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매뉴얼
• 댓글 4개 보기오늘(12월 7일) 오후에 대통령 탄핵안의 표결이 있죠. 어떤 정치인들에게는 그저 판세를 바꿀 수 있는 결정일 수도 있겠지만, 국민에게는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정의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번 표결은 한국이 헌정 질서 파괴를 시도한 사람이 대통령직에 남아있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이 민주주의 시스템이 보장하는 권력을 누린다는 것은 모순입니다만, 21세기의 세상에서는 많은 나라가 그런 모순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죠.
오늘 소개하는 두 글은 사회가 그런 모순을 쉽게 생각하는 바람에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미국에서 나온 것입니다. 첫 번째는 한국에서 계엄령이 내려졌다가 해제된 직후에 나온 MSNBC의 진행자 크리스 헤이즈(Chris Hayes)의 뉴스 논평을 글로 옮긴 것이고, 두 번째는 한국에도 '폭정(On Tyranny)'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가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두 글은 비슷한 논조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미국에 어떤 의미를 갖느냐를 설명하죠. 옛날 같은면 그저 미국 외교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을 것이고, 신생 민주주의 국가가 겪는 성장통이라는 시각으로 이야기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때 민주주의를 수출하던 미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헤이즈와 스나이더는 모두 한국인의 대응에서 2024년의 미국이 배워야 할 교훈을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한국인들이 훌륭하다는 말치레가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트럼프와 얼마나 비슷한 사람이고, 비슷한 위협이 되는지를 설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미국이 한국의 대처법에서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말하자면 민주주의를 방어하기 위한 매뉴얼입니다.
네, 맞습니다. 이제 한국은 민주주의 매뉴얼의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부디 그 위상에 맞게 오늘 국회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1. 크리스 헤이즈
우리 미국이 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힘겹게 노력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지금 놀랄 만큼 우리와 흡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두렵기도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상당히 희망을 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지금 화면으로 보시는 장면은 아마 오늘 하루 종일 보셨을 겁니다. 한국의 시민들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극우 대통령이 내린 계엄령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들어보시면 묘하게 낯이 익을 겁니다. 2022년, 정치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인기 없는 전직 대통령의 덕택에 0.25%라는 지극히 근소한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남초 커뮤니티에 모인 남성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스스로 반페미니스트라고 칭하면서, 내놓고 여성 혐오적인 선거운동을 했죠. 한국의 낮은 출생률이 페미니즘 탓이라고 비난했고요.
대통령이 된 후에는 한국 정부에서 젠더 평등을 추구하는 부서(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 했고, 법정 최대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높이려 했습니다. 당연히 인기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어느 나라나 우익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하겠다는 것들은 다 비슷하죠. 윤석열은 또 한국의 의료체계 개혁을 밀어붙이려다가 대대적인 의료 인력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가족 문제까지 생겨서 아내가 부적절한 선물을 받는 등 온갖 스캔들에 휩싸였습니다. 어디에서 많이 들어 본 얘기 아닌가요?
결국 지난봄 선거에서 20세기 이후로 최대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많은 유권자가 참여해 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윤석열의 당은 의석의 1/3만을 확보하게 되었죠. 그러는 과정에서 윤석열의 지지율은 이달 초 17%로 떨어졌습니다. 또한 그와 그가 임명한 사람들이 탄핵의 위기에 처했고, 그는 레임덕 대통령으로 불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엄령을 선포하니 더욱 충격인 거고요.
윤석열은 어젯밤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트럼프의 말투가 느껴지는 담화였죠. 그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내겠다"라면서 이를 위해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이 임명한 육군 대장이 계엄령을 발표했습니다.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계엄령이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것,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는 것,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그냥 내놓고 독재를 하겠다는 거죠. 지금부터 정치 활동을 모두 금하겠다는 건 독재 정권이 되겠다는 얘깁니다. 시민 사회는 더 이상 없다는 거니까요. 한 번의 선언으로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이동의 자유, 파업의 자유 등을 없애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일어난 한국 사회는 독재 정권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갖고 있습니다. 한국이 민주주의 사회가 된 것은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싸웠기 때문입니다. 2차 대전과 한국 전쟁이 끝난 후, 한국 사회는 연이은 군사독재를 경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1980년에 군사 쿠데타가 한국을 휩쓸었습니다.
(당시 방송 내용) "한국은 현재 완전한 계엄령 아래 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계엄사령부는 즉시 학교를 폐쇄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했습니다. 야당 지도자를 포함한 반정부 인사들이 체포되었습니다."
당시 발표와 이번 발표에 비슷한 점들이 보이시죠? 북한의 위협이라거나, 공산주의자들의 침투, 간첩 행위 같은 주장들 말입니다. 1980년에 쿠데타를 계획한 사람들은 시위대를 진압하고, 사실상 일당 독재를 이룩했습니다. 그 체제는 1987년까지 이어지다가 그해에 자유로운 선거가 일어나면서 붕괴되었습니다. 사실상 (그 자유선거를 가능하게 만든) 시위로 붕괴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의 계엄령 발표가 나오는 즉시, 조금의 지체도 하지 않고 한국인들은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밤에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파카를 입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시위를 위한 시위를 한 게 아닙니다. 시민들은 아주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습니다. 뭐냐고요? 한국의 국회는 윤석열의 계엄령을 의원의 과반수로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의 계엄령은 모든 정치 행위를 금지했죠. 국회의사당으로 군인들을 보내어 입구를 막았습니다. 의원들의 입장을 막고, 정족수가 되는 걸 저지해서 표결을 못 하게 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모여서 무슨 일을 했을까요? 아래와 같은 장면입니다.
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힘을 합쳐 그곳으로 달려온 국회의원들을 밀어 올려 닫힌 국회의사당의 문을 넘어가게 하는 장면입니다. 들어가서 표결을 하라고요.
어느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이걸 두고 "역 1.6사태(a reverse January 6th)"라고 불렀습니다. (미국의 1.6사태 때 폭도가 민주주의를 파괴하기 위해 의회의 담을 넘었다면) 한국의 역 1.6사태는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쳐 국회의 담을 넘어 계엄을 해제하는 표결을 한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통했습니다. 윤석열이 대국민 담화를 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190명의 국회의원이 의사당 내에 진입할 수 있었고, A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그 자리에 모인 국회의원들의 만장일치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표결이 일어난 직후 보도 화면에서는 의사당에 진입했던 군인들이 철수하는 모습이 보였고, 윤석열은 계엄령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인 새벽에 계엄을 해제해야 했습니다. 시위대는 환호했고, 윤석열의 해임 혹은 탄핵을 외쳤습니다. 야당은 현재 윤석열 탄핵 결의안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그러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하루 종일 이 사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일이니까요. 평범한 한국의 국민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거리로 나와서 민주주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 흥분도 되었고, 영감을 받았고, 힘도 났습니다. 파카를 입은 할머니가 그 추위에 나와 시위를 하고, 군인이 든 총을 겁 없이 밀어내고, 국회의원들을 들어 올려 민주주의 제도를 지키게 하는 모습 말입니다.
이 모든 게 여성을 혐오하는 극우 정치인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이 되었으면서, 그나마 가졌던 정치적 자산을 다 날려 버리고, 역사적으로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바꾸겠다는 걸 막으려는 노력이었습니다.
물론 미국은 한국이 아닙니다. 헌법도 다르고, 전통도 다릅니다. 하지만 2024년을 사는 미국인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이 가르쳐 주는 중요한 교훈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국민이라는 겁니다. 선출된 야당 의원들과 힘을 합쳐, 그들을 통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민 말입니다.
2. 티머시 스나이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사 독재를 시도했다. 그리고 완전히 실패했다. 그가 한국에서 한 행동은 미국에 다가오는 트럼프 정권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지금 배워야 할 분명한 교훈 몇 가지가 있다.
윤석열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근소한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가짜 뉴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며, 정치적 경쟁자들을 국가의 적이라고 부른다. (트럼프의 경우 "내부의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윤은 그런 표현을 사용해 계엄령을 정당화하려 했고, 트럼프는 미국의 내란법(Insurrection Act, 반란법)을 사용하려 할 경우 그 표현을 쓸 것이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윤석열은 자기 의도를 사전에 내비쳤다. 그런 표현을 사용해서만이 아니라, 자기에게 개인적으로 충성하는 군인과 정보 요원들로 자신을 둘러쌌다. 털시 개버드(Tulsi Gabbard)를 국가정보국장에, 카시 파텔(Kash Patel)을 연방수사국장에,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려는 트럼프도 윤석열과 같은 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미군에서 고위급 장성들을 몰아내고 싶어 한다.
윤석열의 정치적 경쟁자 이재명은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하려 한다고 경고했고, 그의 예측은 맞았다. 트럼프의 경우, 그런 일을 하리라는 예측은 윤석열의 경우보다 쉽게 할 수 있다. 그는 내놓고 "하루만 독재자를 하겠다"고 얘기했고, 내란법을 사용할 생각을 밝혔다. 내란법을 사용하면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군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내란법은 계엄령과 똑같지는 않다. 계엄령하에서는 민간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을 군대가 수행하게 된다. 내란법은 원칙적으로 내란이 발생했을 때 군대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민간 정부의 법 집행을 도울 수 있게 한다. 문제는 그 법의 표현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트럼프는 내란법을 아주 광범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핵심은 그 법을 사용해서 정권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대통령 권한 확대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너무 낡았다. 한국에서 계엄령이 마지막으로 선포된 건 1979년이고, 1980년대 후반 이후로 한국은 시민 사회, 특히 노동조합의 강력한 활동 덕분에 의미 있는 선거와 시민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상당히 단호하게 진전했다. 미국에서 내란법은 1792년부터 1871년 사이에 통과된 다양한 법률의 집합체로, 이 법이 마지막으로 사용된 때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인종 폭동 때다.
윤석열의 이번 행동은 개인의 성격이나 한국에서 그가 쌓은 커리어에 기반한 것이고, 한국법을 이용한 것이지만, 아주 트럼프적인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트럼프가 국제 무대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국들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그런 시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윤석열의 시도는 실패, 그것도 철저하게 실패했다. 트럼프는 하루만 독재자를 하겠다고 했지만, 윤의 독재는 6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윤석열의 독재가 짧게 끝난 것에서 미국인들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우선 기본적인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군사 독재를 시도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군이 초기에는 윤이 바라는 대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군 장성들이 그의 쿠데타 시도에 참여했다. 박안수 장군은 정치 행위와 정당 활동, 집회, 그리고 "프로파간다 활동"(이라는 건 정의할 기준도 없다)이 중단된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언론 매체가 군의 통제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미국인들이 지금 물어야 할 질문은 이거다. 트럼프는 (한국의 군인들이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할 충성파로 자신을 둘러쌀 수 있을 것인가? 일단 트럼프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따라서 연방 상원은 후보 인준 청문회에서 트럼프가 지명한 국가 안보 및 정보 관련 후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트럼프가 윤석열이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국내의 정치 활동을 억압하려는 목적으로 내란법을 사용하려고 하면 당신은 거기에 동조할 겁니까?"
의원들에게도 한국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내리는 순간 야당의 지도자 이재명(원문에는 Kim으로 오기—옮긴이)은 국민에게 국회로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의원들도 계엄군의 저지에도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했고, 만장일치로 계엄령을 무효화했다. 윤석열이 속한 우익 정당의 의원들도 군사독재의 위협 앞에서 반대 진영에 참여하여 극적인 단합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의원들은 자신의 역할과 공화국을 지킬 능력이 있을까? 지켜봐야겠지만, 이제까지 그들의 보여준 태도를 보면 그렇다고 확신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그런 태도와—이런 상황에서 요구되는—의지를 보여주었다.
물론 법적인 환경은 다르다. 윤석열의 경우 계엄령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국회의 동의는 필요없지만, 스나이더는 이를 사실상 국회의 동의 과정이라고 쉽게 설명한 것이다—역자 주)하지만 미국의 의원들도 원하면 내란법을 무효화하는 법을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
비슷한 교훈이 미디어에도 적용된다. 한국에서는 신문이 여전히 중요한데, 주요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는 처음부터 윤석열의 계엄령에 반대했다. 미국에서 조선일보에 해당하는 좋은 예는 없지만, 월스트리트저널 정도의 신문인데 구독자가 더 많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핵심은 우익 정치인이 쿠데타를 시도했을 때 우익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폭스뉴스나 뉴스맥스(Newsmax) 같은 매체가 그런 상황에서 조선일보처럼 행동할까? 아마 아닐 거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는 기준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국민 전체에 적용된다. 책임을 군이나, 의회, 언론에 넘기기는 쉽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국민의 반응이었다. 정당의 당원이나 노조원들의 역할도 분명 중요했지만, 그들만이 아니었다. 한국인들 사이에는 '이건 절대 허용할 수 없다,' '한국이 이런 사회는 아니다,' '우리는 공화국이지, 독재국가가 아니다'라는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과연 미국인들도 한국인들처럼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을 할까?
한국 국민은 그런 본능 때문에 일제히 계엄법 선포를 무시하고 모여서, 발언하고, 저항했다. 대통령이 금지한 바로 그 행동을 한 것이다.
미국인들도 그렇게 분연히 일어설까? 지난 몇 시간 동안 한국이 보여준 덕분에,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일어난 많은 사례를 통해 우리는 위험 신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고, 거기에 대비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고, 좋은 예를 보여 주었다. 이제 미국은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