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연방 정부와 주정부들이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벌이고 있다. 많은 재판의 초점이 범죄의 사실을 증명하는 데 있지만, 반독점법 소송의 경우 법의 해석도 중요하다. 인터넷 기술은 계속 변화,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사업 모델도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새롭게 개척되는 사업을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법을 적용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법을 새로운 업종에 적용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법학자, 특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법학자의 객관적인 견해는 여론과 재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이익, 혹은 손해가 걸린 문제에서 학자의 의견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제약업계가 관련 연구를 하는 의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 한국의료윤리학회의 논문을 보면, 기업의 분사(分社)를 각오해야 하는 반독점법 소송에 대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법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작정하고 취재, 소개한 세 편의 기사는 그런 기업의 영향력이 발휘되는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빅테크에 유리한 법적 견해를 밝히던 한 변호사가 기업에게서 어떤 지원을 받았고, 그렇게 생긴 영향력을 사용해 여학생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과정을 보여준 이 기사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업계와 학계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지만, 한때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로 모토로 삼던 테크 기업들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현실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기사였기 때문에 해설과 함께 요약해서 소개한다.


40대 후반의 조슈아 라이트(Joshua Wright)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반독점, 특히 실리콘밸리 빅테크의 독점 문제와 관련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미국에서 테크기업의 독점 문제를 다루는 연방거래위원회(FTC)의 5명의 위원 중 한 명이었고, 미국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 DC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지 메이슨 대학교(George Mason University)의 법대 교수였다.

라이트 교수의 행적을 집중 취재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의 영향력이 컸던 배경에는 그가 반독점법과 경제학, 두 영역에 정통했다는 사실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검색의 구글, 소셜미디어의 메타, 전자상거래의 아마존처럼 누가 보기에도 한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에 반독점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적 논리 외에도 경제학적 이유를 함께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의 로비스트와 정치인들이 쉽게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지 메이슨 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반독점법 적용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사실은 그가 빅테크 기업들과 그들의 로비를 받는 정치인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고도 남는다.

조슈아 라이트 (이미지 출처: International Center for Law & Economics)

법대 교수가 우리 돈으로 40억이 넘는 좋은 집에 살고, 마세라티 승용차를 몰았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가 얼마나 "잘나가는" 사람이었는지를 어느 정도 보여준다. 라이트는 반독점 영역에서 가진 자기 영향력을 이용해 앞에서는 구글과 메타,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을 옹호했고, 뒤에서는 그들의 지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경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압력을 넣어 잠자리를 같이하는 생활을 해왔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취재 내용이다.


미국 정부의 독점기업 해체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19세기 후반에 철도, 철강 등 국가 기간 산업들을 소수의 기업이 독점하면서 록펠러, 카네기, J.P. 모건 같은 갑부들이 탄생했는데, 미국 정부는 당시 도둑남작(Robber Barons)라고 불리던 이들의 기업을 반독점법을 사용해 해체했다. 이 과정에서 연방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Louis Brandeis)가 사용한 논리는 경제적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돈의 집중은 권력의 집중을 부르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미국 정책의 방향을 바꾼 것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지명한 로버트 보크(Robert Bork)였다. 대법관에 지명되기 전, 1978년에 그가 발표한 논문 '반독점의 역설'은 반독점법의 목적은 소비자의 후생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면 독점이라고 해서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레이건 시절에 진행된 미국의 경제, 사회적 보수화의 경향은 이렇게 독점에 대한 해석에도 이어져, 그 이후로 반독점법이 적용되는 사례는 눈에 띄게 줄었다. 반독점법 위반으로 소송을 당하게 된 빅테크 기업이 사용하고 싶었던 논리가 그거였고, 이를 충실하게 대변해 준 학자가 바로 조슈아 라이트였다. (Edit: 로버트 보크는 결국 대법관에 임명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의 첫 버전에서 그를 대법관이라고 한 것은 오류. 이를 발견하고 알려주신 유정훈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라이트 교수는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서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으로 소비자/사용자가 손해를 보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기자에 따르면 그가 논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보다 더 나은 데이터를 제시한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는 순전히 학문적인 이유로 그런 주장을 했을까? 그렇지 않다. 라이트 교수는 2009년에 구글로부터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당시 구글은 FTC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는 구글의 요청에 동의했지만, 조건이 있었다. 자기가 이끄는 반독점 연구 작업에 재정적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구글은 이 조건을 받아들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슈아 라이트 교수가 구글의 비밀 병기(secret weapon)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구글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외부에서 보면 라이트는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교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 쪽의 영향도 받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든 워싱턴에서 그렇게 중립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말하자면 팽팽한 선거에서 중도층 유권자가 가지는 영향력과 다르지 않다. 물론 그건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 그는 구글의 돈을 받고 있었다.


라이트는 구글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을 해치는 독점 기업이 아님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구해 분석해서 보여주고, 이를 학술논문으로 발표했고,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칼럼을 써서 구글을 옹호했다. 이 기사를 쓴 브로디 멀린스 기자는 구글과 라이트 교수의 협력 과정을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구글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 워싱턴에서 구글을 위해 일하는 로비회사에서 라이트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어 "이 뉴스를 반박할 주장이 필요한데, 가능할까요?"라고 묻는다. 그럼 라이트는 몇 시간, 길어도 하루 안에 자기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에 구글이 원하는 반박 주장을 게재한다. 구글과 라이트 사이에 오간 이메일을 살펴본 기자에 따르면 라이트는 "반박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팩트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구글에 요청하고, 구글은 그에게 필요한 자료를 보기 쉽게 정리해서 전달한다. 라이트는 그걸 바탕으로 글을 쓴다.

조슈아 라이트 교수의 블로그

그런데 라이트 교수의 블로그와 학술 논문을 읽는 독자 중에는 FTC에서 일하는 관료들도 포함된다. 이들은 FTC가 빅테크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결정한 후, 그렇게 판단되면 소송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라이트의 글이 어떤 영향을 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지만, 2011년에는 FTC의 관료가 라이트 교수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어 그가 쓴 글이 좋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라이트 교수는 그 이메일을 구글 임원에게 보내어 FTC가 자기의 글에 주목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메일을 받은 지 며칠 후, 구글은 라이트 교수가 일하는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법 경제 센터(Law and Economic Center)에 18만 달러(약 2억 5,000만 원)를 기부한다. 라이트 교수는 FTC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구글의 돈을 받았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린스 기자에 따르면 그런 자금 지원을 받은 사실을 공개해야 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슈아 라이트 교수는 똑같은 서비스를 구글이 아닌 다른 테크 기업들에게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구글처럼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받는 메타와 아마존, 그리고 퀄컴도 그가 제공한 독점 방어 논리의 수혜 기업이다. 물론 공짜로 제공한 게 아니다. 이 기업들로부터 한 해에 받은 돈이 200만 달러(약 28억 원)가 넘는다. 그의 유명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012년, 공화당에서 그를 FTC의 위원(커미셔너)으로 지명했다. 다섯명 밖에 되지 않는, 이 분야 최고의 명예다.

라이트는 임명 전에 거쳐야 하는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테크 기업들을 위해 일한 사실을 밝혔지만, 그렇게 위원이 된 후에도 여전히 기업들의 입장에서 일했고, 그들을 방어해 줬다. 라이트는 FTC가 기업들을 조사하는 것을 막으려 했고, 소환장을 발부하는 것에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구글과 퀄컴 같은 대기업들은 라이트가 재직하던 조지 메이슨 대학교에 계속해서 기부금을 냈다. 라이트 교수가 FTC에서 일하던 첫해에 구글은 20만 달러를 기부했다.

워싱턴 DC의 연방거래위원회(FTC) 건물 (이미지 출처: Wikipedia)

하지만 라이트는 FTC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6년을 일할 수 있었지만 2년 만에 그만둔 것이다. 왜일까? 멀린스 기자는 그가 관료조직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정부 조직에서 일할 때보다 정부에서 나왔을 경우 훨씬 더 많은 돈을 받는 워싱턴의 관행을 지적한다. 특히 조슈아 라이트처럼 FTC에서도 흔치 않은 보수적 성향의 공화당 쪽 위원이라면 더욱 유리하다.

FTC를 떠난 라이트는 조지 메이슨 대학교로 돌아가 글로벌 반독점 연구소(Global Antitrust Institute)의 소장에 취임한다. 그곳에서 반독점법으로부터 대기업들을 보호해 주며 큰 기부금을 끌어왔다. 퀄컴은 2017년에 290만 달러를 연구소에 기부했고, 메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60만 달러를, 구글과 아마존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각각 100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하지만 그렇게 잘나가던 라이트 교수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그 비밀은 그가 누리던 모든 것을 무너뜨리게 된다.


'빅테크가 사랑한 변호사 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