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히게 될 범죄 ②
• 댓글 2개 보기가자 지구에서 많은 아이들이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고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혹시 그곳에 갔던 미국 의사들이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취재진은 의사들이 준 정보를 미국 국무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그중에는 전쟁 범죄를 전문으로 다루는 대사(Ambassador at Large for Global Criminal Justice)도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가 조사해야 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럼 이스라엘군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취재진은 미국 의사들의 보고서를 이스라엘군에 보여줬다. 그들은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군(IDF)은 미성년자를 겨냥하지 않고,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리고 "보안상의 이유로 작전과 관련해서는 자세하게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물론 이 답변은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은 아이들이 계속해서 나오는지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 교전규칙에 따라 총을 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스라엘 병사를 만나 봐야 했다. 취재진은 가자 지구에 투입되었던 30대 이스라엘 남성을 만날 수 있었다. 병역을 마친 후 현재는 예비역으로,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불이익을 두려워한 그는 자기 이름을 드러내지 말고, 그냥 "M"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M에 따르면 작전에 투입된 부대의 임무는 다양하지만, 그가 속했던 부대는 하마스가 숨겨둔 무기와 터널을 찾아내는 일을 담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작전 중에 팔레스타인 사람을 보면 교전(engage)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는 부대의 맨 앞에서 기관총을 담당했기 때문에 교전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했다.

M이 복부했던 중대는 가자 지구 북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펄머터와 시드와가 환자를 돌본 (남부에 위치한) 가자 유럽 병원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가자 지구에는 남북을 연결하는 '인도주의 통로(humanitarian road)'라는 게 있다. 피난민이 이용하는 이 도로에서의 교전규칙은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사격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주의 통로가 아닌 지역에서는 어떨까?
이스라엘군은 인도주의 통로가 아닌 곳은 모두 출입 금지 지역으로 만들었다. 아무도 남아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곳에도 피난을 떠나지 않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여전히 거주 중이다. M이 받은 지시는 이렇다. 군복무가 가능한 나이의 남성을 보면 무기 소지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사격한다. 하마스 부대원들은 총을 휴대하지 않고 이집 저집 숨겨 두고 있다가, 필요하면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총을 꺼내 이스라엘 병사들을 쏜다는 게 그 이유다. 사실상 성인 남성을 보면 무조건 사살하는 게 원칙이었다.
문제는 여자와 아이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비전투 절차'에 따라 체포하거나, 체포를 시도해야 한다는 게 그가 받은 지시였다. 당장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여자와 아이들은 쏘지 말고 체포해야 했다. 여기에서 '위협이 된다'는 게 어떤 상황인지를 잘 보여주는 게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저격수가 여자와 아이가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장면이다. (유튜브에서 허용한 장면이지만 끔찍할 수 있다.)
한 번은 M의 부대가 길에서 14~15세 정도 되어 보이는 십 대 두 명을 맞닥뜨렸다. 이스라엘 병사들을 본 아이들은 달아나기 시작했고, M의 부대는 험비(군용차량)와 탱크로 그들을 추격했다. 아이들은 한 건물로 들어가 숨었고, 병사들은 그 아이들에게 건물 밖으로 나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듣지 않았고, M의 부대원들은 그 아이들이 이스라엘 병사들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미끼라고 판단하고 탱크로 포격을 가해 건물을 무너뜨렸다. 아이들을 죽여버린 거다. 그게 M이 속한 부대에서 아이들을 사살한 유일한 사례였다.
M에 따르면 이런 현장에서의 교전규칙은 부대마다 다르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미군과 달라서 각자 알아서 판단하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결국 그 부대의 지휘관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로 결정되는 셈이죠. 저희 중대장은 키부츠(이스라엘 농업 공동체) 출신이었는데, 민간인 공격에 좀 더 조심하는 경향이 있었고, 가급적 문제가 될 일을 피하자는 쪽이었어요."
하지만 말 그대로 '하드코어'라고 불릴 만한 부대들도 있었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거해서 살고 있는 우익 성향의 정착민(이들에 관해서는 '극우의 이스라엘 장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출신은 훨씬 더 적극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한다. 하루는 M과 같은 대대에 속한 다른 중대의 중대장이 M이 있던 관측소에 들러 M의 망원경을 빌려 전방을 살피다가 가자 주민 가족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을 봤다. 그런데 그들 옆에 있던 이스라엘의 병사들이 가족에게 물을 주는 장면을 목격했단다. 그 중대장은 무전기로 그 병사들에게 "뭐 하는 거냐? 너희들 거기서 물장사 할 거야?"라고 소리쳤다. 그러고는 군용 불도저를 호출해서 근처에 있는 나무들을 모조리 밀어버리게 했다. M은 그 중대장에게 무슨 작전이나 보안상의 이유로 그러는 거냐고 물었단다.
중대장의 대답은 "아니, 그냥 쟤들이 살 수 없게 만드는 거야"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게 호전적인 중대장이 지휘하는 부대가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만나면 어떻게 할지 짐작할 수 있다. M은 그렇게 하는 부대를 직접 목격한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기의 견해일 뿐이지만, 펄머터와 시드와가 본 아이들은 이스라엘 병사들이 고의로 쐈을 거라고 했다.
"그들이 고의로 그런다는 게 충격적이지는 않아요. 이스라엘 병사들은 그런 상황에서 쉽게 무감각(desensitized)해지고, 증오가 빠르게 쌓입니다. 그걸 정당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저는 그들의 멘탈리티를 이해합니다. 처음에는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쏜다는 게 끔찍하게 느껴져요. '우리가 이런 짓을 하다니...'하고 말이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감각해집니다. 동료를 몇 명 잃고 나면,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하냐?' 하는 생각이 들고, '내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앞에 보이는 민간인이 하마스일 거라는 데 제 목숨을 걸 생각은 없지만, 그들의 목숨을 걸 수는 있다는 거죠. 미국 의사들이 가자 지구에서 본 아이들요? 아마 병사들은 '저 나이면 전투를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하고 위험을 감수하느니 쏘기로 했을 거예요."
기자는 그 말을 듣고 M에게 미국 의사들이 목격한 아이들 중에는 18개월짜리 아이도 있었다고 했다. M은 그렇다면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다고 대답했다. "교전 중에 실수로 아이에게 총알이 날아갔을 수는 있죠.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몸에 총상이 하나 밖에 없(는데 아이가 머리에 맞았)다면 그럴 가능성도 없습니다."
기자는 다른 가능성이 있는지 물었다. 병사들이 혼란스러운 교전 중에 어린아이를 구분하지 못했을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M과 또 다른 병사—이 병사는 가자 지구에 투입되지는 않았지만, 저격수를 도와 표적을 구분하는 임무를 수행했다—는 아이와 어른을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했다. 18개월짜리 아이는 물론이고, 초등학생 나이의 아이들은 쉽게 구분된다는 거다.

그럼 하마스가 아이들을 교전 중에 인간 방패로 사용했거나, 이스라엘을 비난하기 위해 아이들을 죽이는 위장작전(false flag operation)을 했을 가능성은? M은 하마스가 그런 짓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요즘 이스라엘 사람들은 10년 전에 들었으면 깜짝 놀랐을 말을 쉽게 합니다. 제 친구의 아버지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기가 모사드(이스라엘 첩보국)에서 일했는데, 가자 지구에서 4살이 넘으면 죄가 없다(innocent)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가자 지구에 살면 모두 하마스래요. 이런 건 예전만 해도 아주 극단적인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아기만 아니면 하마스 지지자라는 게 이스라엘 사람들의 요즘 생각입니다."
미국에서 무기 수출 대상국을 심사하는 한 관료에 따르면 이런 일이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상황은 아주 달랐을 거라고 했다. 몇 년 전, 미국의 하원 외교 위원회 소속 의원 하나가 멕시코 해병대 소속의 한 부대가 민간인을 납치하고 죽인다는 보고서를 접한 후 미국은 그 문제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2년 이상 멕시코에 무기 수출을 막았다. 결국 멕시코 정부는 해당 부대들에 미국의 무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다르게 행동한다. 지난해 10월, 시드와는 뉴욕타임즈에 이 문제를 고발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일상적으로 보는 칼럼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어떻게 죽었는지를 설명하는 미국 의사들의 증언과 총에 맞은 아이들의 엑스레이 사진까지 들어간, 탐사 보도 수준의 칼럼이었다. (아래에서 기사를 볼 수 있지만, 등장한 이미지는 끔찍할 수 있다.)
의사들은 이 정도의 고발이면, 그것도 뉴욕타임즈에 실린 글이면 백악관에서 연락이 올 줄 알았다. "바이든 행정부에 상식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최소한 놀라는 시늉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전혀 몰랐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재검토하겠다'는 말이라도 할 줄 알았죠."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펄머터나 시드와를 만나주지도 않았고, 조사도 없었다. 아니, 가자에서 아이들을 쏘지 말라는, 형식에 불과한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바이든에 이어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이스라엘에 120억 달러(약 17조 원)의 무기 수출을 승인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한 179억 달러의 군사 지원과는 별도의 계약이었다. 이 전쟁으로 현재까지 6만 5천 명이 사망했고, 그중 1만 5천 명 이상이 아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라도 제대로 조사될까? 이 이야기를 소개하는 기자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혐의들 대부분은 법정에 가져가기 힘들기 때문에 전쟁 범죄 수사관들은 베트남전 때 미군이 벌인 미라이 학살이나, 보스니아 내전 중에 일어난 스레브레니차 학살처럼 그 전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범죄 행위, 명확한 폭력 사례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스라엘 병사들은 가자 지구에서 아무런 법적, 도덕적 책임도 지지 않고 계속해서 아이들을 쏠 것이다. 그 아이들의 부모와 아이들의 죽음을 목격한 의료진 외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결국 묻히게 될 이 범죄 행위는 이스라엘 정부가 원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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