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Cold War II)에서 세계가 새로운 냉전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한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20세기 냉전이 전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다. 많은 중소국가가 미국과 소련을 축으로 줄서기를 해야 했지만, 그렇게 줄을 선 나라들은 대가로 각종 사회, 경제적 지원과 원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냉전은 우주개발이라는 부산물을 낳았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만을 생각하면 시도하기 힘든 장기적 투자였지만, 소련의 앞선 우주 기술 과시로 충격에 빠진 미국이 과감한 우주 개발을 선언하면서 두 강대국은 자존심을 건 경쟁을 하게 된다. 물론 로켓 기술은 장거리 미사일 기술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군사 경쟁의 일부이기는 했지만, 두 나라는 단순한 무기 개발을 넘어 달 착륙과 행성 탐사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련은 1975년, 금성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 착륙에 성공, 표면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