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연방 정부와 주정부들이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벌이고 있다. 많은 재판의 초점이 범죄의 사실을 증명하는 데 있지만, 반독점법 소송의 경우 법의 해석도 중요하다. 인터넷 기술은 계속 변화,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사업 모델도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새롭게 개척되는 사업을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법을 적용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법을 새로운 업종에 적용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법학자, 특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법학자의 객관적인 견해는 여론과 재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이익, 혹은 손해가 걸린 문제에서 학자의 의견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제약업계가 관련 연구를 하는 의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 한국의료윤리학회의 논문을 보면, 기업의 분사(分社)를 각오해야 하는 반독점법 소송에 대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법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작정하고 취재, 소개한 세 편의 기사는 그런 기업의 영향력이 발휘되는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빅테크에 유리한 법적 견해를 밝히던 한 변호사가 기업에게서 어떤 지원을 받았고, 그렇게 생긴 영향력을 사용해 여학생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과정을 보여준 이 기사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업계와 학계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지만, 한때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로 모토로 삼던 테크 기업들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현실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기사였기 때문에 해설과 함께 요약해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