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왜 모두 💩이 될까? ① 아마존
• 댓글 1개 보기코리 닥터로우(Cory Doctorow)는 SF소설 작가이자, 테크 저술가, 그리고 크리에이티브커먼즈, 오픈 소스 지지자이다. 우리나라에도 몇 권의 책이 번역되었고, 작년에 나온 'Chokepoint Capitalism'에서는 빅테크와 콘텐츠 기업들이 창작자들을 어떻게 쥐어짜고 있는지를 설명해서 큰 관심을 모았다.
닥터로우가 올해 초에 와이어드(Wired)에 발행한 글 'The Enshittification of TikTok'은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똥이 되어버린 틱톡'이다. 온라인 사전을 보면 enshittification(인쉬티피케이션, 굳이 옮기자면 "똥으로 변화")은 닥터로우가 만들어 낸 말이라고 나온다. 똥(shit)이라는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방송에 부적절한 용어고, 이런 걸 제목에 넣을 경우 책 홍보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걸 개의치 않고 제목에 넣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코리 닥터로우"라고 하면 그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작가이기 이전에 운동가(activist)이고, 아주 재치 있는 달변가이기 때문이다.
와이어드에 실린 기사는 그의 책 Chokepoint Capitalism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틱톡이라는 플랫폼이 신나고 재미있는 곳에서 기업과 사용자의 목을 조이며 돈을 짜내는 곳으로 변하는 과정을 설명하지만, 이는 틱톡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 모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닥터로우는 최근 On the Media에 나와서 한 시간에 걸쳐 플랫폼 서비스가 "똥으로 변하는" 과정과 그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잘 아는 것부터 "정말 그랬단 말이야?"하고 깜짝 놀랄 내용까지 다양하게 들어있다. 테크와 업계, 거기에 법과 정치가 곁들여진 내용이지만 전혀 지루함 없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아래 내용은 인터뷰 형식의 대화를 읽기 편하게 옮긴 것이다.
"인쉬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은 온라인 플랫폼이 죽어가는 과정(death cycle)을 말한다. 플랫폼은 인터넷에 고유의 산물인데, 인터넷 자체는 사실상 경쟁 상대가 없고, 디지털이라는 것이 워낙 유동적이어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도 거의 받지 않고 경쟁 상대도 별로 없다. 이들 기업은 필요에 따라 룰을 바꿀 수 있다. 이런 온라인 플랫폼이 죽어가는 단계, 혹은 삶/죽음의 주기는 3단계로 정의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
플랫폼 기업이 처음 등장하는 단계에서는 대개 사용자들에게 유리하다. 아마존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마존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주주, 투자자에게서 받은 막대한 자금이 있었다. 아마존은 이 돈으로 손해 보는 장사를 하면서 소비자에게 실제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판다. 배송 비용도 공짜, 반품하는 데 드는 비용도 공짜다. 사람들이 제프 베이조스와 아마존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아마존의 e리더 킨들과 오디오북 플랫폼인 오더블(Audible, 아마존이 2008년에 인수했다)이 특히 그랬다. 아마존은 이들 채널을 통해 책을 낮은 가격에 팔았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생각해 보면 아마존은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줬다. 가령 장애가 있어서 외출이 힘든 사람들은 아마존을 통해 물건을 무료로 배달받을 수 있었다. 초기에는 아마존이 무게와 상관없이 배송비를 받지 않았고, 이를 알게 된 소비자들은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물건을 주문하는 놀이도 했다. 아마존은 2톤짜리 대형 금고도 무료로 배달해 줬다. 물론 그런 시절은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아마존과 경쟁하던 많은 오프라인 매장들이 파산했다.
플랫폼 기업의 첫 단계는 사용자들에게 낮은 가격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동네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 아마존에서밖에 쇼핑을 할 수 없게 되니까 그렇다. 게다가 아마존 프라임 멤버(현재 미국에서 1억 8,000만 명이 가입했다. 미국의 인구는 3억 3,000만 명)가 되어 회비를 내면 1년 동안 배송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1년 치 배송비를 미리 낸 셈인데 왜 다른 매장에 가겠는가?
아마존은 책에도 매달 돈을 미리 내게 한다. 미국 독자들은 오디오북을 좋아하는데, 오더블에 가입하면 비싼 오디오북을 아주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왜 다른 곳에서 구입하겠나? 게다가 디지털 콘텐츠에는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을 사용한다. DRM은 말하자면 특정 플랫폼이 제공하는 플레이어에서만 재생될 수 있도록 암호를 거는 것으로, 가령 오더블에서 산 오디오북은 아마존이 승인한 플레이어에서만 들을 수 있다.
이 DRM이라는 건 빌 클린턴(Bill Clinton)이 1998년에 서명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저작권을 직접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저작권 위반, 즉 콘텐츠의 불법 다운로드를 위한 도구를 제공하기만 해도 중범죄로 규정한다. (파일 교환을 통해 음반 업계를 벼랑으로 몰고 갔던 냅스터를 생각해 보면 된다.)
나는 내 책이 아마존에 팔릴 때는 DRM을 걸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책들처럼 DRM을 걸었다고 해보자. 당신이 내 책을 다른 루트를 통해 구했는데 열지 못하는 걸 보고 내가 DRM을 풀 수 있는 도구를 당신에게 건네준다면? 그렇게 해서 당신이 아마존과 결별하고 경쟁하는 다른 플랫폼으로 간다면? 나는 중범죄(felony)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징역 최고 5년, 50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그냥 책 한 권을 훔친 것보다 큰 처벌이다.
두 번째 단계
다음은 플랫폼이 슬슬 쥐어짜기 시작하는 단계다. 일단 사용자들이 다양한 이유로–구독이 끝나지 않았다거나, 정성을 기울인 플레이리스트를 많이 만들어 두었다거나, 이제까지 구입한 책과 영화, 음악 등의 디지털 콘텐츠가 모두 그 플랫폼에 있다거나–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잉여(surpluses)'를 판매자들에게 나줘줄 수 있다.
원래 잉여는 기업을 운영하고 남은 돈, 가정의 여윳돈을 말한다. 아마존은 원래 자금이 넉넉해서 손해를 보며 물건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필요하면 주식의 일부를 팔거나 대출을 받아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마존에는 사용자의 개인정보(프라이버시)도 하나의 잉여이고, 이걸 물건을 파는 협력 기업들에게 배분할 수 있다.
사용료를 아주 낮게 설정하는 것도 잉여의 배분이고, 특정 공급자에게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것도 그렇다. 가령 킨들이나 오더블 플랫폼에서 출판하는 작가들이 받는 로열티는 일반 출판사와 비교할 수 없게 좋은 조건이다. 출판 시장이 점점 힘들어지던 상황에 이렇게 좋은 조건을 주었으니 저자들에게는 꿈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아마존은 (콘텐츠) 공급자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공급자가 그 혜택을 본 것은 아니다.
당시 아마존에게는 가젤 프로젝트(Project Gazelle)라는 게 있었다. 아마존이 중소규모의 출판사에 연락해서 아마존에 판매하는 책의 가격을 출판사가 손해를 보는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가젤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마존의 매니저들이 자신을 연약한 가젤들을 잡는 치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많은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만 아마존의 사내 변호사들은 '가젤 프로젝트'라는 이름만 바꾸면 문제없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아마존은 가젤 프로젝트가 출판사들(아마존은 이들을 없어도 되는 중간상인으로 생각했다)을 없애고 저자들에게 더 많은 인세를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이제까지 아마존 서점에 상품을 제공한 공급자가 출판사였다면, 이제는 저자들, 크리에이티브 노동자들이 아마존의 공급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독자와 저자, 즉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붙잡아 둘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구매자가 가졌던 이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은 거래였다. 구매자들은 아마존보다 더 나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을 찾지 못하고, 판매자들에게는 아마존보다 고객들이 더 많이 모인 곳이 없었다.
세번째 단계
마지막 단계는 아마존이 파트너 기업을 쥐어짜는 단계다. 아마존은 자기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에게 "소비자들이 당신이 파는 물건을 찾고 있는데도 팔리지 않는다면 광고를 해보라"고 권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특정 기업의 제품을 많이 구매하고 있는데도 돈을 내고 광고하게 만드는 것.
가령, 아마존에서 듀라셀 AA 배터리를 사려고 검색하면 최상단 광고에 듀라셀 배터리가 보이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Sponsored(광고)"라는 말이 있다. 듀라셀은 그 자리, 즉 나같은 소비자가 듀라셀 배터리를 사려고 검색해서 나온 결과 화면 최상단에 듀라셀 광고를 넣기 위해 다른 배터리 기업들과 경쟁을 해서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불한 것이다. 무의미한 광고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광고란에 다른 브랜드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닥터로우는 여기까지만 설명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아래는 내가 아마존에서 "Duracell AA batteries" 검색해 나온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검색 결과의 최상단은 광고 제품인 것을 알아도 그 자리에 가령 에너자이저 같은 다른 브랜드가 보이면 그걸 살 수 있다. (게다가 모두가 이게 광고인 걸 아는 것도 아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 아래에 있는 "Results(검색 결과)"에 등장한 첫 네 제품은 광고 제품이다. 듀라셀은 여기까지 온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 광고란도 샀지만, 모두 사지는 못했고, 에너자이저가 네 번째 광고로 등장한다. 듀라셀 AA 배터리의 "검색 결과"라고 버젓이 써놓고 말이다.
왼쪽 하단(빨간색 네모로 표시한 곳)에 등장하는 알레르기 약 광고는 전통적인 광고 영역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광고의 가격과 "검색 결과"라고 적힌 곳에 등장하는 광고의 가격 중 어느 쪽이 높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아마존이 자랑하는 광고 수익 310억 달러(약 41조 원)는 이렇게 짜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게 있다. 이 수익은 사용자(소비자)와 기업(판매자) 양쪽에서 얻어냈다고 보는 게 맞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이 자기에게 필요한 제품을 아마존에서 검색할 때 최상단에 올라오는 게 자기가 찾던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많은 경우 소비자가 검색한 결과와 일치하는 제품이 광고로 올라오지만,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룰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이런 광고 수익에는 상단에 올라온 엉뚱한 광고를 보고 그게 자기가 찾은 검색 결과라 생각하고 제품을 잘못 주문하는 소비자들의 비용도 들어간다.
나는 우리 집 냉장고에 들어가는 정수 필터용 고무링(개스킷)을 교체하려고 아마존 검색창에 긴 냉장고 모델명을 적어서 제품을 찾았는데, 최상단에 우리 냉장고에 맞는 고무링이 올라왔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왜냐면 아마존은 사용자가 검색한 것과 다른 제품도 광고할 수 있게 하면 광고 수익이 극대화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만약 우리 냉장고에 맞지 않는 부품을 주문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결국 집 근처 매장에 찾아가 맞는 부품을 살 수도 있겠지만, 아마존은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내가 아마존 이용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이미 1년 치 프라임 멤버십 비용을 냈는데 어딜 가겠냐는 거다.
떠나지 않을 것이 분명한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없다.
'플랫폼은 왜 모두 💩이 될까?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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