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먼 링커는 이번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채택한 전략은 상식적(reasonable)이었다고 평가한다. 그 전략은 1930년대 파시즘의 봉기에 맞서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가진 진영이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식이었고, 근래 들어 비슷한 위기에 직면한 이스라엘, 헝가리 등의 국가에서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다는 데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그 전략이 먹힐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파시즘이 1920년대부터 유럽을 휩쓰는 동안 미국에서는 미시건주를 비롯한 중서부에서 극우 세력이 생겨났다. 조지 워싱턴을 "최초의 파시스트"라고 믿었던 이들은 나치 이데올로기를 가져다가 그들이 생각하는 '유대계 공산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처: Columbia University)

그런데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해리스는 보수가 되었다. 트럼프에 맞서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여성 후보가 보수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트럼프의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와 미국의 정부, 제도를 지키겠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 순간, 해리스는 문자적인 의미대로 보수(保守)가 된다. 해리스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는 파시즘이 휩쓸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반동(反動)으로 보이지만,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의 눈에 트럼프는 개혁을 원하는 후보이고, 그런 그로부터 미국의 시스템을 지키려는 해리스는 보수 후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