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에 "The right person, the right place, the right time"이라는 게 있다. 문자적 의미로는 어떤 자리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이, 꼭 있어야 할 시간에 있었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가장 완벽한–대개는 상상하기 힘든–조건이 만들어진 경우를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2020년, 대중이 크리스천 쿠퍼(Christian Cooper)라는 이름을 뉴스에서 처음 들었을 때는 아무도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 반대였다. 피해야 할 시간과 장소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가 처했던 당시 상황을 보면 모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날 가능성이 아주 컸다. 흑인 남성이 뉴욕 센트럴파크 내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강한 인종주의적 편견을 가졌을 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백인 여성을 홀로 마주치는 상황은 the wrong person, the wrong place, the wrong time일 가능성이 높다. 에멧 틸(Emmett Till, 간략한 설명) 살해 사건부터 '센트럴파크 파이브 (Central Park Five, 간략한 설명)'까지 미국에서는 단지 백인 여성 가까이에 있었다는 이유로 살해되거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일이 아주 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