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AI ①
• 댓글 1개 보기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묻는 말이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뭡니까?" 멋있게 들리는 표현이지만, 그냥 "뭐로 돈을 벌 겁니까?"라는 말이다. 투자자라면 당연히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담보를 요구한다면,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미래에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그 방법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AI가 아니면 투자를 받기 힘들다고 할 만큼 지난 몇 년 동안 모든 돈이 AI에 몰리고 있다. 한 추산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네 곳에서 AI에 투자하는 금액만 3,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4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참고로 2024년 한국의 국가 예산은 656조 원이었다.) 돈이 많은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걸 말릴 이유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고, 연금 투자도 실리콘밸리의 주식과 무관하지 않으니 과연 그 기업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많은 돈을 AI 개발에 쏟아부은 기업들은 과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을까?
그들은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ephemeralfox you know you’re entering SF when the billboards start to look like this #AI #sftok #sanfrancisco #silicon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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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테크 칼럼니스트 에드 지트론(Ed Zitron)의 말을 한번 들어 볼 필요가 있다. 뉴스레터(Where's Your Ed At)와 팟캐스트(Better Offline)를 운영하는 지트론은 현재 진행 중인 AI 열풍과 기업의 수익성에 관해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래 내용은 그가 NPR에 출연해서 나눈 대담과 그의 뉴스레터에서 했던 이야기를 설명을 곁들여 요약한 것이다.

에드 지트론의 주장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AI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오터레터 작업을 포함한 일상에서 몇 가지 AI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거다. 학생들은 공부를 하기 위해, 혹은 공부를 하지 않기 위해 AI를 사용하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용도와 방법으로 AI를 매일 사용하고 있다. 테크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유행시키기 위해 많은 홍보와 "띄우기"를 시도하고, 보도와 홍보를 구분하지 못하는 테크 미디어들이 그걸 퍼 나르면서—가령, 메타버스처럼—아무런 성공 가능성이 없는 기술이 "트렌드"로 포장되어 유행하지만, AI는 다르다. AI는 이미 우리 일상에 들어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특정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이 반드시 그걸 만든 기업이 수익을 내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픈AI와 같은 기업들이 비록 매출을 낸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서비스는 사용자가 지불하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물론, 이건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거치는 과정이다. 지금은 빅테크라고 불리는 알파벳(구글), 메타, 아마존... 모두 그렇게 "투자금을 태워 가며" 서비스를 지탱하다가 어느 순간 막대한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렇다면 막대한 자금으로 AI를 만드는 스타트업도 언젠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
지난주 지트론은 '출혈 중인 앤트로픽'(Anthropic Is Bleeding Out)이라는 글에서 클로드(Claude)로 잘 알려진 앤트로픽이 기업용 요금을 엄청나게 올린 것이 대표적인 고객사인 애니스피어(Anysphere)에 어떤 충격을 주었는지 설명한다. 애니스피어는 AI를 사용한 코딩 도구, '커서'(Cursor)를 만들어 연간 5억 달러의 매출(ARR)을 올리는, 앤트로픽 최대의 고객으로, 클로드 소넷4 와 클로드 오퍼스4를 사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두 모델은 코딩에 특화되어 있다.)
그런데 앤트로픽은 지난 5월 30일 소넷4와 오퍼스4를 출시한 직후에 기업용 가격을 확 올려버린 것이다.

애니스피어의 커서 사용자들은 한 달에 20달러를 내면 무제한에 가까운 AI의 코딩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는데, 앤트로픽의 요금 인상으로 커서의 월 20달러 서비스는 아주 제한적으로 바뀌었고,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월 200달러를 내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월 200달러 서비스도 이전의 월 20달러 서비스보다는 제한적이다.
지트론은 앤트로픽의 가격 인상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가장 공격적인 것이었다고 말한다. 고객 기업들에게 인프라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그것도 최대 고객을 상대로 이렇게 무지막지한 가격 인상을 한 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앤트로픽은 애니스피어의 제품이 자사의 AI 모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행한 것이다. 지트론은 이런 행위는 조폭(mob)이나 하는 짓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한다.
이어서 지트론은 그 결정의 배경을 두고, 기업은 정말 다급하지 않으면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서, 그런 다급함은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취약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그리고 이 일은 단순히 앤트로픽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업계의 선두인 오픈AI도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서는 앤트로픽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들 AI 기업이 놀라운 서비스를 만들어 투자비의 몇 배를 돌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그들이 꿈꾸는 미래와 현재의 서비스 사이를 연결해 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막대한 투자비는 정당화될 수 없다.
본전 이상을 뽑는 고객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길래 다급함을 숨기지 못하고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지트론은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개발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짐승들"이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최적의 조건을 찾아 동물적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자동화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자동화하는 사람들이고, 서비스에서 얼마나 뽑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극한의 테스트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출시했을 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5시간 마다 리셋되는 시점에 일어나기 위해 자명종을 맞춰놓고, 클로드 코드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전용 대시보드까지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리고 클로드 코드가 제공하는 로그(log)를 들여다보면서 인풋, 아웃풋 토큰을 세었고, 어떤 토큰이 AI가 새롭게 작성한 것이고, 어떤 토큰이 캐시(cache)에서 읽어 온 것인지 확인했다.
이들은 자신의 요구를 클로드가 처리하기 위해 얼마나 큰 비용을 지불하는지 확인한다. 한 달에 20달러, 100달러, 200달러를 내며 클로드를 사용할 때 실제로 앤트로픽이 지불하는 비용을 알고 싶은 거다. 물론 그들은 지불한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지트론도 이야기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올해 2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벌고도 30억 달러의 현금 소진(cash burn)이 예상된다고 한다. 지트론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클로드 코드의 사용자 한 명당 수백에서 수천 달러를 손해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달에 200달러를 내는 클로드 코드 사용자 1인당 컴퓨팅 비용이 월 1만 달러에 달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트론이 던지는 질문은 이거다. "테크 산업 전체가 돈을 잃기만 하는 소프트웨어의 인기에 의존하고 있다면, 그래서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그는 이런 상황을 2007년에 미국에서 일어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은행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믿고 신용등급이 낮고 수입도 불안정해서 대출을 갚을 능력이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주택 융자를 남발한 결과로 발생한 경제 위기—에 비유한다.
"나는 '서브프라임 AI 사태'가 다가오고 있다고 본다. 빅테크의 보조금에 의존해 엄청나게 할인될 가격에 팔리는 기술에 테크 산업 전체가 투자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어느 순간 끔찍한 현금 소진율을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이는 서비스의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무리 충성스러운 고객이라고 해도 지불할 수 없는 가격이 있다."

이런 비관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런 때가 오기 전까지 AI의 성능이 빠르게 좋아지고, 우리 모두가 AI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다면 앤트로픽이나 오픈AI 같은 기업들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1994년에 설립된 아마존이 첫 흑자를 내기까지는 무려 7년이 걸렸다. 그때까지 아마존은 투자받은 현금을 태우며 버텼다. 페이스북(메타)도 다르지 않았다. 전자상거래 기업과 소셜미디어 기업도 그랬는데,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고 평가받는 AI라면 흑자는 시간 문제라는 거다.
하지만 지트론은 생성형 AI가 정말 그렇게 큰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서브프라임 AI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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