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나리오 같은 상상을 하나 해보자. 인류가 거대한 재난에 직면했다. 수천만 명, 아니 수억 명의 목숨과 재산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고,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 누군가 해결책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문제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 방법이 인류가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는 걸 확인했고, 대부분의 사람이 이걸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다. 아이를 한 명 죽여야 한다. 우리는 그 아이를 죽일 수 있을까?

최근 나온 미국의 어느 인기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설정이 등장한다. 어디까지나 픽션이고, 가정에 불과한 설정이지만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류가 살기 위해 한 아이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농담이 아니라 윤리학자(ethicist)의 설명까지 곁들인 기사까지 나왔다.

언뜻 들으면 진노한 신을 달래기 위해 인신공양(人身供養)을 하던 고대 문명의 이야기처럼 들려도, 사실 사회의 생존과 편안함을 위해 아이들이 희생하는 일은 인류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고된 작업을 하던 십 대 노동자들이 뛰어내리는 걸 막기 위해 그물망을 치는 공장들이 아니었으면 스마트폰의 가격은 몇 배로 뛰었을 것이고, "스마트폰 혁명"과 이를 따라온 많은 "혁신들"은 아예 불가능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혁신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