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에게 "You're next (다음번 대통령은 당신)"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의 현재 입지와 인기를 보면 트럼프를 제외한 그 누구보다도 확실한 공화당 후보감이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가 2024년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드산티스는 단연 공화당의 선두주자다.

그의 인기는 승리 가능성에서도 드러난다. 표 1(아래)은 2020년 대선에서 각각 바이든과 트럼프를 찍은 유권자들이 2024년에 둘 사이의 재대결이 일어났을 때 다시 같은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당시 바이든을 찍은 유권자의 95%가 (바이든이 재선에 나올 경우) 그를 다시 지지하겠다고 답한 반면, 트럼프를 찍었던 유권자는 91%만 그를 다시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 여론조사 내용 전체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현재 의회가 조사 중인 '1월 6일 의회 난입 사건'의 실상이 점점 더 드러나면서 그에 대한 중도층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고, 대다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가 재선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바이든을 상대로 패한다는 예측은 트럼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트럼프 대신 드산티스가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표 2를 보면 드산티스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경우 트럼프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97%가 그를 지지하겠다고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드산티스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경우 2020년에 바이든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 다시 바이든을 찍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90%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만큼 드산티스가 매력적인 후보라는 얘기다.

드산티스의 이런 매력이 오로지 그가 가진 '스펙'에서 온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그의 '더블 아이비리그' 학력이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호감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어도 트럼프 지지자들은 동부 명문대학교 출신 '엘리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영리한 드산티스는 이를 잘 알고 있고, 미국 남성들의 대학 진학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내 생각에는 이건 좋은 신호"라면서 노골적으로 저학력 남성들을 끌어들이는 발언을 한다. (참고로, 미국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늘고 있어서 몇 년 안에 여성의 진학률은 남성의 2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 트럼프 지지자들이 드산티스를 좋아하는 것은 아이비리그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아이비리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에 가깝다.

드산티스는 2012년, 34세의 나이에 연방 하원의원이 되었고,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에 상원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전력이 있다. 그러다가 플로리다에서 트럼프의 높은 지지율이 확인된 후 2018년에 주지사에 출마해서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의 당선은 바람몰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상대는 민주당의 앤드류 길럼(Andrew Gillum) 후보로, 선거운동자금과 관련한 부정 문제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드산티스는 3만 4,000표(0.4%) 차이로 힘겹게 이겼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지사에 당선된 후에도 드산티스는 트럼프에 대한 충성을 표시한 대가로 그의 지지를 받아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는 많은 공화당 정치인 중의 하나로 보였고, 그들과 특별히 구분되는 점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드산티스 브랜드의 성장

뉴요커는 지난달 '론 드산티스는 트럼프를 대체할 수 있을까(Can Ron DeSantis Displace Donald Trump as the G.O.P.’s Combatant-in-Chief?)'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프로필 기사를 게재했다. 드산티스를 설명해주는 일화들이 가득한 이 기사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감염학 교수 제이 바타차리아(Jay Bhattacharya)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바타차리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적 봉쇄 전략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라면서 팬데믹 대처방법을 바꾸자고 주장한 '그레이트배링턴 선언(The Great Barrington Declaration, 한국어 버전)'에 참여한 소수의 학자들 중 하나다. 뉴요커 기사의 첫 단락은 캘리포니아에 사는 바타차리아 교수가 플로리다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은 이야기다. 드산티스는 CDC의 팬데믹 가이드라인과 앤서니 파우치 박사의 지휘로 이뤄지는 일련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플로리다의 경제를 파괴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학자들의 의견을 구하려고 전화한 것이다. 당시 바타차리아 교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대하면서 동료들의 반발을 샀고 "테뉴어(정년 보장)를 받지 않았으면" 교수 자리를 잃을뻔 했다고 회상한다. 그런 바타차리아는 드산티스와 통화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드산티스가 관련 연구논문들을 초록(abstract) 만이 아니라 모두 찾아 읽은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트럼프와의 차별점이다. 트럼프와 드산티스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에 크게 반발하고 CDC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기 싫어했던 것은 똑같지만 (이는 경제 성적표가 재선에 필수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모습이기도 하다) 잘 알다시피 트럼프는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햇볕을 쬐거나 손 소독제를 주사하면 어떻겠느냐는 황당한 제안을 할 만큼 무지한 발언을 하는 반면, 드산티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논문을 찾아 읽는 부지런함을 갖췄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과학자나 지적하겠지만, 결론을 내리고 거기에 부합하는 논문을 찾아 읽는 태도가 과학적인 자세는 아니다.)

참고로, 드산티스와 관련된 기사를 읽다 보면 그의 빠른 학습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위의 기사를 쓴 기자는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드산티스 주지사의 아버지를 다짜고짜 찾아가서 질문을 던지고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그가 들려준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에 따르면 론 드산티스는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서 일단 마음을 굳히면 바꾸기 힘들었단다. 운동을 잘해서 예일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야구로 장학금까지 받았는데 (한국의 체육 특기생과는 좀 다르다) 어릴 때 아버지와 배팅 연습을 하면서 관심과 실력을 쌓은 듯하다.

그런데 어느 날 'The Science of Hitting(안타의 과학)'이라는 책을 읽고 '쉽게 배트를 휘두르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배운 그는 아버지가 좋은 공을 던지기 전에는 절대 휘두르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공을 50만 번은 던졌을 거 같은데 걔는 한 500번 정도 방망이를 휘둘렀을 걸?" 학습이 빠르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난 건 분명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건 나한테서 물려받은 건 아니다"라고 한다.

물론 드산티스가 처음부터 이렇게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대했던 건 아니다. 팬데믹 초기에는 파우치 박사의 조언에 따라 락다운 조치를 취하기도 했지만 2020년 4월이 되자 태도를 바꿔 연방 정부의 지휘를 "파우치의 디스토피아(Faucian dystopia)"라고 부르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렇다면 플로리다의 피해는 어땠을까? 아무리 주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대한다고 해도 피해자가 많이 생기면 얘기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플로리다는 공화당 정치인이 이끄는 주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피해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물론 미국 자체가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한 나라임을 감안하고 봐야 하는 숫자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50개 주의 팬데믹 대응 성적(나이 등의 위험요인을 고려한 팬데믹 사망률)을 비교한 한 자료에 따르면 드산티스의 지휘를 따른 플로리다주는 28위를 했다. 플로리다와 달리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던 캘리포니아주가 27위, 뉴욕주가 47위를 한 것을 고려하면, 별 차이가 없는 성적이다. (아래의 업데이트된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15위, 플로리다는 19위다.)

물론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뉴욕은 온 나라가 준비가 되지 않았던 초기에 직격탄을 맞은 나라이고, 주마다 상황은 크게 다르다. 게다가 이 연구 자체가 헤리티지 재단과 'Committee to Unleash Prosperity'에서 조사했다는 데서 오는 편향성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 혹은 민생을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요하지 않겠다고 작정한 주 정부의 성적표로서는 거의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드산티스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을 받지만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외부 자료는 갖춘 것이다.

하지만 드산티스의 이런 자랑은 트럼프와 사이에 미묘한 갈등을 낳을 수 밖에 없다. 그가 반대한 '연방정부의 지휘'는 파우치 박사의 지휘이기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지휘였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 트럼프 본인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대하는 지지자들과 백신 개발을 비롯한 실질적 방역 노력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모순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팬데믹 초기에 가벼운 감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감염병을 과소평가하다가 백신 개발에 성공한 후에는 이를 자신의 업적으로 강조하고 접종을 권장하는 과정에서 지지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드산티스 본인도 다르지 않다. 그는 처음에는 백신 접종을 권장했다가 자신의 지지자들이 백신 얘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안 후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백신을 접종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나중에 부스터 주사가 나온 후에는 이를 맞았는지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들 그가 부스터 접종도 마쳤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끝끝내 그 사실을 개인정보,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말하지 않은 것은 지지자들의 비난이 두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드산티스의 태도를 두고 트럼프가 "배짱도 없는(gutless)" 태도라고 조롱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은 지지자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말했다고 야유를 들어야 했는데, 자신의 임기 중에 만들어낸 백신의 혜택을 보고도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지지자를 챙겨가려는 얌체짓이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지지층을 읽는 트럼프와 영리하고 치밀하게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드산티스가 실제로 맞붙게 된다면 어느 쪽이 유리할까? 혜성처럼 등장한 드산티스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까?

('Florida Man ③'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