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를 듣다 ②
• 댓글 2개 보기산퀜틴에서는 교도소 안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산퀜틴 뉴스(San Quentin News)'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다. 한 시간에 25센트를 받는 일이었다. 그 무렵 캘리포니아 교정국에서는 한 업체를 지정해 재소자들에게 MP3 플레이어를 판매할 수 있게 허용했다. 기기 가격은 100달러, 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카드 10달러였고, 한 곡당 1달러 75센트를 받았다. 나는 고민 끝에 가족에게 하나를 사달라고 부탁하기로 하고 사촌인 록산에게 전화했다. 내 부탁을 들은 록산은 도대체 왜 테일러 스위프트에 환장한 거냐고 물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새로운 앨범 "Lover(연인)"을 발표한 2019년쯤 나는 스위프트의 곡은 거의 모두 갖고 있었다. 교도소에 있는 누군가 메모리 카드를 불법으로 반입된 휴대폰에 사용한 게 드러나면서 MP3 플레이어가 금지되었지만, 다행히 나는 그 일이 있기 전에 샀기 때문에 압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산퀜틴에 알고 지내던 한 친구가 CD와 카세트테이프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완벽한 오디오를 갖고 있었다. 그 친구가 가석방된다는 소문이 돌자, 재소자들이 그걸 서로 받으려고 경쟁을 벌였다. 그는 내가 그 기기의 가치를 잘 이해할 사람임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그는 그걸 고맙게 생각했는지, 떠나면서 그 오디오를 내게 선물로 주었다. 거기에 더해 나는 그걸 교도소에 정식 소유물로 등록까지 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MP3 플레이어는 카세트테이프를 넣는 자리에 쏙 들어갔고, 나는 음악을 들으며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옆방에 있는 라스타라는 친구는 교도소에서 마리화나 조달책이었기 때문에 항상 다른 재소자들이 찾아와 피우며 떠들었고, 나는 스위프트의 노래를 더 크게 틀었다. 라스타는 내가 테일러 스위프트를 듣는다고 놀렸지만, 그를 찾아온 재소자들은 스위프트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함께 부른 "Bad Blood(나쁜 피)"를 좋아했다. 그들은 "저 노래 진짜 죽이지. 저런 노래가 테일러 스위프트한테서 나올 줄 누가 알았냐?"고 했다.
'Lover'가 나온 지 7개월이 지나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고, 캘리포니아 교정국은 내가 일하던 산퀜틴 뉴스를 비롯한 모든 교도소 내 프로그램을 중지시켰다. 외부 자원봉사자들은 물론, 면회도 금지되었다. 하지만 다른 교도소에서 감염된 재소자를 이감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교도소에도 들어와 퍼지게 되었다. 2020년 6월 말이 되자 교도소 내 수백 명이 감염되었고, 나도 그중에 포함되었다. 나는 내 물건을 모두 들고 격리실로 옮겼다.
그곳에서 심한 몸살로 떨며 땀을 흘렸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2주를 보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접했던 유일한 사람은 온몸을 보호장구(PPE)로 둘러싼 채 들어와 활력징후를 체크하던 간호사와–병에 걸리지 않은–극소수의 교도관들이 전부였다. 이들이 때때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지역 뉴스를 통해 우리 교도소에서 몇 명이 죽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방 안에서 갑자기 숨을 쉴 수 없게 되며 혼자 죽는 걸까?' 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곡 중에서 가장 희망적인 것들만 골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들으며 그녀의 목소리에서 행복감을 찾았다.
감방에 혼자 있다 보면 나 자신을 직면하는 걸 피할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몸과 정신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나는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누구일까? 내일 내가 죽는다면?
나는 사랑하는 그 사람과 2년 넘게 연락이 끊어진 채 지냈다. 그녀가 내게 자기를 아껴주는 사람을 만났고, 그와 관계를 시작하려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을 바꿔, 그녀가 잘 지내고 있는지 묻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내가 편지를 보낸 지 일주일 만에 그녀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교도소를 오가는 우편물은 처리가 아주 느리기 때문에 그녀가 답장을 썼다면 일주일 만에 왔을 리 없었다. 알고 보니 내가 편지를 쓰던 시점에 그녀도 내 생각을 하며 동시에 편지를 쓴 것이었다. 그녀는 편지에서 "팬데믹으로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머물다 보니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어"라면서, "내가 어디를 가도 당신을 내 마음속에 데리고 다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편지를 읽으면서 스위프트의 노래 "Daylight(햇빛)"가 떠올랐다. "I don’t wanna think of anything else now that I thought of you(널 생각하니 다른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
그녀는 그 남자와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팬데믹 락다운 동안 형편없는 식사를 하면서도 나는 좁은 감방 안에서 팔굽혀펴기를 했고, 런지와 스쿼트, 플랭크를 했다. 내가 수감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2020년,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며 재소자가 연속으로 20년을 교도소에서 보냈고, 나이가 50세를 넘긴 경우 가석방의 대상이 된다. 나는 올해 53세이고, 20년이 되는 2024년에 내게도 첫 가석방의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Daylight' 노래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I’ve been sleeping so long in a twenty-year dark night / And now I see daylight(지난 20년 동안 어두운 밤을 보내며 긴 잠을 잤어 / 이제 나는 햇빛을 봐)”
요즘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녀에게 전화한다. 교도관들은 툭하면 교도소 전체에 공중전화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리고, 전화선의 문제로 불가능할 때도 있기 때문에 나는 전화를 할 때마다 그게 나의 마지막 통화가 될 수 있다는 자세로 한다. 때로는 그녀가 내 전화를 기다렸다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는 나와 통화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20년 전에 사라진 유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게 혼란스럽게 느껴진단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하는 재소자들 옆에서 벽에 기댄 채 전화하는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내가 유령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얼마 전, 통화 중에 그녀는 내게 "이렇게 전화를 오래 하다 보니 우리가 옛날보다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가 얼마나 변했는지 이야기했다. 그녀는 "나를 보면 내가 예전처럼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 나는 그때의 나와 같은 사람이 아냐"라고 했다.
2022년 10월, 나는 교도소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아침 토크쇼인 '굿모닝 아메리카' 방송 시간에 맞춰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가진 TV에는 스피커가 없어서 붐박스의 외부 단자에 연결해서 소리를 들어야 한다. 방송에서 갑자기 귀에 익은 목소리가 처음 듣는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It’s me, hi / I’m the problem, it’s me(안녕, 나야 / 나야, 너의 문제).” 진행자들은 들뜬 목소리로 스위프트의 새 앨범 "Midnights(깊은 밤)"이 나왔다는 발표를 했고, 거기에 포함된 곡 "Anti-Hero(안티히어로)" 뮤직비디오의 일부를 보여줬다. 스위프트는 커다란 몸을 하고 등장해서 또 다른 버전의 자신과 말싸움을 벌인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또 내 얘기를 노래로 만들었군.'
재소자들에게 MP3 파일을 공급하는 회사는 항상 신곡 배포에 느리다. 뉴스에서 새 앨범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은 후로 몇 주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된 자원봉사자 하나와 마주치게 되었다. 나와 교도소 구내를 천천히 걷던 그는 주위에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더니 'Midnight' CD를 재빨리 내 손에 쥐어주면서 생일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의 따뜻한 마음에 나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나는 CD에서 비닐 포장을 뜯어내고 내 붐박스 CD 플레이어에서 먼지를 닦아 낸 다음 음악을 틀었다. 앨범에 들어있는 책자를 읽는 동안 "Lavender Haze(라벤더 안개)"가 흘러나왔다. "What keeps you up at night?(무슨 생각을 하며 잠을 못 이루니?)” 스위프트가 노래 속에서 묻는다.
지난 20년 동안 나는 쉽게 잠에 빠지지 못했다. 나는 종종 침대에 누워 내가 범행 현장에서 체포되던 날을 떠올린다. 이웃 주민이 경찰에 전화해서 총소리를 들었다고 신고한 것이다. 나는 내가 죽인 남자의 가족들이 법정에 나와 울며 나를 바라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살인 이상의 죄를 지었다. 나는 내 부모와 사랑하는 사람도 팽개쳤다. 이런 과거를 고칠 방법은 없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제 33살이다. 내가 체포되던 때의 나이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스위프트의 음악을 들었다면 얼마나 깊이 새길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나야, 너의 문제"라는 가사를 들었다면 그때의 나는 알아들었을까? 내 문제와 비교하면 스위프트의 문제는 하찮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노래에서 나 자신을 본다. "I’ll stare directly at the sun, but never in the mirror(나는 태양을 똑바로 바라보겠지만, 거울은 절대 안 봐)”라는 스위프트의 가사를 들으면서 나는 교도소에서 방에 붙여준 작은 플라스틱 거울을 떠올린다. 바깥세상을 사는 동안 나는 내가 가진 일그러진 내러티브 속에서 나 자신을 안티히어로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를 똑바로 보고 싶으냐고 스스로 묻는다.
'Karma(카르마)"라는 노래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렇게 말한다. "Ask me what I learned from all those years / Ask me what Iearned from all those tears(지난 세월 동안 내가 뭘 배웠는지 내게 물어봐 / 그 많은 눈물을 흘리며 내가 뭘 배웠는지 내게 물어봐)." 이제 몇 달 후면 캘리포니아의 가석방 심사위원회가 내게 그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뭘 배웠을까? 나는 교도소에서 보낸 20년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앞으로 남은 몇 달 동안 이 질문을 생각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나는 'Midnights' 앨범을 들을 거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내가 햇빛 아래에서 교도소를 나서는 날, 담장 밖에서 나를 만날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그녀는 내게 "교도소를 나온 첫날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 질문을 생각해도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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