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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 게임즈와 애플 사이의 법정 대결이 일단락 되었다. 언제, 왜 시작되었고, 어떤 쟁점이 있는지는 5월 25일자 커피팟이 잘 설명했지만, 이 싸움의 발단, 혹은 핵심은 애플의 앱스토어가 앱 개발사들에게서 챙겨가는 30%의 수수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개발사들의 불만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커져왔는데 에픽 게임즈가 총대를 메고 애플과 맞붙기로 한 것이 2020년 8월이다. 에픽은 앱스토어를 우회해서 결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발표했는데, 이건 애플의 앱스토어가 가진 중요한 룰(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다른 결제 방식의 홍보를 제한하는) "anti-steering"이란 규정이다)을 보란 듯이 어긴 것이다.

여기에서 "보란 듯이"는 단순한 관용어 표현이 아니다. 에픽은 애플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대신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일부러 공개적인 싸움을 걸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규정에 따라 에픽을 앱스토어에서 쫓아냈고, 에픽은 이를 법원으로 가져갔다. 이 모든 것은 이미 에픽의 게임 플랜이었다.

그로부터 약 8개월 후인 5월 초에 애플과 에픽은 애플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서 3주에 걸친 공방을 시작했고, 지난 월요일에 일단락되었다. 판결이 언제 내려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3주 동안의 변론 내용과 수 천 개에 달하는 문서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7,8월은 되어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재판에 주목하는 이유

이 재판은 배심원이 있는 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은 판사가 내린다. 따라서 판사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심이 모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가 평소에 빅테크나 게임사에 대해서 어떤 의견, 혹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무래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사건을 맡은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Yvonne Gonzalez Rogers 판사가 어떤 사람인지를 자세하게 취재한 기사를 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에 따르면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점심시간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한 적이 있고, 아이에게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한 덕분에 자신의 아들이 현재 항공 엔지니어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 재판은 게임 개발사인 에픽 게임즈에 불리할 수 있다. 판사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무관하게 이 재판은 아무래도 애플에게 유리하게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에픽이 들고 나온 '애플=독점기업'의 논리를 사용하기에는 아직 의회에서 반독점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반면, 애플의 주장 역시 나름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주 동안의 재판 과정을 지켜본 언론에서는 대체적으로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를 칭찬하는 분위기다. 법정에 출두한 애플과 에픽 게임즈의 CEO와 경영진, 변호사들에게 날카롭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연방의회 청문회가 항상 실망스럽게 끝나는 이유가 기초적인 공부도 하지 않고 오는 의원들 때문이라면 이 재판을 이끄는 연방판사는 달랐다. 게다가 그 질문들이 어느 한 쪽에 유리하지 않은 질문들이라서 의중을 내보이지 않았다("not tipping her hands")는 평가가 많았다. 즉, 사안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는 능력있는 판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은 왜 중요할까? 앞서 말했듯이 미국의 의회는 실리콘밸리의 빅테크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데, 그 결정에 동원될 수 있는 중요한 판례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판결에 불복한 쪽은 연방대법원으로 이 문제를 가져갈 수 있겠지만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의 판결은 큰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애플은 이번 재판과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유럽에서 스포티파이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말에 애플이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독점행위를 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애플에게 12주 내에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물론 애플은 반론을 제기하겠지만, 그 즈음에 나오게 될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그 향방에 따라 애플의 주장을 뒤받침할 수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재판 중에 드러난 쟁점들

이 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 패한 쪽이 파렴치한이라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그런 재판이 아니고, 빠르게 바뀌고 있는 기업환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가 더 중요한 재판이다. 따라서 살인사건의 재판처럼 증거물 하나가 결과를 좌우하는 게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떤 틀로 볼 것이냐, 즉 프레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이 문제에 대한 판결을 만든다. 따라서 에픽 게임즈와 애플 모두 이 문제를 보는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들고 나왔고 이 프레임이 쟁점이 되었다.

첫번째는 아이폰이 '시장'이나 '콘솔'이냐의 논쟁이었다. 에픽 게임즈의 주장처럼 아이폰이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면 애플은 시장을 장악한 채 높은 수수료를 뜯어내는 독점기업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미국에서 47%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이 비율은 더 커지고 있다. 물론 사용자들이 원하면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꿀 수 있지만, 스마트폰을 바꾼다는 것은 자신의 디지털 환경을 크게 바꾸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게임 하나 때문에 폰을 바꾸는 상황은 상상하기 힘들다. 결국 아이폰 사용자들은 에픽 게임즈의 게임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애플은 이에 대항하는 '콘솔'의 논리를 가져왔다. 에픽 게임즈가 제공하는 게임은 각종 콘솔에서 사용할 수 있다. 즉, 사용자가 원하면 다른 콘솔에서 하면 되는 거다. 더 중요한 건 아이폰이 콘솔이라면 모든 콘솔은 자신들이 원하는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아이폰이 못 받을 이유가 없다. 대표적인 게임 콘솔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는 애플과 마찬가지로 게임개발사로 부터 30%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렇듯 애플의 수수료 30%는 어떤 렌즈(프레임)을 통해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애플의 앱스토어가 시장이 아니라 콘솔이라면 이는 하나의 '매장'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에픽 게임즈와 스포티파이가 모두 문제를 삼은 애플의 "anti-steering rule," 즉 애플 기기에서 (애플이 수수료를 떼어가지 못하는) 다른 지불방법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없다는 애플의 규칙도 방어할 수 있다. A 매장에 들어가서 "똑같은 제품을 B 매장에서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걸 허락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두번째는 사용자 보호 논쟁이었다. 재판 마지막 주에 재판장에 등장한 애플의 CEO 팀 쿡은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단일창구를 유지하고 다른 루트로 앱을 다운 받도록 하면 안되는 이유로 사용자 보호를 들었다. 앱을 철저하게 심사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관문(gateway)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데는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다른 관문, 즉 제3자 앱스토어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에픽 측에서는 흥미로운 주장을 꺼냈다. 애플은 맥 컴퓨터라는 또 다른 플랫폼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맥에서는 어느 웹사이트에서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즉 아이폰을 맥처럼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자유로운 플랫폼으로 바꿔야 한다는, 상당히 설득력있는 대안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하고도 애플은 항상 "맥은 윈도우 컴퓨터 보다 안전하다"고 자랑해왔기 때문에 애플로 하여금 모순에 빠지게 하는 일격이었다.

그 주장에 애플은 놀랍게도 "맥은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는 답변을 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부문장인 크레이크 페데리기는 "맥에는 말웨어가 일정 수준 존재"하고 그 수준은 아이폰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인정을 해버린 거다. 언뜻 들으면 앱스토어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 맥을 버스 아래로 던져버렸나 싶지만, 페데리기는 좀 더 세련된 비유로 자신의 말이 가져오는 충격을 완화시켰다. "맥은 운전자가 원하면 길 아닌 곳(오프로드)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자동차"이지만, 아이폰은 "아이들, 아니 심지어 아기들도 사용할 수 있는 기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훨씬 더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어느 한 쪽도 부족하지 않은 훌륭한 공격과 방어였다. 판사의 판결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결국 독점의 문제

최근 액시오스는 애플이 서비스 쪽에서 매출을 늘리는 바람에 다른 기업들과 충돌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 실린 그래프를 보면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서비스부문의 매출이 다른 매출, 즉 제품(기기)들의 매출과 다른 점은 꾸준하다는 것이다. 아이폰의 매출은 애플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신제품이 나오는 분기에 치솟고 다시 내려간다.

그런데 이렇게 꾸준한 서비스 부문 매출은 점점 성장하면서 아이폰을 제외한 어떤 제품보다 애플의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애플이 서비스 매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그래프 하나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하지만 애플의 서비스 부문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용자들이 애플의 하드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애플의 서비스는 애플의 기기와 묶여있는 것이고, 애플은 이렇게 "깔아놓은" 기기들을 통해 서비스를 파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결국 애플은 파이프라인(제품)을 팔고, 그 파이프라인을 통해 물(서비스)도 팔고 있는 셈이다. 에픽 게임즈가 애플과 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도관을 소유하고 있으니 사용료도 마음대로 올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팀 쿡은 앱스토어가 처음 등장한 이후로 수수료는 한 번도 오른 적이 없고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수도관의 비유는 이 재판이 궁극적으로 독점의 정의 문제로 귀결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도 적절하다. 만약 특정 기업의 영역이 너무나 커져서 사실상 소비자들의 선택의 여지가 없어질 경우, 그 기업은 분리되거나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반독점법의 원칙에 가깝다. 왜냐하면 이는 단순히 소비자가 내야하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조직, 따라서 국민의 통제 하에 있지 않은 조직이 커지면 궁극적으로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이 국민이 선출한 권력, 즉 정부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서 그렇다. 한국전력, 코레일(철도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렇다면 애플이 지금과 같은 시장 점유율을 누리면서 서비스 부문과 제품 부문을 강제로 분리하게 되는 상황이나, 서비스의 공공화(public utility) 논쟁에 휘말리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MIT의 경제학자 리처드 슈말렌지Richard Schmalensee는 이번 재판에서 애플 측 증인으로 나와서 애플의 앱스토어가 받는 수수료는 결국 비자나 마스터 카드 같은 신용카드 회사들이 받는 수수료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각 상점마다 단말기를 설치하고, 빠르고 신뢰도 높은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한 후 보안을 책임지는 대신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리처드 슈말렌지는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법 재판 때도 나와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옹호했었다. 이번 재판은 플레이어만 바뀌었을 뿐 같은 과거의 반복이다).

하지만 그런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신용카드 회사들이 거둬가는 수수료는 2,3%에 불과하다. 애플의 30%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만약 애플이 수수료를 그 수준으로 낮췄다면? 이런 재판에 끌려나올 필요도 없었다. 물론 그랬다면 애플의 기업가치는 2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기업이 끊임없는 성장을 해야 하는 주주 자본주의의 논리에 올라타고 있는 한 반독점법 위반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