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이 찾아왔다
• 댓글 4개 보기북반구가 전례 없이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다. 기후 변화가 계속해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전례 없다"라는 표현은 이제 무의미해졌지만, 어쨌거나 이렇게 심각한 더위를 겪은 적이 없는 건 사실이다. 북반구의 모든 지역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향이 미치는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현재 폭염이 강타한 나라는 영국이다. 특히 이번 주는 40도가 넘는 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국 정부는 "노약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폭염에 대비하라고 발표하고, 뜨거운 기온에 공항 활주로가 물러질 수 있어 이 경우 공항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영국뿐 아니라 사실 유럽 전역이 비상 상황이다. 특히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대규모 들불/산불이 발생했지만 몇 주 째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태도 이제 미국 서부에서는 일상이 되어서 "산불 시즌(wildfire season)"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인도의 경우 지난 5월에 섭씨 50.6도라는 상상하기 힘든 폭염을 기록하면서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인도 기후의 특성상 7월에는 더위가 한풀 꺾였지만 4, 5월에 겪은 가뭄으로 작물에 큰 피해가 생기면서 밀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인도의 밀 생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식량 공급이 타격을 입으면서 식량을 외국에 의존하는 많은 나라들, 특히 가격에 민감한 가난한 나라에서는 굶주림으로 사망하는 일이 급증할 것으로 예고된 바 있는데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이 더해진 것이다. UN 세계 식량 프로그램에 따르면 3억 4,500만 명이 아사(餓死) 위기에 놓여있다고 한다. 이는 기록적인 숫자다. 팬데믹 이전만 해도 1억 3,500만 명이었고, 20세기 내내 굶주림을 없애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있다.
굶주린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죽지 않는다. 살기 위해 지역을 이동하고 국경을 넘는다. 세계은행은 기후 변화로 인해 이주하는 사람들이 2050년까지 2억 1,6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여기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에 따르면 지금 거주지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어서 대량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2030년부터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운명의 2050년
그런데 기후 변화와 관련한 많은 전망이 2050년을 기준으로 추정치를 제시하는 이유가 뭘까? 잘 알다시피 2015년 UN 기후 변화 회의에서 체결된 파리 협정에서 지구의 평균 기온 증가를 섭씨 2도 이하, 바라기는 1.5도로 제한하자고 각 나라가 합의했다. 과학자들은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넷 제로(net zero)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2050년은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의 노력을 보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지금쯤 급격한 감소를 보여야 희망을 갖겠지만 현재의 진행방향은 감소와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파리 협정에서 각 나라가 서약한 내용을 그대로 따른다고 해도 1.5도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위기를 알리기 위해 영국의 기상청(Met Office)은 2020년에 "현재의 추세대로 가면 2050년에 영국의 기온은 이런 모습을 하게 된다"라는 가상의 일기예보를 발표한 바 있다. 2050년 7월 23일, 영국의 남부 지역이 40도를 넘나 든다는 일기예보였다.
그런데 지난주 화요일(7월 12일) 영국의 일기예보는 2050년의 가상 일기예보와 거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2050년이 벌써 현실화되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인류의 집단 자살행위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각 나라들의 행동을 촉구하면서 "우리에게는 집단 행동(collective action)과 집단 자살(collective suicide),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인류의 절반이 홍수와 기근, 폭우, 산불 등 위험지역에 살고 있고, 어떤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화석연료의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개탄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인류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자살을 선택하는 행위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리 자극적인 표현을 써서 설명해도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 심각한 자연재난을 겪으면 큰일이라고 걱정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후 변화는 정치인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협상도구의 하나로 전락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일어난 재난을 잘 정리한 글을 발견해서 소개한다.
폭염
- 2022년 7월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더위로 1,000명 이상 사망
- 2022년 5월 인도의 폭염으로 인한 식량 수출 금지
- 2022년 5월 파키스탄의 폭염과 물 부족 사태, 양 떼 대량 사망 (위와 동일 시점)
- 2021년 12월 캐나다 남서부 지역에서 열돔(heat dome) 현상과 홍수로 가축 1,300만 마리 사망
- 2021년 6, 7월 캐나다 서부에서 폭염으로 619명 사망
대규모 정전
- 2022년 여름 미국 중서부 지역 대규모 정전 예고, 향후 5년 동안 캘리포니아 전기공급 불안
- 2021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산불 위험으로 400번 이상의 강제 정전 실시
- 2021년 6월 파키스탄 폭염 사태로 대규모 정전
-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주 한파로 인한 대규모 정전 (210명 사망)
한파
-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주 한파로 210명 사망, 다른 추정치에 따르면 1,000명 이상 사망
가뭄
- 2022년 7월 멕시코 국토의 절반에 가뭄
- 2022년 7월 이탈리아 북부, 70년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곡물 가격 50% 상승 우려
- 2022년 6월 스페인, 포르투갈 1,200년 이래 최악의 가뭄, 포르투갈 국토의 97%에 가뭄
- 2022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93%에 심각한 가뭄
가뭄으로 인한 기근
- 2022년 6월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의 전례 없는 기근으로 수백 만 명이 굶주리고 있음
- 2022년 5월 심각한 식량부족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팬데믹 이전 1억 3,500만 명에서 2억 7,600만 명으로 두 배가 됨
- 2021년 전 세계 4,100만 명이 기아, 혹은 기아와 유사한 상태에 빠질 위험
산불/들불
- 2022년 7월 프랑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에 산불 확산 중
- 2022년 봄 미국 애리조나, 콜로라도, 뉴멕시코, 텍사스주에 12건의 산불 (32만 2,309 에이커 소실)
- 2022년 봄 미국 플로리다주에 37건의 산불 (2만 2,000 에이커 소실)
-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부터 러시아 시베리아까지 세계 전역에서 기록적인 산불, 17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
- 2019-2020 호주 '블랙 써머' 들불로 인한 연기로 450명 사망, 4,200만 에이커 소실
토네이도
- 2022년 5월 독일에서 토네이도로 1명 사망, 40명 부상
- 2021년 12월 미국 5개 주에서 토네이도로 93명 사망
- 2021년 12월 기후 변화로 터키에서도 토네이도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기 시작
- 2021년 6월 체코에서 토네이도로 5명 사망, 200명 부상
홍수
- 2022년 4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홍수로 435명 사망, 집과 도로 유실
- 2022년 3월 호주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20명 사망, 시드니 주민 수천 명 대피
- 2022년 2월 브라질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200명 이상 사망
- 2021년 11, 12월 캐나다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가축 수배 마리가 죽고, 2만 명 대피
- 2021년 9월 미국 북동부에서 홍수로 50명 이상 사망
- 2021년 여름 독일에서 홍수로 200명 이상 사망
- 2021년 7월 중국에서 홍수로 302명 사망
- 2021년 7월 인도에서 홍수로 201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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