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4년마다 보게 되는 대선 토론회를 미식축구의 수퍼보울(Super Bowl)에 비유한다. 오랜 경력을 쌓은 정치인이 경선에 이기고 최종 결선에서 만나 정면 승부를 겨루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인기로 대결하는 게 아니라, 치밀하게 상대를 분석하고 준비한 팀의 지원과 전략에 따라 토론에 임한다는 점에서 팀 스포츠에 비유하는 건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이슈를 잘 파악하지 않고 대선 토론을 보는 일반인의 눈에 대선 토론은 미식축구보다는 미국의 유명한 자동차 경주인 나스카(NASCAR)에 가깝다. 개개 선수, 팀을 모르는 사람이 나스카를 보면 그저 많은 차들이 끊임없이 좌회전만 하는 지루한 경기인 것처럼, 대선 토론도 이미 골백번 이야기된 문제에 대해 평소의 주장을 주고받으며 조금도 이견을 좁히지 않는 두 평행선을 보는 기분이다.

그런 일반인도 나스카가 재미있을 때가 있다. 바로 사고가 날 때다. "나스카는 사고를 보는 재미로 본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사고는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의 시선도 집중시킬 수 있다. 대선 토론회도 그렇다. 뻔한 주제로 안전한 공방전을 하는 건 지루할 수 있지만, 한쪽에서 실수를 하거나, 상대방의 실수를 끌어낼 경우 대선 토론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