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왜 공격하느냐?"가 아니라, "왜 지금 공격하느냐?"였다. 네타냐후가 이란을 공격하겠다고 한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당장 공격을 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첩보를 입수한 미국 쪽에서도 비슷한 의문을 가졌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 "이란이 핵무기를 갖기 직전"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갑자기 서두른다는 신호가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급에서는 네타냐후가 부풀린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란의 핵 개발 수준은 걱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다는 게 조너선 스완 기자의 설명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네타냐후는 공격 계획을 미국에 알리지 않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이 공격할 것으로 가정하고 네타냐후를 설득해 공격을 저지하는 방안부터, 미국이 군대를 보내 이란의 정권을 무너뜨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포함한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여러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대통령의 참모들, 특히 국방부와 안보팀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상황 전개에 따른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 대통령에게 제시해서 선택하게 한다. 여기에는 각 옵션에는 장단점과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가 포함된다. 군을 잘 모르는 대통령이 무리한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이렇게 제시하는 대응책에서 위험한 옵션을 아예 빼버리는 것이다.
미 국방부 청사, 펜타곤(Pentagon)

그러는 동안 트럼프는 몹시 초조해졌다고 한다. 그는 오바마가 이란과 맺은 핵협정보다 훨씬 더 좋은, 즉 미국에 더 유리한 협정을 맺겠다고 10년 가까이 주장해 왔는데, 이란이 그런 트럼프의 협상안을 계속 거부하고 있었다. 이때가 이달(6월) 초였다. 조너선 스완 기자는 6월 6일 금요일에 워싱턴에서 출발해 뉴저지로 가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에 탑승해서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가 있었다.

스완 기자는 "하메네이가 미국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트럼프는 "미국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스완은 그의 표정에서 단순한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면서, 그때 트럼프의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바로 몇 주 전만 해도 백악관이 보이던 낙관적 태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뉴저지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 자주 가서 골프를 한다. 6월 6일 금요일에도 골프 때문에 그곳에 갔고, 다음날이 토요일에는 그가 좋아하는 UFC 경기를 관람했다. 그런데, 경기 관람 후 트럼프는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로 향했다.

스완에 따르면, 트럼프는 캠프 데이비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 미국 대통령의 숲속 별장으로 통하지만, 상당히 작고, 인테리어도 구식이어서 (크고 화려한 장소를 좋아하는) 트럼프가 자발적으로 그곳에 가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일을 하지 않는 주말에 거기에 간다는 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의 별장이라고 알려졌지만, 긴밀한 외교 회담을 비롯해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트럼프는 그곳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합참의장으로부터 약 2시간 반에 걸친 브리핑을 받았다.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격하는 작전을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이 파악한 정보가 맞았다. 바로 다음 날인 6월 8일, 일요일에 네타냐후가 트럼프에게 전화해서 이란을 공격한다고 알린 것이다. 그 대화에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어떤 목표물을 어떻게 공격할지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6월 12일, 금요일에 이란을 공습했다. 11, 12일은 보름달이 뜬 날로, 노출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야간 작전을 꺼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12일을 작전일로 정한 것은 이스라엘이 그만큼 다급한 상황으로 생각했거나, 이란의 방공망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확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중에 이스라엘의 첩보기관 모사드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작년에 이란의 방공망을 파괴한 것 외에도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드론 전쟁 ③)과 비슷한 방법으로 이란에 침투시킨 드론으로 남은 방공망을 무력화했다. 모사드는 이례적으로 요원들이 이란의 군 기지 근처까지 가서 방공 미사일을 파괴하는 장면(아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네타냐후의 공격 계획을 들은 트럼프는 이전과는 달리 이스라엘의 공격을 만류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통화가 끝난 후 보좌관들에게 "미국도 도와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도왔을까? 스완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안보와 관련한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이 가진 이란에 대한 정보를 이스라엘에 제공했을 것이 분명하고, 그 이상의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이란과의 협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시작했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 상황실에서 이스라엘의 작전을 지켜보면서도 트럼프는 아무런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자기의 발언이 주목받을 기회를 놓치지 않는 트럼프에게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스완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 공격에 대해 첫 언급을 한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부 장관이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주목한다. 미국은 정권을 불문하고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벌일 때마다 그 말을 하는데, 이번엔 하지 않았을 만큼 이스라엘의 결정과 거리를 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작전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자, 트럼프는 태도를 바꾼다. 네타냐후는 군사시설뿐 아니라, 이란의 군 수뇌부를 제거했는데, 아파트 건물에서도 목표로 삼은 인물이 거주하는 지점만 초정밀 타격한 것이 알려지면서 보수 언론이 극찬하자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We)"가 했다는 표현을 쓰면서 자신도 이에 기여했음을 은근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정밀하게 타격한 건물들 

트럼프는 이번 주에 들어서면서 이란 정부가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는 말을 꺼냈다. 스완은 트럼프가 "우리는 이란의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면서 "우리는 하메네이가 숨어있는 곳을 잘 알지만, 아직은 죽이지 않겠다"는 식으로 점점 더 호전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그의 태도 변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메시지

그렇다면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생각을 바꾸는 것에 성공한 것이냐는 질문에 조너선 스완은 "그렇게 볼 수 있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진정한 고립주의자, 불개입주의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상황은 네타냐후가 상황 전개의 주도권을 쥐고 있고, 트럼프는 거기에 반응하면서 따라가고 있다는 게 스완의 진단이다.

문제는 전쟁과 이란의 정권 교체를 바라는 네타냐후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미국이 전쟁에 말려들지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개입은 최소한에 그치고 있지만, 트럼프가 네타냐후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군의 B-2 폭격기와 벙커 버스터 폭탄을 동원해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하는 순간,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중동의 국가를 공격해 정권 교체를 시도하는 시나리오는 낯설지 않다. 이라크 전쟁(2003~2011년)에서 가장 쉬운 단계는 이라크 군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이었다. 비극은 그 이후에 시작되었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 미국인들이 트럼프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지지할 가능성은—심지어 트럼프의 MAGA 진영에서도—거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당한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테러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중동 문제는 쉽지 않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1,200명을 죽이고, 250명을 인질로 잡는 테러를 일으켰을 때,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 정상화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와 가까워지는 것을 막으려는 게 하마스의 의도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같은 일을 벌였다. 이란과 미국이 협상을 벌이는 것을 방해한 것이다. 과거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회담에서 성과를 냈을 때 자기 총리를 암살한 것도 이스라엘 사람들이다. 모두가 중동의 평화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을 때 이를 제일 먼저 방해하고 막는 것은 당사자들이다. 미국이 수십 년 동안 평화를 중재하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것은 단순히 미국 대통령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다양한 이해가 충돌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협상의 귀재를 자처하는 트럼프가 네타냐후의 주도에 끌려가는 것을 봐도 알겠지만, 중동 문제는 아마추어 리그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