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왜 모두 💩이 될까? ③ 트위들링
• 댓글 1개 보기19세기 말, 20세기 초 미국 독점기업가들의 행동을 생각해 보자. 이들은 철도를 만든 후에 철도와 경쟁하는 서비스를 없애기 위해 화물 운송 요금을 크게 낮춰 페리 업체들을 파산하게 한 후에 경쟁자가 없어지자 다시 요금을 올려 이익을 가져갔다.
이런 행위는 철도업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가령 제너럴모터스 노면전차 음모 사건(General Motors streetcar conspiracy)이 그렇다. 이 사건은 1930년대-1950년대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를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 지상 대중교통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주요 대도시들의 노면전차 운영 법인들을 사들이고 노선 폐지, 차량 폐차 등 인프라 파괴 행위를 저지른 뒤 그 자리를 버스로 메꿔 넣은 일련의 사태를 말한다.
1938년에서 1950년 사이에 제너럴모터스와 파이어스톤 타이어, 스탠더드오일, 필립스 정유, 맥 트럭스 등은 내셔널 도시철도(NCL)과 그 자회사인 아메리칸 도시철도, 태평양 도시철도에 투자를 함으로써 세인트루이스, 볼티모어, 로스앤젤레스, 오클랜드 등 25개 도시의 노선을 장악했고, 같은 기간 이 노선들은 뜯어져 나가고 버스로 대체되었다. 이 행위에 관여한 자동차 기업들은 대부분 1949년 버스, 기름 판매를 독점하고자 한 공모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대중교통 독점 시도 혐의에 관해서는 무혐의 선고받았다.
이후 전차 대중교통이 제대로 살아 있는 미국의 도시는 뉴어크, 클리블랜드,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뉴올리언스, 보스턴 등 한 줌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전차가 살아남은 이 도시들은 대부분 전차들이 일찍이 지하화되거나 고가화된 도시들이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최근에 나온 'Road to Nowhere'라는 책은 일론 머스크가 보링 컴퍼니를 미국 각 도시에 도입하겠다는 제안을 해서 미국의 공공교통수단의 확대를 저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똑같은 작업을 그냥 마우스를 움직여서 할 뿐이다. 그는 온라인에서 아기 기저귀 판매 1위 매장인 Diaper.com를 인수하려고 가격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하자, 1억 달러를 손해 보기로 하고 아마존에서 엄청나게 낮은 가격에 기저귀를 팔기 시작해 경쟁기업을 없앴다. 그 후 아마존에서 파는 기저귀 값이 다시 올라간 건 당연한 얘기다. 따라서 테크 갑부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과거의 '강도남작(robber baron)'들이 했던 짓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차이가 있다면 컴퓨터를 사용해 훨씬 더 쉽고 빠르게 한다는 것뿐이다.
나는 이런 행위를 트위들링(twiddling, 손잡이 돌리기)이라 부른다. 필요에 따라 손잡이를 돌려 가격 등의 조건을 바꿔가며 자기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처럼 단순히 기업들 사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는 전 세계에 흔해진 긱 경제(gig economy) 안에서는 노동자 개인들을 조종하는 데도 같은 방법이 사용된다. 바로 알고리듬을 이용한 임금 차별이다.
알고리듬을 이용한 임금 차별
우버 운전기사를 생각해 보자. 우버는 운전기사를 폰에 뜨는 라이드 요청은 전부 수락하는 '개미 유형'과 자기에게 편리하거나 유리한 요청만 수락하는 '고르는 유형'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폰에 뜨는 라이드 요청은 전부 응하지만, 후자는 자기에게 편리하고 유리한 라이드에만 응한다. 그런데 우버 입장에서는 운전기사들이 라이드를 고르지 않고 무조건 응하는 개미 유형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더 빠르게 고객에게 갈 수 있으니까 그렇다. 그럼 우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버는 요금을 운전기사마다 다르게 제시할 수 있다. 우리는 개미 유형의 운전기사들에게 더 좋은 조건의 요금을 제시해야 더 많은 운전기사가 개미처럼 일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버의 알고리듬은 고르는 유형의 운전자들에게 더 좋은 요금을 제공한다.
실제로 이런 실험이 있었다. 시카고에서 한 형제가 우버 운전을 시작했다. 한 사람은 '고르는 유형'으로 가끔씩 우버 운전을 했고, 다른 사람은 전업으로 '개미 유형'처럼 우버 일을 했다. 두 사람은 같이 앉아서 각자의 폰에 뜨는 라이드 요청을 보고 있었는데, 똑같은 승객의 요청인데 두 사람의 폰에는 서로 다른 가격이 뜨더라는 것. 그리고 '고르는 유형'의 폰에 더 높은 가격이 제시되었다. 그러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르는 유형'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고르는 유형'은 다른 일을 하면서 간간이 우버 운전을 하기 때문에 우버는 이들에게 좋은 조건의 요금을 준다. 그럼 이 사람들은 '어라? 이 정도 수입이면 다른 일은 그만두고 전업으로 우버 운전을 해야겠는데'라고 결정하게 된다는 거다. 그렇게 해서 하루 종일 우버 운전을 하게 되면 다른 수입원에서 벌던 돈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라이드 요청에 응답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버라는 플랫폼에 생계를 의존하는 '개미 유형'이 된다. 우버 입장에서는 이렇게 목을 맨 운전자들이 많을수록 그들 사이에 경쟁을 일으킬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요금을 더 낮출 수 있게 된다.
기업에게는 최대한의 이윤 추구 행위이지만, 노동자에게는 생계가, 때로는 인생이 달린 문제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우버 운전을 하던 시리아 난민이 있었다. 이 사람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운전을 많이 하기 위해 일주일에 3일을 차에서 자면서 열심히 승객들을 실어 날랐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기가 받는 돈은 다른 우버 운전기사들이 받았다고 소셜미디어에서 자랑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했다. 그 난민 기사는 자기가 다른 우버 기사들 보다 일을 못한다고 자책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그 반대였다. 그 운전기사는 우버에게 유리한 노동자였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알고리듬의 노예가 되어 있다. 그런데 알고리듬이 어떤 이유로 특정 사용자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혜택이 주어지면 이들은 자기가 더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건 인간이 파악하지 못하는 인지의 사각지대(cognitive blind spot)다. 생각해 보면 돈 많고 힘 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이 자기가 가진 능력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힘든 일을 하는 청소부가 자기 탓을 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알고리듬을 사용한 '트위들링'으로 임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 아닐까?
만약 우버가 '개미 유형'과 '고르는 유형'을 구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면 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 결과, 흑인이나 히스패닉처럼 비백인 운전자에게 백인 운전자보다 낮은 임금이 지급된다는 게 밝혀지면 불법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물론 우버는 인종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다. 가장 유리한 금융상품, 모기지 이율은 백인들에게만 보여지는 등의 관행을 보면 인종을 내놓고 차별하지는 않았어도 결과적으로 불법 차별행위로 인정되어 기업은 벌금을 내고 관행을 바꿔야 했다.
다시 독점의 문제
그럼에도 거대 플랫폼들이 이런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을 꺾으려는 미국의 반독점 역사에 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반독점 황금기는 20세기로, 대략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부터 레이건 대통령 때까지다. 당시 미국 정부가 기업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근거에는 몇 가지가 있다. 기업이 정치적 영향력을 너무 많이 갖게 되거나,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혁신을 막는다는 게 그런 이유였다.
그런데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법조계 주변부에 있던 인물 하나가 떠오른다. 로버트 보크(Robert Bork)라는 판사다. 사람들은 이 사람을 레이건 대통령이 연방 대법관으로 임명하려다가 실패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이 사람에 관해서는 '수수께끼 대법관 ②'에서 설명했으니 참조) 그런데 보크는 아주 이상한 책 한 권을 펴냈다. 'The Antitrust Paradox(반독점 역설)'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그는 크게 두 가지를 주장한다. 하나는 독점기업이 등장하는 이유는 그들이 너무나 효율적이어서 경쟁기업들을 몰아내기 때문이니, 그들을 처벌하면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이게 정말 해괴한 주장인데–미국의 의회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독점기업과 싸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것.
물론 이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남북전쟁의 명장 윌리엄 테쿰세 셔먼 장군의 동생인 존 셔먼(John Sherman)은 1980년에 미국 반독점법의 대명사인 셔먼법(Sherman Act)을 만든 상원의원이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정치권력으로서 왕을 섬길 생각이 없다면, 우리는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운송, 판매를 지배하는 왕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황제 앞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면, 우리는 교역을 지배하는 독재자 앞에 굴복해서도 안 됩니다." 셔먼이 걱정한 것은 기업의 효율성이 아니라 권력이었고, 대기업과 대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의 영향력에서 비롯되는 부패였다.
보크의 주장들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독점기업이 과연 정말로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팩트를 사용해 토론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반독점법인 셔먼법과 연방교역법(Federal Trade Act), 클레이튼법(Clayton Act)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법들은 독점기업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민의 대표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걸 막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반독점법을 적용하는 과정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통신을 독점하던 AT&T가 반독점법 위반으로 분리된 건 1982년이었다. 이 기업을 쪼개려고 무려 69년 동안 시도한 끝에 일어난 일이다. 또 미국 정부는 IBM의 독점을 막기 위해 1970년부터 1982년까지 12년 동안 싸웠다. 그 12년 동안 매년 IBM이 외부 로펌에 쏟아부은 돈은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의 일 년 예산보다 항상 더 많았다. 오죽했으면 법무부 내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는 의미로) "반독점의 베트남전"이라고 불렀을까. (미국 정부는 결국 반독점 소송을 포기했다–옮긴이)
기업의 독점을 허용하는 것은 그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점을 방치해서 이미 권력이 집중된 후에 뒤늦게 위험을 깨닫고 이를 되돌리는 건 아주, 아주 어려운 일이다. 독점기업은 너무 크기 때문에 파산하면 안 되고(too big to fail), 너무 크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게(too big to jail) 되기 때문이다. 1950년대 AT&T를 쪼개려고 하자 국방부가 나서서 말리며 "AT&T를 분리하면 우리는 한국전쟁에서 지게 된다"라는 논리를 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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