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나 언어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미국인들 사이에 유명한 "젤리 도넛(jelly donut) 논쟁"이라는 게 있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독일의 베를린을 방문해서 했던 연설 중에 그가 독일어로 말했던 문장, "Ich bin ein Berliner! (나는 베를린 사람입니다!)"가 과연 문법적으로 올바른 표현이냐를 두고 벌어진 오래된 논쟁이다. 핵심은 부정관사 ein이 들어가는 게 맞느냐, 빠지는 게 맞느냐다.
문법적으로 이야기하면 둘 다 맞다. Ich bin ein Berliner라고 할 때 Berliner는 '베를린 시민'이라는 명사고, Ich bin Berliner라고 말하면 Berliner는 형용사다. 이건 I am Korean과 I am a Korean의 차이와 같다. 둘 다 같은 의미이고, 표현하는 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런데 영어에서 I am Korean, I am American처럼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국적을 형용사로 사용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러운 것처럼, 독일어에서도 ein 없이 Ich bin Berliner가 더 자연스럽다고 한다. 다만 케네디는 I am a Berliner라고 강조하기 위해 굳이 ein을 넣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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