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보지 못하는 조 엔그레시아에게 전화기는 익숙한 세상이었다. 모두가 목소리만으로 존재하는 전화 속 세상에서 그는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똑같은 존재였다. 아니, 그는 남들은 모르는 전화기 작동 원리를 알고, 그걸 해킹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그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프리킹(phreaking)을 하는 다른 폰 프릭들을 만나면서 특별한 커뮤니티, 즉 해커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었다. 당시 폰 프릭들 사이에서도 엔그레시아는 전설적인 존재였다. 도구가 필요없이 입으로만 해킹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해커 다섯 명을 선정한 기사에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엔그레시아는 그 커뮤니티에 남아있을 마음이 없었다. 그는 전화기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던 3, 4살 때부터 "나는 평생 전화국에서 일할 거야 (I'm a telephone man forever)"라는 말을 노래처럼 중얼거렸다. 전화의 원리를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를 발견하면 전화 회사에서 알려서 고치게 하는 아이였으니 전화 회사에서도 환영할 만한 미래의 직원이었다. 그가 시각장애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엔그레시아는 장애 때문에 비장애인처럼 취직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전화 회사에서 일하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프리킹으로 유명해진 그는 얼마되지 않아 장거리 전화로 장난치는 일을 그만하고 (프리킹 커뮤니티에서 경찰에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진지하게 전화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전화 회사에서만 일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상관없었어요. 앞을 보지 못하니 단순한 교환원 일밖에 주지 않겠지만, 그거라도 상관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