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나 전공 얘기가 나오면 나는 사람들에게 저널리스트라고 나를 소개했다. 그러다가 지역 주간지에 진짜 제대로 된 취재 기사를 쓰게 되는 일이 생겼고, 그런 기삿거리를 발견하면 마치 고기가 붙은 뼈다귀를 발견한 개처럼 물고 늘어지는 열정이 내게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타자 속도가 나쁘지 않았고, 글도 못 쓰는 편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나는 궁금한 게 있으면 반드시 알아낼 때까지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쓴 기사가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 기사를 쓴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게 내가 언론사에 처음 취직하게 된 이유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취재에 성공하는 일이 이어졌고, 그걸로 기자에게 주는 상도 몇 개 받았다.

젊은 시절의 데이비드 카 (이미지 출처: Literary Hub)

나는 취재하면서 공무원들의 부패를 보고 분노를 참지 못했고—돌아보면 나의 분노가 얼마나 모순적이었는지 깨닫는다—이는 기자에게는 중요한 자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장래가 촉망되는 기자로서의 삶과 범죄 세계에 반쯤 발을 들여놓은 마약 중독자의 생활을 묶어버렸다. 미니애폴리스 창작자 커뮤니티의 마약 공급책이 되어 동료 기자와 코미디언, 클럽에 오는 친구들에게 마약을 팔았던 것이다. 나는 당시 한창 기세가 오르던 미니애폴리스 음악씬—소울 어사일럼Soul Asylum, 프린스Prince, 리플레이스먼트Replacement—에도 열광했지만, 가장 꾸준하게 몰두한 건 마약이었다. 나는 몇 그램, 잘해야 1/4 파운드, 작은 봉지("eight balls") 정도를 받아다 팔았다. 내게 1kg 단위의 큰 분량을 맡기는 바보는 없었다.

매일 아침, 잠을 깬 나를 기다리는 건 창피한 나의 삶이었다. 마약 중독자의 뒤죽박죽된 일상에서는 직업도, 돈도, 여자 친구도, 가족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삶이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는 신호는 일찍 찾아왔다. 1980년대 중반, 내가 경찰에 의한 사망사고를 취재하고 있을 때 일이다. 사복을 입고 신분을 숨긴 채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들이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총을 발사해 용의자가 사망한 사건이었다. 그걸 취재하던 중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화를 한 사람은 체포 작전에 참여했던 경찰관 중 한 명이었다. "내가 당신 뒷조사를 좀 해봤는데 말야, 당신도 그렇게 깨끗한 사람은 아니더라고.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 후로 몇 주 동안 내가 운전할 때마다 사복경찰들이 탄 밴이 내 차의 뒤를 따라다녔다.

나와 함께 마약을 팔던 친구 중에는 재판을 받고 교도소로 간 경우도 있었지만, 나는 잡범으로 취급받아 대부분 카운티 구치소에서 몇 시간, 길어야 며칠을 보내고 나왔다. (그가 팔았던 마약이 워낙 소량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옮긴이) 당시 내 삶의 원칙은 이거였다: "Moderation in all things, especially moderation." (모든 건 도가 넘지 않게 중용을 지키되, 중용을 지키는 것도 과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농담—옮긴이)

(이미지 출처: RBK)

특히 여성과 관련한 내 태도의 이중성은 심각한 수준이었고, 번번이 지속된 문제였다. 나는 온갖 말로 나를 그럴듯하게 꾸며 여자들을 침대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저 남들에게 과시하는 용도로 그들을 사용했다. 그걸 깨달은 여자 친구가 따지면 때로는 그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1986년 어느날 나는 친구 필(Phil)의 환송 파티에 참석했다. 필은 내게 코카인을 공급하던 친구였는데 경찰에 붙잡혀 형이 확정되어 연방 교도소로 가게 된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애나(Anna)를 처음 만났다. 애나는 필보다 더 양질의 코카인을 공급하는 여성 딜러였고, 오래지 않아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엄청난 양의 코카인을 거래하던 애나는 남자인 나를 자신의 사업 파트너인 척 데리고 다녔다.  

나와 애나는 섞이면 안될 조합이었다. 지독한 중독자인 내게 애나가 가진 코카인의 물량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기 때문이다. 만난 지 1년이 되지 않아 나는 직장을 잃었고, 애나는 마약 공급망을 잃었다.

우리는 거기에서 관계를 끝냈어야 했지만, 1988년 4월 15일, 애나가 쌍둥이를 낳았다. 나의 아이들이었다. 몇 남지 않은 우리의 친구들은 제발 임신 중지 수술을 받으라고 사정했다. 우리가 사는 꼴이 너무나 끔찍했고, 우리는 마약 중독이 진행되면 단계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실험용 사진과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친구들은 항의의 의미로 더 이상 우리 집에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나와 데이비드가 크랙 코카인에 빠져 지내던 시절에 태어난 쌍둥이 메이건과 에린. 데이비드는 자기가 삶을 바꾸기로 한 계기가 이 아이들이라고 했다.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 Times)

결국 애나와 나는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고, 아이들은 위탁 보호에 맡겼다. 나는 마약을 끊었다. 애나도 함께 끊었지만, 다시 마약을 시작했다. 나는 에린(Erin)과 메이건(Meagan) 쌍둥이의 양육권을 되찾았고, 우리 셋은 함께 노력해서 사회복지(빈민 구제) 프로그램을 졸업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멋진 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그 사람과의 사이에서 아이도 생겼다. 기자로 복귀해서 활동하다 보니 어느덧 뉴욕타임즈에서 일하게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나는 중독 치료의 도움과 행운, 노력, 그리고 운명의 힘으로 기대를 뛰어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사람은 기억을 통해 답을 얻으려 하지만, 기억은 종종 우리를 속인다. 술자리에서 늘어놓는 놀라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하나같이 영웅이고, 주인공이다. 그걸 믿을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여자들을 때리고, 싸구려 마약을 팔던 뚱뚱한 깡패였다고 말하면, 여러분은 과연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그게 아니라, 마약 중독에서 회복된 후,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졸업하고, 쌍둥이 딸의 양육권을 되찾아 혼자 키웠다면? 그러면서 암도 극복했다면? 아마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고 싶을 거다. 하지만 두 가지가 모두 사실이다. 인간이라는 종(種)은 자기의 이야기를 직접 해석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어울리지 않는 얘기는 빼 버린다. 나도 내가 혼자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웠다고 말한 다음에야 내가 그 아이들의 엄마를 때리곤 했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는 우리 삶에 등장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거짓말을 하지만, 그 결과 우리 자신은 훨씬 그럴듯한 인물로 포장된다.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 스토리 속에서 마약 중독자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회상으로 구성된다:

1.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2. 주사기로 마약을 복용했다.

3. 심각한 문제에 빠졌다.

4. 내 잘못을 깨달았다.

5. 신을 만나거나, 12단계 프로그램, 혹은 바크티 요가를 시작했다.

6. 삶이 바뀌었다.  

이런 전형적인 마약 중독 극복 내러티브를 읽는 독자들은 중독자들의 과거 이야기를 뒤지며 끔찍하고 괴로운 부분을 찾아 읽으며 나는 저 정도는 아니지, 라는 위안을 얻고 싶어 한다. (내 글에서 그런 걸 원한다면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 내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간 중독 치료 센터에서는 내 팔을 한 번 보더니 미지근한 물이 담긴 양동이와 세탁용 세제를 들고 왔다. 거기에 내 팔을 담그고, 무수한 마약 주사의 결과로 딱지가 뒤덮이고 진물이 흐르는 내 팔을 씻었다. 그리고 내 입에 알약을 넣을 때는 마치 어린 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처럼 나와 거리를 두었다. 길거리에서 만취한 사람도 나를 보면 피하는 몰골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묘사면 충분할까?)

범죄자, 아빠,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카 (이미지 출처: Salon, The New York Times

오늘날의 나는 솔직한 사람이고, 옆에서 보면 유쾌하다고 느낄 만한 사람이다. 명망 있는 언론사에서 믿을 만한 기사를 쓰고 있고, 아이들을 돌볼 줄 아는 좋은 아빠이자 남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마약은 악마를 몰고 오는 게 아니라, 그저 내 속에 존재하는 악마를 드러낼 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과거와 현재가 한 인간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독자들은 이 둘 중 어느 쪽이 진실이고, 어느 쪽이 꾸며낸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베테랑 기자인 나는 내 과거를 취재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진료 기록, 법률 문서 등을 뒤졌고, 내가 함께 어울리던 사람들을 찾아가 일련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말하자면 과거의 유령들—여기에는 나의 유령도 포함된다—을 불러들이는 초혼굿을 한 것이다. 그렇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내게 사과를 요구한 이들도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미안했고, 그들에게 사과했다. 내게 어떤 일을 기억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억나는 일도, 기억나지 않는 일도 있었다. 내가 모든 일이 실수였다고 말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실수였지만, 실수가 아니기도 했다.

내 작업은 저널리즘보다 고고학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어두운 통로를 더듬더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는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내가 직접 관여된 역사를 찾는 이 새로운 형태의 작업은 몹시 괴로운 일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사람의 집을 찾아가 나를 설명해달라고 사정해야 했다.

마약 범죄자들을 다룬 영화에서 조직의 두목은 항상 얼굴에 수두 자국이 있고, 양옆에 부하들을 거느리고 식당에 들어가 등을 벽에 붙이고 앉아서 커다란 치킨 조각을 먹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만나 본 가장 성공적인 마약 딜러는 키가 152cm를 조금 넘고, 머리를 금발로 물들인, 조그만 입을 가진 귀여운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마약을 파는 일을 할 때는 물론이고, 사랑을 할 때도 미친 듯한 사람에 끌리는 것 같았다.

내가 파티에서 애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둘리(Doolie)라는 여성을 좋아했고, 그와 동거 비슷한 걸 하고 있었다. 애나는 당시 친구이자 동업자인 사람들을 통해 콜롬비아의 마약상에게서 코카인을 공급받아 한 달에 1kg을 주위에 공급하는 딜러였고, 나는 그런 애나에 끌렸다. 애나는 마약 거래상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기 위해 대면 거래를 하지 않고 임대창고나 은행의 개인금고 등의 안전한 통로로 마약과 현금을 주고받았다. 지폐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기 힘들어지면 디지털 저울로 20달러 지폐 뭉치의 무게를 측정해서 액수를 확인했고, 미니애폴리스 북쪽에 있는 번듯한 집에 살면서 예전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를 기르고 있었다. 마약 일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 했다.

애나와 나는 첫 데이트 때 함께 내가 가지고 있던 코카인을 복용했다. 애나는 내게 집안 계단 카펫 밑에 숨겨진 금고를 보여줬다. 그 안에는 순도 100%의 코카인 1kg이 들어있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우리가 서로의 얼굴을 본 지 10년 만이었다—애리조나주 투손의 한 호텔에서 나와 다시 만났을 때도 애나는 코카인 1kg의 크기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책 한 권 정도의 크기지. 이만해"라며 두 손으로 크기를 설명했다. "(공급받던 코카인 패키지에는) 뱀 문양이 찍혀있었어. 메데진(Medellín) 카르텔에서 곧바로 도착한 거였으니까."

내가 나의 과거를 찾아 사람들을 만나면서 각자 기억하는 내용을 서로 확인하고 다녔지만, 그중에서도 애나는 나의 과거를 나와 다르게 기억할 사람이었다. 우리는 둘 다 함께 시간을 보낼—그리고 함께 있는 동안이라도 내가 수치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아도 될—사람을 간절하게 필요로 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두 아이의 양육권을 얻게 되었지만 (법원의 판단에는 애나보다 데이비드가 더 자격을 갖췄다는 의미—옮긴이) 우리 둘 사이에서는 애나가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

일단 내가 애나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무슨 일을 했든 애나는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고, 나의 본능은 훨씬 더 금전적인 데 있었다.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 Times)

애나가 기억하는 우리의 이야기는 이렇다. 내가 애나의 삶에 들어오기 전까지 애나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애나를 꼬드겨 코카인을 피우게 했고, 모든 게 무너졌다. 내가 기억하는 버전은, 나는 어쩌다가 애나의 삶에 들어가게 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코카인의 유혹에 넘어간 후에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광기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둘 다 잘 나갔다. 나는 기자로서의 이름값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애나는 미니애폴리스에서 대량의 코카인을 거래하는 딜러로는 가장 신뢰를 받는 사람 중 하나였다. 애나는 자기 주변 인물들에게 나를 소개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나를 보는 순간 내가 애나를 망치게 될 인간임을 알아챘다. 실제로 애나는 나와 가까워지는 게 뭘 의미하는지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코카인을 코로 흡입하는 것과 가열해서 피우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직접 본 것이다. (코카인을 가열해서 나온 연기를 흡입할 경우 훨씬 더 농축된 상태로 몸에 들어오고, 그래서 중독에 빠질 확률도 커지고 위험하다. 마약 딜러 중에는 마약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기 때문에 애나도 잘 몰랐던 것 같다—옮긴이)

(이미지 출처: Delamere, Spring Hill Recovery Center

애나는 "우리는 (데이비드가 마약을 하는 걸 두고) 반년 동안 싸웠고, 그 후에 나도 마약을 시작했지"라고 말했다. 그렇게 마약을 시작한 애나는 거의 즉각적으로 중독에 빠졌다.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지 반년이 되는 1988년 봄, 애나의 마약 거래선은 모두 끊겼고, 나는 직장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애나가 임신했다. 애나와 나는 절대 넘어서는 안된다는 선을 많이 그었지만—임신도 그중 하나지만—우리는 그 선들을 모두 넘었다. 대부분 내가 앞장서서 애나를 끌고 넘은 것이다.


'중독자의 시간 ③'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