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들 사이에 오래된 자조적 표현이 있었다. 'DWB (driving while black)'이라는 표현이다. 언뜻 보면 비문처럼 보이지만 이 표현은 음주운전을 뜻하는 'DWI (driving while intoxicated)'라는 표현에서 intoxicated를 black으로 바꾼 것이다. 흑인이 운전을 하면 경찰이 온갖 이유를 만들어 일단 길에 세우고 조사를 하는 것을 두고 나온 표현이다. '흑인들이 운전을 똑바로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차선을 밟거나 멈춤 표지판에서 완전히 정차를 하지 않거나 하는 작은 위반, 혹은 자동차의 등이 깨졌다거나 하는 사소한 문제를 들어서라도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흑인 운전자를 세울 수 있다.
그렇게 일단 세운 후에 샅샅이 조사해서 마리화나 소지 등의 범법행위를 찾아내면 체포가 가능하다. 마리화나는 인종을 불문하고 사용하지만 유독 흑인들이 많이 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정 도시의 5%가 마리화나를 소지했다고 했을 때 흑인들을 집중적으로 수색하면 "흑인들이 마약을 더 많이 복용한다"는 "통계"를 만들어낼 수가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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