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산 게이 이야기 ⑤
• 댓글 1개 보기진행자: 페미니스트시죠.
록산 게이: 네, 그렇죠.
진행자: 책에 이렇게 쓰셨어요, "나는 페미니스트다. 나는 여성들로 하여금 비현실적인 기준을 따르게 하는 견고한 미의 기준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도 쓰셨습니다. "나는 내 몸이 불편하다 (I'm not comfortable in my body, 나는 내 몸 안에서 불편하다). 신체적인 거의 모든 것들이 힘들다."
게이 씨의 표현대로 "뚱뚱한 여자"는 자리(space)를 많이 차지해서는 안되는데, 페미니스트라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야 합니다. 그러니 아까 말씀하신 것 같은 상호모순을 겪으시게 되네요.
록산 게이: 항상 그렇죠. 누구나 항상 자신이 될 수 있는 가장 나은 버전이 되고 싶어 하죠. 그리고 최고의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 하고요. 그리고 생각과 행동에서 가장 포함적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래요.
*Inclusive. 이 단어는 흔히 '포용적(인)'으로 번역하지만 포용이라는 단어는 주체가 사회적 주류거나 대상보다 우위에 있다는 함의가 있기 때문에 오터레터에서는 '포함적(인)'으로 번역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일 뿐이고,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닌 지금 이대로의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람이 어떤 체형을 갖고 있더라도 남들에게서 괴롭힘이나 학대를 받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체형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항상 쉽지는 않아요. 저도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진행자: 게이 씨를 오두막으로 데려가 친구들과 집단 성폭행했던 그 남자애를 구글로 검색해보셨다고 하셨어요. 그가 일하는 직장에 전화를 건 적도 있는데, 말은 하지 않고 그냥 그 남자가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여보세요"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고 하셨어요. 왜 그렇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혹시 아세요? 결혼은 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같은 것 말이죠.
록산 게이: 그 사람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해요.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정도 알고 있죠. 적어도 예전에 검색해봤을 때 다니던 직장은 알아요. 따라서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상상은 할 수 있어요.
저는 어느 날 문득 알고 싶어 졌던 거예요. 제 안전을 위해서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간의 패닉 모드에 빠졌던 거죠. 그러고 나서는 그냥 호기심에라도 알고 싶었어요. 너는 내 인생을 끝내버리려 해 놓고 네 인생은 어떻게 살고 있니? 이런 거죠. 그래서 구글 박사에 의뢰한 거죠. (웃음)
진행자: ...그리고 구글 박사께서 답을 주셨고요. (웃음)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니 어땠나요? 그렇게 간접적으로라도 다시 연락이 되었으니 말이죠.
록산 게이: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 순간에 제 자신에게 '너 뭐 하고 있는 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죠. 뭐라고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냥 소리를 지르고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냥 전화를 끊었습니다.
진행자: 스릴러 영화 도입부 같은데요.
록산 게이: 그렇죠?
진행자: 네. (두 사람 웃음)
록산 게이: "다음 달 라이프타임(Lifetime, 다소 진부한 영화나 드라마를 틀어주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케이블 TV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두 사람 웃음)
진행자: 그 일이 그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고 싶지는 않나요? 물론 전화를 걸어 물어보시라고 하는 건 아닙니만, 그의 삶에는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그를 따라다니는지, 그 일이 잘못이라고 느끼는지, 혹은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행동을 한 건지 알고는 있는지 말이죠.
록산 게이: 물론이죠. 저도 항상 궁금했어요. 그 궁금함 뒤에는 결국 그 사람이 제게 사과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그런 끔찍한 일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게 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으면 합니다. 저는 그 일을 겪은 후에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 잊어버리고 살지 못했다는 것을, 그 일 때문에 아주 오래도록 부서진 채로 살았다는 것을 그가 알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겠죠.
진행자: 현재까지 이 책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중에 예상치 못했던 건 없나요?
록산 게이: 가장 뜻밖이었던 건 이겁니다. 제가 책에 제가 체중이 가장 많이 나갔을 때의 몸무게를 적었죠. 그런데 이제까지 나온 이 책의 리뷰나 관련 기사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 몸무게를 이야기하더라고요. 물론 제가 책에 포함시켰으니 언급하는 게 잘못은 아닌데, 그걸 언급하는 이유가... 음, 그냥 모든 기사가 그 체중을 언급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정말로 흥미로웠어요.
진행자: 그 숫자가 언급되는 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도 이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그 체중을 이야기했잖아요.
록산 게이: 네, 언급하셨죠.
진행자: 네.
록산 게이는 이 말을 할 때 진행자 테리 그로스가 인터뷰를 시작할 때 자신의 최대 체중을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사람들이 기사에서 자기 최대 체중을 이야기한다고 말하면 진행자를 나무라는 것으로 들릴 수 있음을 알고도 한 얘기다.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이지만 양쪽 모두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과 예의를 차리기 위해 할 말을 피하는 것 중에서 전자를 택하는 인터뷰다.
무엇보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진행자가 어떻게 대답하는지를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생각한 후에 인터뷰에 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는 진행자와 초대 손님 양쪽이 모두 최선을 다해야 돋보일 수 있다.
록산 게이: 저는 그 체중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게는 그냥 숫자에 불과한데 말이죠. 그 숫자는 사실을 말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기사에) 쓰고, 이야기하는 건 "우와 세상에, 저 여자가 세상에 제일 무거웠을 때 체중이.." 이러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죠.
진행자: 제가 그 숫자를 언급한 건 인터뷰에서 이야기하는 게 어떤 것인지 청취자들이 감을 잡았으면 해서입니다. 상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거죠. 가령 제가 시작할 때 사용하기에 적절한 단어를 여쭤봤지만, 사람들은 "뚱뚱하다(fat)"는 표현을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니까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아, 난 너무 뚱뚱해"라고 말하죠. (웃음)
록산 게이: 사실 방금 말씀하신 그게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반응이에요. 사람들이 자기도 뚱뚱하다고 대답하는데 제가 보기에 뚱뚱한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진행자: 네, 그렇죠. 맞아요.
록산 게이: 넵, 그래요.
진행자: 그래서 저는 기사에 따라서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체중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뚱뚱하다는 게 어떤 뜻이냐,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 거냐라는 거죠.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 그 숫자는 게이 씨를 표현했죠.
록산 게이: 네.
진행자: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 책을 쓰시기 힘드셨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쓰셨을 때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쓰시는 중에 걱정하셨던 것, 본인의 생각과 씨름하신 것, 그리고 출간된 후에 하신 걱정은 어떤 게 있나요?
록산 게이: 이 책을 쓰면서 저는 제 자신을 이렇게 노출하는 게, 그리고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걱정스러웠어요. 저는 이 책을 쓰려면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 책을 쓰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기에 아무것도 숨기지 않기로 했고요. 그렇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에게 저의 취약함을 그렇게 노출한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었어요.
그런 두려움이 제가 이 책을 펴내는 데 대해 가졌던 두려움이에요. 이 책을 쓰는 데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끈 게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정보다 1년 늦게 나오게 되었죠. 이 책을 써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제가 자꾸 미루고 미룬 건 제가 이 책을 쓰는 게 무서웠기 때문이에요.
진행자: 책 말미에 이렇게 쓰셨어요. "나는 내가 세운 몸이라는 성벽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나는 나를 위해서, 오로지 나를 위해서 이 벽을 허물어야 한다."
허물려는 벽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록산 게이: 제 자신을 둘러싼 벽을 허물고 싶은 것은 이 벽이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태가 좋은 날은 감정적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걸 이해해요.
그리고 저는 날씬해지고 싶은 게 아녜요. 저는 그냥 지금보다 작아지고 싶어요, 왜냐하면...(잠시 말을 멈춘 후) 그냥 작아지고 싶기 때문이에요. (제 체구가 지금보다 작으면) 제 일상 속 많은 것들이 쉬워질 거예요.
그리고 제게 허영심(vanity)이 적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더 예쁜 옷을 입고 싶어요. 제 자신에게 주고 싶은 것은 때로는 그렇게 아주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그리고 저는 과거 제게 일어났던 일을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이 성벽을 없애는 거라고 생각해요.
진행자: 이제 그걸 글로 쓰셨고, 책은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좀 더 쉬워질 거라 생각하세요?
록산 게이: 안 그럴 것 같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 책을 쓸 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제 자신을 치유하거나 할 목적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책을 쓰는 작업은 제가 지난 몇 년 동안 키운 버릇들을 직시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게 더욱 도움이 되는 다른 습관을 만들고 싶어요.
(책을 쓰는 덕분에) 그 작업이 더 쉬워졌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적어도 시도를 해볼 만한 최고의 감정적, 정신적 상태에 있다는 것은 알아요
진행자: 록산 게이 씨, 함께 말씀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록산 게이: 테리 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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