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년 전에 결정된 앨라배마 선거
• 댓글 남기기미국 앨라배마주의 2020년 선거가 이미 1억 년 전에 형성된 해안선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흥미로운 설명이 있다.
미국 남부의 앨라배마주는 아주 짧은 해안선(지도의 왼쪽 아래 튀어나온 곳)을 가진 주이지만 1억 년 전 백악기 때만 해도 해안선이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 바람에 해안선을 따라 퇴적물이 쌓였고, 그 퇴적물은 훗날 해안선이 남쪽으로 밀려난 후에도 남아 비옥한 토양이 되었다. (윗줄 가운데)
땅이 비옥하다 보니 산출물이 많아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고, 많은 산출물로 노예를 더 많이 살 수 있다 보니 그 지역에 노예 인구가 눈에 띄게 많이 보인다. (아래 줄 왼쪽) 노예해방 이후 흑인들은 대규모 이주를 통해 북부 대도시에 정착했지만, 여전히 많은 흑인이 살던 땅을 떠나지 않고 남아서 소작농이 된다. 그 후손들은 여전히 남아서 2010년 지도(아래 줄 가운데)를 보면 과거 노예를 많이 부리던 지역의 흑인 인구가 여전히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
2020년 미국의 선거 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앨라배마주의 한 가운데를 (바이든을 지지하는 카운티들이 형성한) 푸른 띠가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민주당 지지의 흑인 유권자들이 거기에 모여있기 때문이고, 그들은 노예로 끌려온 사람들의 후손이고, 그 노예들의 노동력이 필요했던 이유는 땅이 비옥했기 때문이며, 땅이 비옥했던 이유는 백악기에 그곳이 해안선이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일찍 끝날 뻔했던 노예제도
하지만 그런 내러티브는 위험하다. 노예제는 순전히 경제적이 결정이며, 역사적 필연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을 붙잡아 노예로 사용해서 경제력을 착취하는 과정은 그 사회가 의식적으로 한 선택이다. 선사시대나 중세도 아닌, 계몽주의 이후에 즉, 노예제도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도 내린 결정이다. 독립선언문에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태어난다"는 문구를 넣은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자신이 노예를 소유하고 있다는 모순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노예제도가 악한 제도임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경제적 기반이 그들의 노동에 있었기 때문에 앞장서서 폐지하지 않았다.
그들은 노예제도가 자연적으로 소멸할 것으로 생각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흔히 미국 남부의 노예들이 목화농장에서 일했다고 알고 있지만,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1700년대만 해도 미국 남부의 주요 생산물은 담배였고, 흑인 노예들은 담배농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담뱃값이 떨어지면서 노예를 부려가면서 담배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담배 이상으로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목화도 생산하고 있었지만, 목화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손으로 따낸 목화에서 씨앗을 제거해야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씨앗을 제거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서, 노예 한 명이 온종일 일해야 1파운드(500g 미만)의 면화만 생산 가능했다. 그 노동량 때문에 면직물은 울wool, 즉 양모보다 더 비쌌다. 결국 노예제도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무너지게 되었고, 다들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때 놀라운 기계가 등장한다. 바로 일라이 휘트니가 발명한 코튼진cotton gin(여기에서 gin은 엔진의 줄임말)이다. 크랭크를 손으로 열심히 돌리기만 하면 목화에서 씨앗을 제거해주는 이 기계의 등장으로 생산성이 50배가 향상되었고, 면은 단숨에 저렴한 옷감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노예제도는 종식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수요를 불러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목화농장의 흑인 노예"는 바로 이렇게 1800년대에 등장한 이미지다.
그렇게 생산된 목화는 미국 북부와 영국으로 수출되었고, 잘 알다시피 이 시기 영국의 산업혁명이 철도, 철강산업과 함께 제일 먼저 힘을 실어준 영국의 면직산업은 미국에서 수입한 목화로 영국 경제 총생산의 60%를 차지할 만큼 주력산업이 되었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남부 주들이 1861년 남북전쟁을 계획하면서 "노예의 해방은 미국산 목화의 가격을 올릴 것이기 때문에 전쟁을 시작하면 영국이 우리를 도우러 올 것"으로 기대했을까. 결국 코튼진의 발명으로 미국의 노예 해방은 70년이 더 걸리게 된 셈이다.
따라서 맨 위의 그림에서 이해해야 하는 건 미국 인종 문제의 본질이 경제력 박탈에 있고, 그 영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아래 지도는 앨라배마주의 빈민층 비율을 카운티별로 표시한 것이다. 어느 카운티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빈민층 비율이 높은 붉은색의 띠가 중간에 끊어진 지역이 현대자동차가 2002년에 자동차 공장을 세운 몽고메리 카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