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생각의 흐름 ①
• 댓글 남기기어제 발행한 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완성한 후에 미국 언론에서 이스라엘-이란 문제를 보는 트럼프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트럼프는 자기를 지지하는 MAGA 세력이 미국의 고립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트럼프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이나, 언론인 터커 칼슨(Tucker Carlson), 벤 샤피로(Ben Shapiro) 같은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이란 공격 직후 미국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트럼프에게서 이란에 대한 강경한 발언—"이스라엘이 '아직은' 최고 지도자를 죽일 생각이 없다," "무조건 항복하라"—이 나오면서, 트럼프가 전통적인 공화당의 외교 강경론자들(‘매파’, Hawks)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게 되었다. 특히 터커 칼슨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 트럼프가 그 공격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전쟁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다면 폭력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미국이 이란 폭격을 도와야 한다고 트럼프에게 말하는 사람들을 "전쟁광"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한 기자가 어제 트럼프에게 터커 칼슨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자, 트럼프는 "터커 칼슨이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방송에 나가서 하면 된다"며 짜증 난 듯 대답했다. 이란 문제를 둘러싸고 미세하지만, 분명한 기류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챈 뉴욕타임즈는 트럼프와 백악관에 정통한 조너선 스완(Jonathan Swan, 오터레터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적이 있다)을 불러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스완 기자는 트럼프가 정확하게 언제, 어떻게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는지 사건의 타임라인을 따라 설명했다.
아래는 그가 들려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 전체는 여기에서 들을 수 있다.

조너선 스완은 트럼프가 생각이 바뀌게 되는 데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다면서 우선 이란에 대한 트럼프의 전반적인 견해를 소개한다. 우선 2020년 대선에서 패한 트럼프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직후 이란은 트럼프를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을 미 법무부가 공개한 일이 있다. 이란은 또한 트럼프 측근의 이메일을 해킹하는 등, 트럼프의 분노를 살 일이 많았기 때문에 트럼프의 재집권은 이란에 재앙과 같은 일이었다.
트럼프는 2020년 1월, 이란의 이슬람 혁명 수비대의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했고,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트럼프 암살을 계획한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오바마 시절 미국이 이란과 맺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자기가 "훨씬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하고, 이란에 강한 경제 제재를 가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원하는 것을 잘 들어줬기 때문에 (가령 취임 첫해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이전해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모두들 트럼프가 이란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2기 취임 직후, 자기 친구인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를 중동 지역 특사로 임명하고 그에게 이란과 접촉을 시도하게 한다. 이란과 전쟁을 하고 싶지 않으니, 외교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라는 게 트럼프의 주문이었다.
스완 기자는 이 대목에서 트럼프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직후 일각에서 "트럼프는 원래 이란과의 무력 대결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이를 숨기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하는 시늉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며, 트럼프는 협상을 통한 해결을 진심으로 원했고, 군사적인 수단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보좌관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를 신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네타냐후가 자기를 설득해서 미국을 (이스라엘이 일으키는)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믿었다. 트럼프는 어쨌거나 전쟁보다 협상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핵을 가진 이란'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때부터 비판했던 오바마의 이란 핵협정은 우라늄 농축 수준을 15년 동안 3.67% 이하로 유지(핵무기용 농축 농도는 약 90%)하는 것이었는데, 트럼프는 ‘0% 농축’ 또는 ‘핵의 완전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외교팀의 과제는 네타냐후의 이란 공격을 막는 동안 이란과의 협상을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은 주변 지역에서 하마스, 헤즈볼라 등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스라엘과 싸우는 프록시(proxy, 대리인) 세력들이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이란은 프록시를 통해 항상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배후 세력인 이란을 무력화하지 않는 한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

네타냐후에게 트럼프는 정서적으로 비슷한 권위주의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트럼프의 불신 때문에 바이든보다 반드시 더 편한 상대라고 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2020년 트럼프가 선거에 패한 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동안, 네타냐후는 제일 먼저 바이든에게 전화해서 당선을 축하한 세계 정상들 중 하나였다. 트럼프는 그때의 배신감을 잊지 않는다.
그런 사정과 이란 공격에 대한 트럼프의 지원이 필요했던 네타냐후는 트럼프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백악관을 방문한다. 스완 기자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어떻게 해야 트럼프를 설득해 이란 공격을 승인받고, 지원 약속을 받아낼 수 있을지 고심하며 회담을 준비했다고 한다.

네타냐후는 이란 내 핵시설의 위치를 설명하는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트럼프를 설득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2024년 10월에 이란의 20개 지역을 대대적으로 공습해서 대공 방어망을 무력화했고,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이란의 프록시인 헤즈볼라에도 큰 타격을 입혔기 때문에 지금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기에 최적기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스라엘은 첩보와 무기 지원 등, 미국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스라엘 혼자서 수행하기에 벅찬,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협상을 통한 해결을 원한 트럼프는 설득당하지 않았고, 네타냐후는 빈손으로 귀국해야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핵 없는 이란'을 원했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달랐던 것이다.
그렇게 네타냐후가 돌아간 후, 트럼프는 이란과의 직접 협상을 위해 막후 접촉을 시도한다. 카메라 앞에서는 거친 말을 해도 뒤에서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대화 통로를 만드는 게 국가 간의 외교다. 두 나라 모두 상대방과의 접촉을 원했기 때문에 몇몇 국가들의 중재로 협상 준비가 시작되었다. 트럼프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전쟁으로 이란을 파괴하고 싶지 않으니, 협상을 시작하자"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고 한다. 이게 지난 3월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해서 4월, 미국의 대표단이 오만으로 향했고, 이란과의 협상이 시작된다. 이후로 약 두 달 동안의 대화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이란의 원하는 것,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뭔지 알게 된 미국은 지난달(5월) 말, 협상안을 만들어 이란에 제안한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은 절대 허용하지 않고, 대신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트럼프에게 이란과의 협상 타결이 멀지 않았다고 보고했고, 트럼프는 자랑스럽게 알렸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달갑게 볼 수 없었다. 협상이 타결되어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란은 이스라엘에 지금보다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었다. 다급해진 네타냐후는 4월 초, 다시 백악관을 찾아온다. 그는 트럼프에게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할 무기(GBU-57 벙커 버스터 폭탄) 등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트럼프는 협상이 진행 중이니 안 된다고 또 다시 거절했다. 트럼프의 외교팀은 네타냐후가 말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할 것을 우려해 "절대로 공격하면 안 된다"고 거듭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5월, 미국의 정보당국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준비하고 있는 공격은 단순히 군사시설, 핵시설을 넘어선, 아주 광범위한 공격이었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이란은 이라크와의 전쟁(1980~88) 이후로 가장 대규모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었고, 하메네이 정권이 위태롭게 될 수 있었다.
'트럼프, 생각의 흐름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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