. 푸틴은 이번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러시아가 중요한 전략 자산을 잃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푸틴은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가 이런 대담한 행동을 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는 자기가 만만하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언 브레머
이미지 출처: KPBS

"푸틴은 스웨덴과 핀란드가 NATO에 가입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했는데, 두 나라는 보란 듯 가입했습니다. 독일에게는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 탱크를 지원하면 대가를 치를 거라고 위협했는데, 독일 정부는 탱크를 보냈죠. 하지만 두 경우 모두 푸틴은 아무런 보복을 하지 못했고, 그의 위협은 공허한 말이었던 것으로 보이게 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 자원의 손실까지 겪었으니, 체면이 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브레머는 이 상황에서 푸틴이 판세를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전술핵을 사용할 위험(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2022년2023년에 발행한 글을 참고)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러시아가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나토에게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항상 3차 세계 대전을 걱정하는 트럼프를 놀라게 해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수 있다는 거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드론 전쟁의 시대에도 핵은 여전히 최종 억지력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