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적국이었다. 무려 16만 명의 미군이 일본과 싸우다 목숨을 잃었고, 인류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쟁에서 사용한 핵폭탄은 미국이 일본에 떨어뜨린 것이다. 하지만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자유주의 세계질서(liberal internationalism)를 이끌기로 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이제 일본은 미국의 최대 협력자이자, 미국이 힘을 다해 키워줘야 하는 금쪽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우리도 잘 아는 것처럼, 전후 일본이 부흥하게 된 것은 한국전쟁 때다. 미국으로서는 전쟁 물자를 태평양을 건너 본국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생산해 가져오는 게 훨씬 유리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본의 경제를 되살릴 수 있었다. 일본은 미 국방부로부터 수억 달러의 주문을 받았고, 제품을 생산해도 수요를 찾기 힘든 패전국에서 토요타와 같은 기업들에게 미국이 쏟아부은 전쟁 비용은 구원의 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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