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을 숨기는 방법'을 비롯해 오터레터에서 몇 번 소개한 적이 있는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 임머바르(Daniel Immerwahr)는 단순히 '과학 대 비과학'이라는 틀로 RFK 주니어의 문제를 바라볼 수 없다는 아주 설득력 있는 견해를 제시한다. 그는 'RFK 주니어, 앤서니 파우치, 전문 지식에 대한 반란'이라는 글에서 민주당과 진보 세력이 RFK 주니어를 좋아했던 바로 그 이유로 그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사람들은 RFK 주니어가 훌륭한 정치인이었던 아버지(RFK)의 이름은 물론, 케네디 가문 전체에 먹칠을 했다고 비판한다. (작년 대선에서 RFK 주니어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자 케네디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배신이라고 생각하고 그와 거리를 두며, 바이든 지지를 밝혔다.) 그의 아버지는 케네디 가문이라는 엘리트 출신이면서도 노동자와 비백인, 저소득층의 처지를 어떤 정치인보다 잘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외쳤을 뿐 아니라, 돈 많고 힘있는 조직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RFK 주니어는 그의 아버지처럼 힘 있는 기업과 조직에 대한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환경운동 변호사라는 것 자체가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화석 에너지 기업들을 공격했고, 느슨한 규제로 그런 기업을 돕는 정부 기관을 공격했다. 2004년만 해도 그는 조지 W. 부시 정권이 기후 변화와 관련한 과학 연구를 무시한다며 강력하게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어디를 보나 진보적인 정치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