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민주당이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주요 어젠다로 삼은 전략에 대해 버니 샌더스는 "카멀라 해리스뿐 아니라, 민주당이 이 나라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노동자 계급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점점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를 하는 정당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노동자들이 민주당을 떠나는 추세는 백인 유권자들에게서 처음 나타났지만, 이제는 히스패닉과 흑인들도 동참하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이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민주당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여성의 권리와 성소수자의 인권 등을 위해 많은 일을 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샌더스의 생각이고, 앞으로도 더 큰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회주의자답게 그 문제를 이렇게 해석한다. "노동자 계급의 상당수가 흑인, 히스패닉, 여성이다. 이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두 어젠다에서 모두 진보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게 민주당이 승리하는 방법인데, 노동자 계급의 불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정체성 정치만 하는 정당으로 보이는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실패가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종주의자, 성차별주의자, 성소수자 혐오 세력으로 취급한 것이다. 그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트럼프 지지자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게 샌더스의 설명이다. "그들 중 상당수가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 계급이다." 그런 그들에게 경제 문제를 이야기해야지, 성정체성 어젠다를 가지고 접근하면 그들은 민주당의 엘리트가 설교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고, 선거 결과를 보면 샌더스의 생각은 크게 틀린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