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 운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진 불만 중 하나는 그 운동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 즐겨 보던 TV 프로그램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는 거다. 가령 배우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가 그런 배우다. 넷플릭스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로 연기의 절정에 도달했을 때 과거에 성폭행과 성적 괴롭힘을 했던 일이 드러나는 바람에 지난 5~6년 동안 헐리우드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Woody Allen)의 영화를 좋아했는데, 그의 사생활과 관련된 많은 기사를 접한 후에는 그의 영화를 보지 못한다.
엡스틴과 관련한 소문의 유죄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우디 앨런의 영화는 예전처럼 즐기기 어려워졌다. 쇼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실체가 없는 '이미지' 혹은 환상을 파는 산업이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훼손되는 순간, 즐기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팬들이 그런 사건에 연루된 배우, 제작자에게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 내가 즐기던 콘텐츠가 사라졌다는, 아주 이기적인 수준의 불만이더라도 그렇다.
최근에는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과 가까웠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우디 앨런은 엡스틴과의 관계에 대해 ‘범죄와는 무관한 개인적 친분’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해 왔다. 사실 엡스틴 문건에 등장하는 많은 유명인들이 비슷한 주장을 한다. 엡스틴이 워낙 유명인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모든 지인들이 미성년자 성매매범인 건 아니겠지만, 그들 중에는 혐의를 받을 만한 증거가 있는 사람도 있고, 엡스틴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를 받은 후에도 가깝게 지낸 사람들이 있다. 상대가 그런 범죄자임을 알고도 친하게 지낼 수 있고, 그를 옹호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작품성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싫어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유명했던 그의 과거 작품들을 다르게 보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