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루비오의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마이크 리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라며, 1977년 지미 카터가 운하를 파나마에 넘겨주기로 하면서 체결한 조약에 들어 있는 '중립성(neutrality)' 조항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는 이를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고 있다"라고 했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 청문회장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 정부가 통제한다.

리 상원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파나마 운하로 들어가는 항구와 운하에서 나오는 항구를 중국 기업이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 사실이다. 두 항구는 홍콩의 허치슨 포트 홀딩스라는 기업이 관리하는데, 이 기업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홍콩의 부호 리카싱(李嘉誠)이 세운 회사다. 하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의 기업은 법적으로 중국 정부의 명령을 따르게 되어 있다. 리는 루비오에게 그 사실이 운하 자체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지 물었다.

루비오는 국무장관 후보답게 외교적으로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해 답변을 시작했다. 그는 파나마 정부가 미국에 우호적이고 협조적이기 때문에 그런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파나마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루비오는 2017년에 파나마에 가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미 그 문제가 지적되었고, 2024년에는 미국 남부사령부의 총지휘관인 로라 리처드슨(Laura J. Richardson) 장군이 의회에 나와서 중국이 통제하는 두 항구는 평시에는 상업용이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을 때 선박의 운항을 통제하는 조임목(choke point)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시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증언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트럼프의 주장이—과장되기는 했어도—농담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의회에서 증언하는 로라 리처드슨 장군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인 마이크 리는 중국의 세력 확장 노력에 관해 질문하면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을 향한 공격도 살짝 곁들인다. "바이든 정부는 세계 각국에 원조를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에 반하는 미국의 어젠다를 강요했다"라며, 임신중지권과 성소수자 문제를 예로 든 것이다. 즉, 미국 내에서도 그런 문제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는데, 그런 민주당의 주장을 원조를 조건으로 해외에 수출했다는 프레이밍(framing)이다.

리 의원은 문화적 변화를 조건으로 하는 미국의 해외 원조는 중국과의 해외 영향력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실질적인 이유와 그런 인권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입장을 한 데 묶어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마르코 루비오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다르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민주당 정부 시절 미국 대사관은 서울에서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를 적극 지지하며 부스를 만들고, 대사도 직접 참여했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마르코 루비오는 그 질문에 중국이 그동안 사용해 온 방식을 설명하는 것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가서 "스타디움을 짓는 데 500만 달러, 1,000만 달러를 지원할 테니, 그 조건으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해달라"고 제안하고, 지도자들에게 뒷돈을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중국이 제공하는 융자는 개발도상국이 결코 갚을 수 없는 액수인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애초에 선진국들이 그 나라에 투자하지 않은 것이고, 중국은 말하자면 고리의 제2금융권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중국에 돈을 갚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은 국제 문제에서 중국의 말을 들어야 한다. 루비오는 이게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제로 파나마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2016~2017년에 중국이 파나마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파나마가 도미니카 공화국을 비롯한 주변 나라들을 설득해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던 정책을 뒤집게 했다는 것이다.

루비오는 이어서 잠재적으로 그린란드와 관련된 이슈를 이야기했다. 중국 기업들이 세계 각국에 가서 리튬 광산을 비롯한 희토류 장기 채굴권을 사고 있다는 거다. 그는 이런 계약을 중국이 아르헨티나와 같은 미국의 우방과 맺고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2017~2019년 그린란드에서도 벌어진 일이다. 그린란드의 공항은 프로펠러 비행기만 착륙이 가능할 만큼 작은데, 덴마크 정부는 공항을 확장하는 프로젝트에 예산을 배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린란드는 중국과 만나 수도 누크(Nuuk)의 공항을 확장하고, 두 개의 공항을 추가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추진하려 했다.

중국으로서는 그린란드의 공항 건설이 북극해로 진출하는 좋은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린란드에 묻힌 희토류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린란드가 중국과 계약을 맺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이 개입해서 막았고, 결국 덴마크 정부가 공항 확장 비용을 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있는 공항
이미지 출처: Defense News

루비오는 세 번째로 중국군의 위협을 이야기했다. 중국은 미국의 앞바다라고 할 수 있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쿠바에 쿠바군와 중국군이 함께 사용하는 연합 기지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그는 미국 본토에서 15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중국군이 주둔하는 상황을 경고했다. 쿠바와 가까운 곳에 미국 남부 사령부는 물론이고, 케네디 우주센터, 미국 우주군 본부가 있기 때문에 그런 곳에 중국이 진출하는 상황을 인식해야 하는 거다.

그는 다행히 미국이 많은 중남미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보다 나은 조건으로 해외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그걸 얼마나 수용하느냐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고립주의(isolationism)를 바탕한 외교를 주장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전략적 해외 원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추방을 무자비하게 실시하는 과정에서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크게 뉴스가 된 것처럼, 트럼프는 미국에서 추방하는 이민자들의 수용을 거부하는 콜롬비아에 50% 관세 부과를 위협해서 몇 시간 만에 콜롬비아 정부의 굴복을 받아 냈다.

백악관은 이런 콜롬비아의 굴복을 두고 “미국이 다시 존중받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지만, 과연 그럴까? 브라질의 외무장관은 미국에 불법 체류한 자국민을 마치 범죄자처럼 수갑 채워 추방하는 미국 정부에 분노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미 미국과 2018년에 합의해서 불법 체류하는 브라질인들을 데려오고 있는데 이렇게 불필요하게 비인간적이고, 치욕스러운 방식으로 브라질 사람들을 취급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라질뿐 아니라 중남미에는 좌파 진보 성향의 정부를 가진 나라들이 많은데, 트럼프가 이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이유는 물론 미국 유권자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트럼프'라는 모습을 보여 주려는 국내용이다.

죄수처럼 포승줄에 묶여 미군 군용기에 오르는 불법 체류자들 
이미지 출처: MercoPress

마이크 리 상원의원과의 문답 말미에 루비오는 대답을 빌어 미국 외교의 작동 방식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처럼 미국도 외국과의 조약은 대통령이 체결하지만, 의회의 2/3가 이를 비준해야만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루비오는 그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외국과의 모든 조약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주권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과 맺은 조약이 미국의 미래 행동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그렇게 주권의 일부를 포기한 결과로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는 것에 비해 얻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부가 그런 비용과 이득의 계산을 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회의 2/3가 이를 비준해야 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 루비오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트럼프는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행정명령을 마구 쏟아내고 있고, 이민자 강제 추방이 바로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이런 트럼프의 행동이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트럼프의 국내 정치가 국외에서 미국의 이익과 상충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마르코 루비오가 풀어야 할 난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