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제재와 중국 정부의 게임플랜
• 댓글 남기기'중국의 우버' 디디추싱이 뉴욕에 상장한 이후 중국 정부의 초강도 제재를 받은 것은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국 정부가 점점 더 영향력이 커지는 자국의 테크기업들에 고삐를 채우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디디추싱의 승차 공유 앱 뿐 아니라, 디디가 가진 앱 25개가 모두 중국 내 앱스토어에서 사라졌다. 이 소식에 뉴욕증시에서는 상장 직후 주식이 폭락했고, 이 사실에 분개한 투자자들은 "디디 측이 중국 정부로부터 상장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받고도 이를 숨겼다"며 소송에 들어갔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 정부가 디디를 견제하는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를 견제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한 나라에서 정부는 (그것이 민주주의 정부이든 독재 정부이든) 가장 크고 강력한 권력이어야 하는데 자국의 빅테크가 그것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 권력의 문제 외에 소비자의 이익이나 시장의 경쟁과 같은 것들은 부차적인, 혹은 부수적인 문제다. 미국에서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기업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왔고, 이번에도 많은 의원이 이 방법을 사용하려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의 '게임플랜'은 뭘까?
경쟁자들에게 기회 허용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기회를 놓치고 기업들에 끌려다니는 것을 보고 미리 손을 쓰기로 했다는 말이 있다. 트럼프 정권의 등장과 퇴진 과정에서 소셜미디어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봤으니 당연히 교훈을 얻었을 것이고, 같은 일이 중국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중국에서는 미국에서는 사용하기 힘든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디디추싱은 중국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앱 사용을 중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미 앱을 설치한 사용자들은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되, 더 이상 다운로드를 못 하게 막음으로서 새로운 사용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는 디디의 경쟁자들에게 '어서 디디가 점유한 시장을 뜯어가라'는 신호나 다름없다. 이 신호에 경쟁 앱들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누가 경쟁자들일까? 우선 음식 배달 앱 메이투안(美團, Meituan)이다. 이 기업은 별도의 승차 공유 앱을 운영하고 있다가 2019년에 사업을 포기했는데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의 앱이 사라지자 바로 재출시했다. 메이투안은 이 앱을 다시 선보이면서 자신들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넘기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현재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이 문제로 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디디를 겨냥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같은 업계의 공룡들이 투자한 T3도 디디가 주춤한 사이에 15개 도시로 확장한다고 발표했고, 자동차 제조사인 질리(Geely)가 직접 운영하는 차오차오(曹操, Caocao)도 사용료를 크게 할인해주면서 디디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돌진 중이다. 미국에서라면 정부가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힘들겠지만, 사용하더라도 기업이 법원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서 행정명령 중지 소송을 끌어낼 수 있다. 결국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사용 불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만약 정부가 사용할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이고, 동시에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독점기업을 시장에서 묶어두고 경쟁자들이 시장을 빼앗게 허용해서 경쟁을 회복하게 하는 것. 물론 이는 법과 절차보다 정권의 결정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법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절차가 비효율적이라고 믿는 정부라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도 찾기 힘들다.
정부가 사용하는 칼
그렇다고 중국이 무법 국가라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도 분명 나름의 절차와 원칙을 내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디디추싱에 대한 제재도 그 이유는 '미국에 상장하지 말라는 충고를 듣지 않았다'가 아니라 '사이버 안보 위협'이었다. 다들 그게 명목상의 이유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도 절차는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사용한 기관에 관심이 쏠렸다. 대부분 보도에서는 단순히 "당국"으로 등장하는 이 기관의 공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로, 영문으로는 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라고 표기하고, 언론에서는 이를 줄여서 CAC라고 부른다.
CAC는 약 10년 전에 설립되어 온라인에서 포르노나 민감한 정보를 검열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 디디추싱 제재와 관련해서 중국 인터넷 테크기업들을 단속하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거다. 그런데 CAC의 웹사이트를 보면 시진핑이 왜 이 기관을 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웹사이트 상단에는 CAC의 로고/명칭과 '중국공산당 중앙네트워크 안전 및 보화위원회(中共中央网络安全和信息化委员会)'라는 로고가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CAC는 중앙 네트워크 안전 및 정보화 위원회 밑에 있는 조직이고, 이 위원회의 의장은 시진핑 주석이다. 즉, 시진핑의 명령을 직접 받는 조직인 셈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독점문제를 다루는 기구는 따로 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国家市场监督管理总局)'이 그곳으로, 그동안 시장독점 혐의를 조사해왔다. 하지만 테크기업들을 제재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장과 경쟁'이 아닌, '데이터 안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에게 분명히 언질을 주었는데도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일부 관리는 상장을 장려했다는 말도 있어서 디디 측이 정확한 의도를 몰랐을 수 있다고도 한다) 말을 듣지 않고 해외 상장을 추진한 것에 대해 상당히 놀란 눈치다. 따라서 앞으로는 중국의 인터넷 기업이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지 않고는 해외에 상장할 수 없도록 아예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사용자가 1백만 명이 넘는 플랫폼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할 때에는 데이터 보안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룰은 사실상 정부의 허락 없이는 안 된다는 얘기. 그런데 이 법안을 공시한 기관이 바로 CAC다.
그 밖에도 '데이터 보안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올해 안에 발효될 예정. 결국 중국 정부가 테크기업들에 고삐를 채우기 위한 논리를 데이터에서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순히 핑계로만 볼 수는 없다.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이 먼저 이 논리로 중국기업인 틱톡의 사업을 막으려 했기 때문에 이제 중국과 미국, 테크 양강은 자국민의 데이터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중국 정부에게는 테크기업을 다루기 위한 훌륭한 수단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무료 콘텐츠의 수
테크와 사회, 문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찾아냅니다.
유료 구독자가 되시면 모든 글을 빠짐없이 읽으실 수 있어요!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