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빠른 언론에서는 지난달 열린 애플의 연례행사인 WWDC에서 애플의 AI 개발 총책임자가 등장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올해 WWDC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애플이 발표한 새로운 서비스나 기능 변화가 아니라, AI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작년에 애플이 약속한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나오지 않은 건 눈에 띄는 헛발질이었고, 모른 척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경영진이 월스트리트저널과 따로 인터뷰를 해서 이유를 구구절절 해명하고 방어해야 했다.

2024년에 애플이 약속하고 사람들이 기다렸던 건 시리(Siri)가 사용자의 명령을 받아 아이폰과 같은 애플 기기의 기능을 통제하고, 더 나아가 사용자를 대신해 비행기표를 예매할 수 있는 진정한 'AI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것이었다. 애플은 올해 그걸 실현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2019년 에어파워 개발 포기 선언처럼) 시리의 에이전트화를 포기한다고 말한 건 아니다. 아직 그걸 출시할 만큼 애플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언젠가는 그게 가능할 거라는 얘기 아닐까?

애플이 못하면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다른 기업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