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에서 체포된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에 대해 읽다 보면 흥미로운 내용을 보게 된다. 과거에 자기 정자를 기증해서 전 세계에 100명이 넘는 자녀가 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익명으로 기증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많은 자녀가 있음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아버지가 같은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아이를 가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이런 행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진들을 보면 아래처럼 푸틴을 연상시키며 "남성미"를 과시하는 사진이 많고, 자기의 유전자를 오픈 소스로 공개하겠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파벨 두로프 (이미지 출처: The Independent)

자식을 많이 낳는 것에 집착하는 갑부라면 일론 머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최소한 세 명의 여성에게서 12명의 자식을 낳았다고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마음에 드는 여성에 접근할 때 "내 자식을 낳아 달라"고 말한다는 얘기는 꽤 유명하다. 머스크는 실제로 세계적으로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것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거라고 주장하면서 젊은 사람 중에 기후 위기로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는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멸종주의자(extinctionist)"라고 부르기도 했다.

출산에 집착하는 것으로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아이는 낳지 않고 고양이만 키우는 여자들(childless cat ladies)"이 미국을 이끌고 있다면서, "이들은 남들의 인생도 자기처럼 비참해(miserable)지기를 원한다"라면서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은 비참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말해서 여성 유권자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그의 편견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생리를 멈춘(완경) 여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손주 키우기를 돕기 위함"이라고까지 말했다.

이 남자들은 왜, 언제부터 이렇게 여성의 출산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세계 인구의 변화

현재 세계 인구는 약 81억 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만 지구상 인간의 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한 종의 숫자가 한 개체(=나)가 살아 있는 동안 그만큼 증가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1970, 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가 인구 폭증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잘 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던 한국 정부의 산아제한 문구는 "둘도 많다"는 표어로 대체되었다.

이제 상황이 바뀌어 "인구절벽"을 걱정하게 된 한국에서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고민에 빠져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가율은 감소했고, 이제는 인구 증가의 정점을 예측하게 되었지만 (대략 2080년대, 103억 명을 정점으로 실질적인 감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의 대부분이 죽기 전까지 인류의 숫자는 계속 증가할 거다.

지구상의 인구를 시기별로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 Our World in Data)

하지만 그건 전 세계의 일이고, 개별 국가들의 상황은 다르다. 한국이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출생률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말하자면 브레이크를 밟은 자동차처럼 여전히 전진하지만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 거다. 출생률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20세기 내내 인구 증가를 걱정했던 인류가 인구 감소를 걱정하기 시작한 건 대략 21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한국도 그즈음에 위기의식을 갖기 시작했지만, 2004년에 미국의 저널리스트 필 롱먼(Phil Longman)이 '텅 빈 요람(The Empty Cradle)'이라는 책을 발간하고 인구 감소 문제를 고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각심이 생겼다.

사실 그 책이 나온 2004년만 해도 미국은 인구 감소를 걱정하지 않았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던 다른 선진국과 달리, 미국은 이민을 꾸준히 받아들였고, 특히 남미 지역 이민자들의 경우 아이를 많이 낳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에 미국은 인구 감소에서 예외라는 게 당시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낙관적인 태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진다. 2007년이 되자 미국의 출생률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감소 추세는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 이게 사실이면 인류가 지난 20세기 내내 두려워하던 인구 문제는 이제 비로소 해결되는 거 아닌가?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왜 반기지 않고 걱정하는 것을 넘어 "인류의 종말"까지 이야기하는 걸까? 머스크와 같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인구 문제, 즉 인구 폭증을 서구에서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맬서스와 그의 이론 (이미지 출처: Wikipedia)

문제의 본질

20세기의 인류가 인구 증가를 걱정했던 것은 영국의 고전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Thomas R. Malthus)의 주장에 근거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맬서스 트랩(Malthusian Trap)'으로 알려진 그의 주장은 인구의 증가가 식량 및 후생의 공급을 앞지르게 되는데, 한 사회의 인구는 생존이 가능한 한계점까지 증가하기 때문에 인구 증가를 억제하지 않는 한 그 사회의 평균적인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이런 경고를 한 건 1789년이다. 그의 경고와는 달리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도 삶의 질은 꾸준히 개선되었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류는 1800년대와 1900년대를 지나면서 인구 증가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살았고, 각국 정부는 출생률을 낮추는 것을 주요 정책 목표로 삼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의 노력에는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1834년에 영국 정부는 인구 증가로 인한 "재난"을 피하기 위해 사회 복지 예산을 크게 삭감한다. 사회 복지를 강화할 경우 가난한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갖게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후 미국에서는 프레데릭 오스본(Frederick Osborn)이라는 우생학자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인구학을 가르치면서 비슷한 주장을 한다. 그는 개신교를 믿는 백인 중산층이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믿었다. 인구의 증가 문제를 경고한 사람들이 걱정한 것은 모든 인구의 증가가 아니라, 그들이 원하지 않는 집단의 인구 증가였던 것이다.

물론 그런 주장을 내놓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런 생각을 표현했을까? 1968년에 인구 증가를 경고한 책 'The Population Bomb(인구 폭탄)'을 출간해서 스타가 된 미국의 생물학자 폴 얼릭(Paul R. Ehrlich)을 살펴보자. 그는 원래 나비를 연구하는 학자였다. 그는 나비의 군집이 살충제로 파괴되고, 기온의 변화로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인류의 인구도 비슷한 운명에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의 강의를 들은 시에라 클럽(Sierra Club,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 단체)의 회장이 그에게 인구 문제에 관한 책을 쓰라고 권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인구 폭탄'으로, 20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폴 얼릭이 나비에 관해 쓴 책과 인구에 관해 쓴 책 (이미지 출처: Amazon, Warp News)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폴 얼릭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사에 따르면 1960, 7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는 과학자가 셀레브리티(유명인)로 대접받던 시절이었다. 그는 자니 카슨(Johnny Carson)의 '투나잇쇼'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10년 후면 인구가 10억 명이 더 늘어나게 되고, 15년 후면 지구가 인류의 숫자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종말이 온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해서 대중의 경각심을 높였다.

기사는 그가 책의 도입부에서 하는 말에 주목한다. 폴 얼릭은 아내 앤과 함께 인도의 델리를 방문했을 때를 이야기하면서 "먼지와 연기로 가득하고 밤에도 40도가 넘는" 그 도시에서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는 장면을 묘사하며 "끔찍했다(just awful)"고 한다. 부부는 아무 데서나 먹고, 마시고, 자고, 변을 보는 인도사람들에 둘러싸여 과연 호텔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걱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도의 가난은 인구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과학 전문 기자인 찰스 만(Charles Mann)은 폴 얼릭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당시 델리는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도시였고, 인구도 300만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 당시 파리의 인구가 700만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그 도시의 가난은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주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탓일 뿐, 인구가 많아서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맬서스식 주장은 근거가 없다. 하지만 폴 얼릭은 1970년대가 되면 매년 1,000만 명이 굶어 죽을 것이고, 인구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무서운 경고를 이어갔다.

그런데 얼릭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인구 폭발을 경고할 때 등장하는 사진 속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짙은 피부색을 하고 있다. 정말로 이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지구상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까?

"인구 폭발(population explosion)"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이런 모습이 등장한다. (이미지 출처: toppr.com)

벳지 하트먼(Betsy Harmann) 교수는 빈곤이 지속되는 이유는 인구가 너무 많아서가 아니며, 그건 사람들이 쉽게 찾는 핑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환경 문제는 개선되고 있는데, 단지 사람이 많으면 환경을 해친다는 고정 관념이 아직도 지배하고 있다면서, 집단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제가 보기에 어이없는 건, 가령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인구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겁니다. 방글라데시의 농민은 지구상에서 생태학적으로 가장 올바른 농사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지구를 해치는 사람들이 누구고, 어떤 권력, 기업, 기관들인지 구분하지 않고 이들을 탓하는 건 인종주의적인 태도를 무기화하는 것입니다."

2021년 기준 1인당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들은 방글라데시 같은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출처: Our World in Data)

서구에서 걱정했던 "인구 폭발로 인한 인류의 종말"은 애초에 과학적이지 않은 주장이었을 뿐 아니라 인종주의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의 "인구 감소로 인한 인류의 종말" 주장은 어떨까?


'보수의 인구 집착 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