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에 기반한 자유주의는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부여한다. 각 개인은 자신만의 가치와 선택을 스스로 정의(결정)해야 한다. '플랜드페런트후드 대 케이시 사건'(임신중지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의 판결문에서 앤서니 대법관이 했던 말에 따르면, 각 개인은 "존재, 의미, 우주, 그리고 인간 생명의 신비에 대한 자기만의 개념"을 직접 찾아야 하게 되었다. 당신이 아리스토텔레스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그 결과 우리 중 대부분은 도덕적 진공상태에 머무르게 되고, 삶의 의미가 불분명한 세상에서 자기 외부에 존재하는 그 어떤 도덕적 지평과도 분리된 채 살아가게 된다.

자율성에 기반한 자유주의는 사람들을 지난 수 세기 동안 그들을 형성해 온 모든 힘(forces), 모든 세월과 단절시킨다. 자율성에 기반한 자유주의는 사람들을 홀로 남겨둔다. 개인이 가진 주권을 강조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유대가 약화된다. 자율성에 기반한 자유주의는 심지어 진보주의자들로 하여금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현대 영국의 보수주의를 대표했던 영국 총리)가 했던 말–"사회라는 건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society)"–을 실천하게 유도한다. 약 200년 전,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아래와 같이 경고했다.

(이런 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조상을 잊게 할 뿐 아니라, 자기 후손들에 대한 견해조차 흐릿하게 만들고, 동시대 사람들로부터도 고립하게 만든다. 각 개인은 영원히 혼자서 살게 던져지며, 마음속 고독 안에 갇히게 될 위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