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확인해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는 폰에 찍힌 사진을 찾는 게 가장 빠르다) 정확하게 3년 전 이맘때 일이다. 내게 이런저런 전시와 공연 정보를 전해주던 친구가 누군가와 함께 가려고 예매해 둔 좋은 공연이 있는데, 같이 가기로 했던 사람이 급한 사정이 생겨 표가 한 장 남았다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내가 원래 그런 땜빵이 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 "당연히"라고 대답했다. 판소리 공연이라고 하는 바람에 약간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평소 내게 이런 정보를 전해주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신뢰하는 친구라서 믿고 가기로 했다.

나는 '이자람'이라는 예술인이 어떤 사람인지 공연장 입구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많은 공연들이 그렇겠지만 이태원에 있는 크고 화려한 그 공연장 입구에는 정말 열성팬들이 모인 듯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유명한 분이냐는 나의 무식한 소리에 친구는 "어휴, 내가 이 표를 얼마나 어렵게 구했는지 형이 알아야 하는데.."라며 혀를 찼다.

분명히 '소리꾼'의 공연인데 무대는 록 콘서트 같았고, 무대에 나온 이자람은 홍대 주변 인디밴드 리드싱어 같은 분위기였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에 급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