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이는 갤로웨이 ②
• 댓글 2개 보기스캇 갤로웨이가 첫인상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건 그가 테크 업계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그리고 섹스 상대를 구하지 못하는 젊은 남성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구제불능의) 백인 남성 베이비부머이면서도 여성의 권리와 일부 경제 정책에 관련해 꽤 진보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자신이 운 좋게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것이 지금의 풍족한 삶을 만들어 주었다는 말을 종종 한다. 캘리포니아의 주민들이 낸 세금 덕택에 저렴한 돈으로 훌륭한 주립대(갤로웨이는 학부는 UCLA, 경영대학원은 UC Berkeley를 나왔다)를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성공 비결은 자신의 어머니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어릴 때 아버지와 이혼한 후 여성이 변변한 커리어를 쌓기 힘들던 시절에 비서 일을 하면서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야말로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말한다.
갤로웨이가 이런저런 인터뷰와 팟캐스트에서 이야기한 가족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아버지는 대공황 시절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자라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으로 (그래서 자신의 알코올 문제는 유전이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가뜩이나 돈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나마 스캇이 9살 때 이혼하는 바람에 어머니와 살게 된 그는 어릴 때부터 가난이 자기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과 동생을 키우던 어머니는 자신이 17살이던 어느 날, 실수로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래의 1분 길이의 영상은 그가 팟캐스트에서 공화당이 추진하는 임신 중지 전면 금지에 반대하면서 미국에 가족계획(family planning)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는 대목이다.
나 같은 청취자들이 갤로웨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때가 이 때다.
"제가 성공한 것은 가족계획 제도가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서 한 번 쓴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얘기를 해도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창피하게 생각하시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어머니는 47세에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그 사실을 제게 이야기하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목소리가 떨리면서 잠시 말을 멈춘다.)
생각해보세요. (어머니가 아이를 낳게 되면) 17살짜리 아들인 저는 집안의 경제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제가 그래야 했다면 제 인생이 바뀌었을 겁니다. (다시 목소리가 떨리며 말을 멈춘다.) 남자들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건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일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가족계획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고 (임신 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 그 덕분에 저는 대학교에 갈 수 있었고, 대학교에 갈 수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세울 수 있었고, 그 회사는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가 가족계획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가 아이들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시 울먹이며 말을 잇는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 사랑이 넘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원한다면 가족계획 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가정을 생각한다면서 임신 중지를 막는 사람들은) 완전히 잘못 판단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갤로웨이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가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아버지가 이혼한 아내와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준 것 같지는 않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내 아버지는 나쁜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내 어머니가 (나의 인생에) 투자한 것과 같은 투자를 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는 황혼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저축해둔 선의(goodwill)를 갖고 있지 않다. 어쩌면 내가 그다지 관대하지 못한 아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내 아버지도 한 가지 이뤄낸 건 있다. 인류는 진화하고 번성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다음 세대가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한 마디로 말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리고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내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보다는 나은 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때렸다. 내 아버지는 내 여동생에게 더 나은 아버지였고 (솔직히 말하면 내 여동생은 나보다 낫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 거다), 나이가 드신 후에는 나를 대하는 태도도 나아졌다. 우리 아버지가 했던 노력과 하지 않았던 노력은 여전히 나와 내 동생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식들에게 더 나은 부모가 되도록 노력하게 만든다.
위의 글은 행간의 의미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단어를 선택해서 쓰고 있지만 아버지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숨기거나 그가 한 실수를 덮어주지도 않는다. (가령 "the efforts he made and didn’t make" 같은 표현이 그렇다.)
그런 그가 아버지에 대한 원망, 혹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세상의 아버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은 최근 방송된 피봇 팟캐스트에 등장한다. 갤로웨이는 이 방송에서 현재 조지아주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 중인 전직 미식축구 선수 허셜 워커(Herschel Walker)에 대해 평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허셜 워커는 공화당 후보로 상원의원이 되려 하고 있고, 미국 남부의 바이블 벨트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답게 보수 기독교인들이 좋아하는 정책, 특히 임신 중지 반대를 앞세우고 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임신 중지를 허용해서는 안되고 아이를 키우기 싫은 부모는 낳아서 입양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선거운동을 하던 중 과거 그와 사귀었던 여성이 언론에 나와서 자신이 데이트 중에 임신하자 워커가 임신 중지 수술을 받으라며 돈을 줬다는 증언을 했고, 심지어는 아이를 낳아 기른 여성들도 있었다. 하지만 워커는 그런 엄마들에게 법원이 명령했을 때만 간신히 양육비를 주었고, 아이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찾아가 아이와 엄마를 죽이겠다고 위협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워커는 결국 자신이 그렇게 낳은 자식들이 네 명이 있음을 인정했다. 워커는 현재 민주당 후보인 라파엘 워녹과 팽팽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캇 갤로웨이는 이런 허셜 워커의 아버지 자격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들을 수 있다. 아래에 번역한 부분은 1:05:50 지점):
(미국에서) 남자아이는 집안에 남자 롤 모델이 없을 경우 감옥에 갈 확률이 2배가 됩니다. 미국에는 한부모(single parent) 가정이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그중 85~90%가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입니다. 왜냐하면 부부가 갈라설 때 아이들과 남아서 힘든 일을 하게 되는 사람은 엄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부모 가정을 이야기하면 거의 예외 없이 엄마가 가장입니다.
저는 남성성(masculinity)이란 무엇인가 많이 생각해보는데요, 제 생각에 남성성의 최고의 표현은 자신의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행동이고, 남자라고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기준(basic manhood)은 자신의 자식들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겁니다.
허셜 워커는 자식들이 있지만 없는 척했고, 그 아이들의 삶에 없었습니다. 미국에는 돈이 없어도, 그리고 부부관계가 아무리 끔찍해도 아이들의 삶에 남아있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을 혼자 기르는 어머니들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허셜 워커 같은 갑부가 자식들의 양육에 관여하는 않는다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이렇게 말해보죠. 공화당 지지자들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겪기 전까지는 임신 중지가 나쁘다고 말합니다. 그게 그들이 주장하는 겁니다. 그래서 (공화당 후보가 된) 워커가 어쩔 수 없이 그 주장을 자신의 공약으로 삼은 거라고 믿어주기로 합시다.
하지만 남자라면 자신의 자식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Men do not abandon their children). 이건 남자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이 대목에서 갤로웨이의 목소리가 떨린다.) 허셜 워커는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갖고 있습니까. 돈은 시간입니다. 돈이 있다는 건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이 있으면 시간을 낼 수 있고 옵션이 생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커는 자기 아이들의 삶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이는 그 아이들의 삶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이는 엄청난 실패입니다.
남자가 된다는 게 바로 이런 겁니다. 인생의 모든 부분에서 실패했어도 자신의 아이들을 보살핀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남자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시 목소리가 떨린다.)
결론을 대신해 스캇 갤로웨이가 작년에 한 트윗에서 소개한 글을 링크한다. 그는 "내 어머니 리브랜딩 하기"라는 제목의 이 글을 소개하면서 아래와 같이 인용했다:
"당신의 어머니가 직장을 잃는 순간 깨닫는 게 있다. 당신을 지금의 당신으로 만들기 위해 어머니가 쏟았던 긴 세월의 노력들,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이가 토한 것을 닦아내고, 존재론적 위기를 통과하는 걸 도와주고, 광란의 파티를 마치면 집으로 데려오고 했던 것들은 이력서에 적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썼지만 갤로웨이가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직장을 잃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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