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미국과 서방 세계는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계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고, 푸틴 역시 공세를 늦출 생각이 없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알게 된 것도 많다. 앞으로 두세 편의 글을 통해 이를 소개하려 한다.

오늘은 먼저 21세기 전쟁터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설명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글이다. 세계의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을 하나의 중요한 학습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이 배운 것 중에서 다섯 가지 교훈을 추렸다. 이 기사는 다소 거칠게 작성되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의역을 사용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통해 21세기의 전쟁터에서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다. 이 전쟁이 보여주는 교훈 중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재확인한 것도 있고, 과거에는 몰랐던 것도 있다.

전쟁터에서 일어난 혁신 중에는 드론이 있다. 여기에는 저렴한 일반용 드론을 개조한 것들도 포함된다. 이번 전쟁에서 드론은 적을 감시하고 폭탄을 떨어뜨리기도 하는 등, 그 어떤 전쟁에서보다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드론은 전쟁터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값싼 기술이 비싼 무기를 제압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워싱턴의 씽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전략가이자 군사 역사학자인 엘리엇 코언(Eliot Cohen)은 이를 두고 "이제 누구나 공군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군이 일반 상업용 드론을 활용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The Japan Times)

오래된 전투 플랫폼도 여전히 작동한다. 가령, 러시아군은 구식 대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코언은 이런 일은 전쟁사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것으로, 특정 형태의 전투방식이 사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갑자기 쓸모없게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포격에서는 무작정 많이 쏟아붓기만 하는 것보다 사격의 정확도와 사거리(range)가 훨씬 더 중요하다. 우크라이나군이 전투에서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포를 쏘면서 많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하이마스(HIMARS)와 같은 정확도 높고 사거리가 긴 서구의 무기의 덕택이다.

탱크도 동원되었고, 현대전에서 탱크가 과연 아직도 유효하느냐에 대한 논쟁은 다시 등장했다. 서방 국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2,000대 이상의 탱크를 잃었다. 이를 두고 탱크가 대전차무기로 원래 이렇게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가 탱크의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아직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점도 많다. 그중 하나가 전쟁에서 우주 공간이 차지하는 역할이다. 우크라이나는 상업용 인공위성과 미국의 군용 인공위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기밀 사항이라 실제 전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알기 힘들다.

하르키우 외곽에서 러시아군과 대치 중인 우크라이나군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 Times)

이번 전쟁은 몇 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제일 먼저 우크라이나군은 초전에 승리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을 무산시켰다. 원래 푸틴은 수도 키이우를 빠르게 공격하는 한편, 여러 개의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수도로 진격하는 러시아군을 몰아냈고, 하르키우와 헤르손 주변을 장악했던 러시아군도 격퇴했다.

이런 실패를 경험한 러시아는 소모전에 가까운 포격에 의존했고,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을 쏘고 드론을 보내어 전력 생산시설을 파괴하고,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했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러시아의 군사 목표물에만 집중되었다. 그리고 지난 몇 달 동안은 양측이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선이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 서방 국가들이 보내는 탱크와 장갑차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서방 세계의 군사 분석가들은 지난 15년 동안 러시아가 군의 전력을 재편하고 현대화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버티기 힘들 것으로 예측했고, 그랬던 탓에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에 보여준 승리는 더욱 돋보였다. 미 육군 소장 출신으로 현재 미국의 유럽 정책분석센터의 시니어 펠로우인 고든 데이비스(Gordon Davis)는 "우리는 러시아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다"라고 인정하면서 "솔직히 말하면 러시아가 많이 변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한다. 그에 반해 우크라이나의 능력은 과소평가했다고 한다. "서구에 편입되고자 하는 그들의 야망과 결의 , 능력과 끈기"가 이 정도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일어난 전투, 가령 동부 바흐무트 주변에서 전선의 변화가 거의 없이 양측이 포격을 주고 받은 전투에서는 1차 세계대전에서 본 것과 비슷한 패턴이 보였고, 지난해 9월에 우크라이나군이 동북부를 전격적으로 치고 들어간 전투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서 흔히 봤던 전술이 목격되었다.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군이 생각보다 고전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은 기대보다 잘 싸우고 있지만 이 사실만으로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육군 중장 출신으로 미국의 유럽 사령부에서 부사령관을 역임한 스티븐 트위티(Stephen Twitty)는 "러시아군이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번 전쟁을 통해 알게 된, 혹은 재확인한 다섯 가지 교훈이다.

1. 가장 중요한 것은 군의 사기다

Morale: Three Parts of Four

사기(morale)가 군사적 성공에 중요하다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2백여 년 전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는 전쟁터에서 군인들의 사기가 체력이나 군 장비보다 3배는 더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흔히 "전쟁에서 정신력은 체력보다 3배 더 중요하다"라고 하는 말이 나폴레옹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자신들에게 도덕적 명분이 있다고 확신할 뿐 아니라, 자기 가족과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 싸우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들은 그저 "특별 군사 작전"을 수행하라는 명령을 따르는 러시아군을 물리치고 있다. 러시아 병력은 군 지휘부의 형편없는 리더십과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장비, 질이 떨어지는 식량과 전투복으로 고전 중인데, 심각한 병력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들어온 예비군 병력이 제대로 훈련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사기가 더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Foreign Affairs)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리더십이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전의를 북돋울 뿐 아니라, 서방 세계의 지원을 열심히 끌어오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의 생존이라는 목표와 국가의 자결권을 제시하는 동시에 군의 지휘관들은 오로지 군사적 목표에만 집중하게 하는 데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러시아의 경우, 모스크바가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의 지역에서 군사적 성공을 보여주려는 정치적인 목적을 앞세우는 바람에 군사적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하는 (학살 등의) 행동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생명과 독립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투지를 계속해서 심어준다. 트위티 중장은 "군인이 싸워야 하는 이유를 아는 것은  (전투에서) 아주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2. 계획은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무너진다

No Plan Survives First Contact With the Enemy

푸틴의 계획도 그랬다. 원래 이 격언은 프로이센의 군지휘관이었던 헬무트 폰 몰트케(Helmuth von Moltke)의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투는 한 쪽만 하는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얘기한다.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도 비슷한 말을 했다. "누구나 계획을 갖고 있다, 입에 주먹이 날아들기 전까지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류스 대학교에서 전략학을 가르치는 필립스 오브라이언(Philips O'Brien) 교수는 전쟁에서 계획은 쉽게 빗나간다면서 "전쟁에서는 일을 망치거나 실수하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발전하는 게 일상적인 일이다"라고 말한다.

모스크바는 서방 세계의 분석가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군의 실력을 과대평가했고,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빼앗은 이후로 우크라이나군의 실력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과소평가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세계의 단결력을 예상하지 못했고, 러시아군의 전략가들은 텍사스주 면적에 가까운 넓은 나라를 점령하기에는 너무나 적은 병력을 보냈다.

오브라이언 교수는 러시아가 미국이 복잡한 군사작전을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보면서 착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미국이 군사작전을 쉽게 수행하는 것을 보고 "전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비현실적인 전망을 하게 되었다"라는 것이다.

그런 미국도 군사작전에 성공하기는 하지만 전략적 성공은 훨씬 더 어렵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여준 것처럼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기가 더 어렵다.

3. 숫자로 표시되는 게 전부가 아니다

There Is More to War Than What It Says in Books

전쟁에서는 눈에 보이는 요소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가 있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는 러시아가 보유한 탱크와 전투기, 병력 처럼 숫자로 표시되는 요소와 러시아군의 군사교리(軍事敎理, military doctrine)에 집중해서 상황을 가늠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자신들이 보유한 무기와 장비의 우월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자신들의 군사교리를 따르지 않았고, 전력을 효과적으로 통합하지 못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실패했다. 러시아의 공군력은 무기의 수와 성능에서 우크라이나보다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번 전쟁에서 그 역할이 예상과 달리 미미했다.

전략국제연구센터의 엘리엇 코언은 "이번 전쟁은 단순히 군대가 가진 장비의 숫자나 군사교리를 보고 전쟁을 판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조직의 효율성과 병력의 사기, 싸우려는 의지 같은 것은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전쟁이 가진 복잡성이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모두 소위 제병합동전(諸兵合同戰, combined arms warfare)을 추구했다. 전장에서 장갑차와 병력, 대포, 방공무기, 공병, 통신, 전자전 등의 요소를 통합적으로 지휘, 운용하는 것이 제병합동전인데, 데이비스 소장은 "전술적인 수준에서 이런 통합관리는 고강도 전투의 승리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터키제 드론들 (이미지 출처: Defense News)

이런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성공한 쪽은 우크라이나다. 런던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of Strategic Studies)의 지상전 전문가 벤 배리(Ben Barry)는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통한 공격과 드론 방어체계가 제병합동전의 일부임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설명한다.

코언은 우크라이나군이 중요하지만 쉽게 측정되지 않는 자질 두 가지를 보여줬다고 말한다. 적응 능력과 빠른 이동 능력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평상시라면 사용법을 배우는 데 오래 걸렸을 여러 종류의 무기를 빠르게 익혀서 사용하는 모습을 거듭거듭 보여줬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중에 서방 국가들로 부터 수십 종의 서로 다른 장비를 받았다. 이런 장비들은 사용법과 정비 방법, 그리고 수송 방법을 모두 따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었지만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이를 모두 익혀서 사용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군사용이 아닌 일반 상업용 장비들도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군이 일선의 초급 장교나 하사관들에게 결정권을 부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성공의 요인 중 하나다. 이는 모든 결정이 상명하달식으로 이뤄지는 러시아군과 대조를 이룬다. 이런 방식 때문에 러시아군은 결정이 느리고 상황이 빠르게 변하는 전투 현장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러시아도 적응을 하기는 했다. 공격을 돈바스에 집중하기로 한 것과 키이우와 헤르손에서 후퇴하는 데 성공한 것이고, 병력의 손실에 신경 쓰지 않는 2차 대전 시절의 전투 방법으로 회귀한 것도 적응이라면 적응이다.

4. 공격은 방어보다 힘들다

Offense Is Harder Than Defense

공격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때는 보급선이 미처 따라오지 못하고 병참부대가 한참 뒤처질 위험이 발생한다. 그런 일이 생기면  전진 중인 부대는 식량과 연료, 탄약 등의 필수적인 보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모든 조건이 똑같다면 공격은 방어보다 어렵다.

러시아가 전쟁이 시작된 직후 키이우로 진군하는 과정에서 바로 이 문제에 직면했다. 러시아의 탱크들은 우크라이나의 수도로 가는 길에 길게 늘어섰고, 병참부대는 한참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연료를 비롯한 각종 보급이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 연료가 바닥난 러시아의 탱크는 길가에 버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9월 하르키우 주변에서 러시아군을 무찌르면서 공세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이는 러시아가 헤르손을 지키기 위해 병력을 옮기는 바람에 러시아군의 방어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군은 11월에는 비로소 헤르손에서도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그 과정은 무척 느리게 진행되었고, 러시아군의 철수는 훨씬 정연하게 이뤄졌다.

이동 중에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을 받는 러시아 탱크들 (이미지 출처: LBC)

현재 러시아군은 이런 패배를 겪기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짧아진 전선을 방어하고 있다. 상업용 위성을 통해 확인된 바로는 러시아군이 대전차 방어망을 만들고 있다. 대전차 장애물과 참호 등으로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양(量)도 하나의 질(質)이다"라고 했던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말처럼 병력을 전방에 쏟아붓는 중이다.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병력은 복잡한 공격보다는 방어에 더 유용하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런 병력을 전방에 보내어 죽게 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포병부대의 위치를 확인한다. (적에 포격을 할 경우 포의 위치가 노출되기 때문이다–옮긴이)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들에서 지원받은 탱크와 보병장갑차를 공격에 활용할 예정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부대가 전선을 뚫고 우크라이나를 공격해올 경우 필요하게 될 무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전쟁 초기 이후로는 의미있는 진격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서방의 분석가들은 (새롭게 투입된)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러시아 병력이 질이 떨어지는 무기를 가지고 전쟁터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게 생각한다.

5. 전쟁터는 투명해졌다

The Transparent Battlefield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 의미에서 과거의 그 어떤 전쟁보다 눈에 잘 보이는(visible) 전쟁이다. 군사령관들도, 외부 세계도 전쟁터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쟁터에서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드론을 비롯한 신기술, 그리고 상업용, 군사용 인공위성의 활용으로 가능해졌다. 심지어 일상적인 스마트폰도 전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온라인에서 오픈소스정보(open-source intelligence, OSINT)를 통해 방대한 아카이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활용 (이미지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이번 전쟁에서 전투 현장을 더 잘 들여다보는 쪽은 우크라이나군이다. 지난주 국제전략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용, 군사용 인공위성의 도움으로 우주공간은 우크라이나에게는 도움이 되는 존재(enabler)인 반면, "러시아의 경우 (위성의 활용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세인트앤드류스 대학교의 오브라이언 교수는 이제 적이 눈치채지 못하는 기습은 일어나기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방심한 미군을 공격했던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 같은 일은 재현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전쟁은 강한 정보력이 동원되는 흥미로운 양상을 띤다"라면서 "서로가 상대편 부대가 어디에 있는 지 아주 잘 안다. 그 어느 때보다 눈에 잘 보이는 전쟁터가 된 것이다. 이런 건 과거 전쟁에서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투명한 것은 아니다. 전선에서 양측이 충돌하면 모두가 큰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여전히 발생하고, 우크라이나군은 기습 공격을 통해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낼 수 있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배리 연구원은 "전쟁터가 잘 보이게 되었기 때문에 작전의 기밀 유지와 적을 기만하는 일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