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이스라엘은 이란의 주요 군사시설을 파괴하고 요인들을 암살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두 나라와 미국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본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공습의 규모와 준비 수준은 예상보다 훨씬 크고 치밀했다.

국제 정세, 특히 중동 문제에 관해서 항상 균형 잡힌 설명을 들려주는 국립외교원의 인남식 교수는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군사적, 외교적, 그리고 국내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적으로는 이란의 핵 개발이 임박했고, 외교적으로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핵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만약 이 협상이 결실을 볼 경우 이란은 경제를 회복하고 힘을 키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스라엘 내에서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것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분은 인남식 교수의 글을 꼭 읽어 보시기 바란다. 김지윤 박사의 인기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 문제를 쉽게 설명하는데, 특히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간략한 역사와 함께 소개하기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양국 관계에 관한 배경지식을 업데이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왜 지금? 이스라엘, 전면전 무릅쓰고 이란 공격한 3가지 이유
왜 지금 이스라엘, 전면전 무릅쓰고 이란 공격한 3가지 이유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최종 목표는 정권 교체

인남식, 김지윤 두 사람도 언급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번에 시작한 공격의 최종 목표는 이란의 정권 교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동안 이스라엘에서 해온 이야기와 이번 공격을 보면 그런 의도가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네타냐후 총리를 근래 들어 이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란 국민에게 하는 메시지를 꼭 넣곤 했는데, 금요일 공격 직후에 발표한 담화문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상대는 이란의 정권이지, 이란의 국민이 아닙니다"라고 강조하고, "(이란의) 하메네이 정권이 이스라엘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이란 국민 여러분입니다.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라는 말을 넣어서 정부를 싫어하는 이란인들에게 직접 호소했다.

이란이 "언젠가는 해방될 것"이라고 말하는 네타냐후의 의도는 국민과 정부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 정권이 반대하는 국민의 요구에 권력을 내놓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얼마나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테헤란의 빌딩

첫 공격(6월 13일) 때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과 군 사령부, 미사일 기지와 함께 이란 군부의 최고위급 인사들을 사살했다. 이런 종류의 정밀 타격은 하루이틀 안에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이란 내에 침입한 모사드의 스파이와 이란 내 협력자들을 통해 장군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군 장성들을 사살한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이란의 반격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지휘부가 사라지면 철저한 대응이 쉽지 않다.

더 중요한 건, 이스라엘이 이란 내의 누구든지 제거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을 통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트럼프는 조금 전 나온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아직은' 최고 지도자를 죽일 생각이 없다"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는 얘기를 한 것이고, 그런 이스라엘의 능력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한다고 정권이 교체되느냐일 것이다. 2015년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한 웬디 셔먼(Wendy Sherman)이 말한 것처럼, 장군이 죽으면 다음 사람을 승진시키면 된다. 마찬가지로 하메네이가 죽으면 같은 이슬람 세력 내에서 후임자가 등장할 것이다.

이란 지도자를 "아직은" 죽일 계획이 없다고 위협하는 트럼프의 트윗 Truth Social

후임자가 하메네이보다 서구에 더 협조적일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훨씬 더 비협조적이 타협을 거부하는 인물이 들어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스라엘도, 미국도 그걸 안다.

'전쟁은 시작하기보다 끝내기가 훨씬 더 힘들다'는 말은 냉전 시대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거의 모든 전쟁에 적용된다. 베트남 전쟁이 그랬고, 20세기 러시아와 21세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그랬고, 근래 들어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가자를 침공한 이스라엘이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이란 문제 전문가는 네타냐후가 미국을 끌어들여 이란의 '이슬람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출구 전략이 없이 전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고 지도자를 죽인다고, 혹은 정권을 무너뜨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미국이 잘 알고 있다. 조지 W. 부시는 2003년 '이라크 해방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을 벌여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본격적인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흔히 IS라고 불리는 테러단체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는 오래도록 중동 지역을 불안에 빠트렸고, 이라크에는 아직도 변변한 민주 정부가 들어서지 못했다.

2015년 푸틴과 만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미국이 얻은 교훈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전에 그걸 대체할 만큼 통치 능력을 갖춘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4년, 시리아의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정부를 장악한 반군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불안하게 생각하면서도 대화를 이어가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서구 질서에 반대하는 독재자보다 더 위험한 것은 넓은 지역이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꺼린다. 그가 권위주의 정부를 지향하고, 독재자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지만, 전통적인 독재자와 다른 유일한 한 가지가 있다면 전쟁을 극도로 회피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가 협상을 잘한다는 (근거가 부족한) 자신감도 작용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MAGA 세력이 미국의 고립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메네이 정권이 무력으로 무너질 경우 권력의 공백이 발생하면서 중동의 정세가 지금보다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고,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 해결에 뛰어들어야 한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참고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지금처럼 폭격과 미사일을 주고받는 것 이상으로 확전하기는 힘들다. 두 나라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처럼 접경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군대는 작전 범위와 해외 전개 능력을 기준으로 크게 4개로 분류된다. 첫째는 원정 능력이 있는 군대(Expeditionary Militaries)로, 국경 너머에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나라의 군대다. 미국이 여기에 해당하고, 영국, 프랑스가 일부 능력을 갖고 있고, 중국이 이런 군대를 가지려고 몸집을 키우고 있다. 둘째는 지역 강국형 군대(Regional Power Militaries). 주변 지역에서 군사작전이 가능하지만, 해외 파병을 할 자원이 없는 군대다. 러시아, 인도, 브라질, 이스라엘, 이란, 터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국토방위형 군대(Territorial Defense Militaries)로, 한국, 일본, 독일, 폴란드처럼 군사력이 강해도 영토 방어에 특화된 나라들이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정·정권 유지형 군대(Internal Security / Paramilitary Militaries)로 시리아, 리비아,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전쟁 수행보다는 치안과 반군 진압, 정권 보호가 군대 보유의 목적인 나라가 갖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군사 강국으로 분류되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는 한 전면전에 필수적인 육군을 보낼 능력이 없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거리 

이란의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면, 그보다 작은 목표는 가능할까?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 관련 시설을 폭격하고, 핵심 인력인 과학자들을 죽였다. 그렇다면 이란의 핵무장 능력은 사라지는 걸까? 이것도 쉽지 않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없애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는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를 사용해 이란의 나탄즈에 있는 원시분리기를 망가뜨렸고, 2010~12년에는 핵 과학자들을 암살했고, 2021년에도 폭탄 설치와 드론을 사용해 개발 시설 파괴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지연시켰을 뿐 제거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시도가 이어지자, 이란은 핵시설을 이스라엘의 미사일이 파괴하지 못하도록 땅속 깊은 벙커에 숨겼다.

이를 파괴할 무기는 미국만이 갖고 있다. "벙커 버스터"라고 불리는 GBU-57 폭탄으로, 워낙 강력한 첨단무기라서 최대 우방국인 이스라엘에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건네준다고 해도 이스라엘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13.6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무게 때문에, 현재로서 이 폭탄은 미국이 보유한 B-2 스텔스 폭격기만 투하할 수 있다.

미국의 B-2 폭격기와 GBU-57 "벙커 버스터" 폭탄

이스라엘은 파괴해야 할 이란 핵시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무기가 없기 때문에 못 하고, 트럼프는 공격할 능력은 있지만, B-2 폭격기를 이란에 보내는 것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보수 팟캐스트로 유명한 벤 샤피로(Ben Shapiro)는 유대계 미국인으로, 평소 이스라엘에 호의적인 정치평론가임에도,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해결하게 놔두라며 미국의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MAGA 세력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것이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정권 교체도, 핵무장 능력 완전 제거도 불가능한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