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줌(Zoom), 아마존 등의 기업들과 함께 팬데믹의 최대 수혜기업이 된 회사가 펠로톤(Peloton)이다. 펠로톤은 집에서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홈트레이닝과 비디오 스트리밍을 결합한 운동기구와 서비스를 완벽하게 결합해 "피트니스계의 애플"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농담이 아니라, 워낙 잘 어울리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애플이 펠로톤을 사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인기는 이미 팬데믹 이전부터 시작되었고, 이제는 중산층 가정집 부터 백악관까지 펠로톤이 없으면 안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장사도 잘 해왔다.

그랬던 펠로톤에게 큰 악재가 터졌다. 초창기부터 실내 자전거를 통한 스피닝 클래스에 집중해온 펠로톤이 기구의 범위를 넓히면서 트레드밀(러닝머신)을 추가했는데, 이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 원래 트레드밀은 원래 사용 중 사고가 잦은, 생각보다 위험한 제품이고, 그래서 펠로톤은 사고사례가 보도되기 시작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취급했다. 하지만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를 비롯해 70여 건의 사고가 보도되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서비스가 엉망이라거나, 사용자 데이터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펠로톤에 대한 이미지가 급속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펠로톤은 판매한 12만 5천 대의 트레드밀을 전량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최고 책임자가 인정을 하고, 문제가 아무리 작아도 과잉교정(overcorrection)을 해야 PR 재난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펠로톤 제품의 사고는 하드웨어, 그것도 운동기구처럼 사고의 위험이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서 피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뻔한 얘기지만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이를 통해서 조직이 무엇을 배우느냐다. 제대로 해결하면 기업은 다시 한 번 성장할 거고, 그렇지 못하면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되고, 그 틈을 노린 경쟁기업들에 선두를 내주게 될 거다.

이와 관련해서 오래된 영상을 하나 소개해본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MIT에서 특강을 하는 장면이다. (정확한 배경은 모르겠지만 "어느 기업에서 일하다 왔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 봐서 Sloan School MBA 과정으로 보인다). 영상은 "스티브 잡스가 나심 탈레브의 책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 보다 수 십 년 먼저 같은 얘기를 했다"는 제목을 갖고 있다. 잡스의 이야기를 옮겨보면 이렇다:

여러분들은 대부분 기업에서 일하다 오셨죠. 이 중에 몇 명이나 제조업에서 일하다 오셨습니까? (손을 든 학생들을 보면서) 훌륭합니다. 그럼 다른 분들은 뭐하다 오셨다는 겁니까?

제조업이 아닌 업종은 취급을 하지 않겠다는 뼈있는 농담이다. 이게 스티브 잡스의 태도다.

컨설팅에서 일하셨던 분들은 몇 명이나 되죠? (손을 든 학생들이 많은 것을 보고) 심각하군요. (학생들 웃음) 여러분 (컨설팅 말고) 뭐라도 하셔야 합니다. 물론 농담이고, 저는 컨설팅이 그 자체로 악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학생들 웃음)

잡스가 컨설팅을 "악하지 않다"고 말한 건 역설적으로 그가 이미 컨설팅을 악(evil)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왜일까?

저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몇 년 이상의 기간 동안 책임지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즉 다양한 실행단계를 거치면서 자신의 충고(제안)에 책임을 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실수 때문에 흉터가 생기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몸을 추스려보지 않으면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극히 조금 밖에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 찾아가서 이런저런 조언을 하고 나서 그 조언이 적용된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얻어지는 가치도 극히 적고, 배움의 기회, 개선을 할 수 있는 기회도 극히 작습니다.

여기에서 잡스는 own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소유'를 의미하지만 그 소유는 좋은 것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결과 역시 나의 것이라고 선언하는 행위다. 나쁜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개선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잡스의 주장이다.

그 결과로 회사를 넓게 알 수 있지만 그 지식은 아주 얕습니다. 제가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과일에 비유하면) 가령 바나나의 사진과 같습니다. 아주 또렷한 바나나의 사진도 결국은 2차원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해보지 않으면 3차원을 이해할 수 없는 거죠. 결국 여러분은 벽에 과일 사진들을 잔뜩 붙여놓고 나는 바나나에서도 일했고, 복숭아에서도 일했고, 포도에서도 일했다고 자랑할 수 있지만, 여러분은 그 맛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제 생각입니다.

애플의 경영자라서 과일의 비유를 사용하지만 정작 사과는 비유에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은 애플의 모든 결과를 owning하고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펠로톤 역시 그 과정에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