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이는 갤로웨이 ①
• 댓글 2개 보기스캇 갤로웨이(Scott Galloway)는 테크 업계의 분석에 탁월한 인물이다. 뉴욕 대학교(NYU)의 스턴(Stern)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한국의 기업인들 중에 이 비즈니스 스쿨을 다닌 사람들이 제법 많아서 그의 수업을 직접 들은 사람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인물이고, 단순히 대학교의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성장시켜 팔아본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현재도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많은 기업의 사외이사로 있기 때문에 업계의 동향을 제일선에서 파악해서 들려준다. (그가 쓰는 책들은 한국에도 빨리 번역되어 업계에서 널리 읽힌다.)
하지만 비슷한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갤로웨이가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가 가진 엄청난 쇼맨십과 통찰력이다. 우선 그의 쇼맨십은 아래 영상을 보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거다. 웃통을 벗고 나와서 몸 자랑을 하면서도 입만 열면 자신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다며 '셀프디스'를 하는 50대 후반의 교수가 몇이나 될까?
그러니 미디어는 갤로웨이를 아주 좋아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하지 않는 요란을 떠는 것만으로 유명한 건 아니다. 그는 가장 진부한 얘기를 하는 순간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법을 안다. 아래 영상의 제일 앞부분을 한 번 보자. 올해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한 키노트 연설에서 갤로웨이는 자신의 주특기인 업계 동향 예측을 하는데 (갤로웨이의 업계 예측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 듣는다) 나오자마자 하는 첫인사를 들어 보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2700초이고 보여줄 슬라이드는 149장인데, 아침을 안 먹고 나왔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섰으니 "어쩌면 이 자리에서 토하고 기절할 수 있다"라고 하는 말을 하는데 무대에서 눈을 떼고 자기 폰을 들여다볼 청중이 있을까?
그럼 그의 통찰력은 어떨까? 나는 통찰력이나 인사이트(insight) 같은 말을 남발하는 걸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사람이지만 갤로웨이가 종종 내놓는 예측은 그게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이건 통찰력이다'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최근에 그가 CNN에 등장한 장면을 보자. 앵커인 제이크 태퍼는 이 영상의 말미(5:16)에서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의 계정을 다시 살려서 활동하게 허락할 것인지 묻는다.
스캇 갤로웨이의 대답은 갤로웨이만 할 수 있는 답이었다:
그는 "저는 머스크가 트럼프가 트위터에 돌아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거라 봅니다"라며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들었다. 첫째, 머스크가 심각한 자아도취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뉴스의 관심을 더 많이 끌어모으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둘째로는 콘텐츠 관리(moderation, 플랫폼이 사용자 룰을 정하고 이에 벗어나는 포스트를 지우거나 가리고 필요할 경우 계정을 정지하는 등의 관리)야 말로 소셜미디어가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게 그가 보여주는 통찰력이고, 내가 오터레터에서 갤로웨이를 종종 인용하는 이유다.
갤로웨이에 따르면 극우세력이 '검열(censorship)'이라고 부르는 콘텐츠 관리의 정도는 그 플랫폼의 사업적 성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사용자들의 발언을 전혀 관리하지 않아 극우, 인종주의 발언과 음모론이 난무하는 포챈(4chan)이나, 팔러(Parler), 게터(Gettr)의 경우 사업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참담한 상황이다. 그에 반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어려워도 소비자와 광고주를 끌어들이고 있는 이유는 콘텐츠 관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돈으로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든 트위터를 흑자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트위터를 자유방임의 무법지대로 놔둘 수 없다는 것. 물론 그의 이런 예측은 틀릴 수 있지만 맞는 경우가 많고, 틀려도 업계를 해석하는 눈을 뜨게 해 준다.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다른 인기 팟캐스트의 "분석"과 비교해보라.)
특히 갤로웨이는 일론 머스크에 대해 가장 지독한 비판을 하는 사람 중 하나이고, 그걸 잘 아는 머스크가 싫어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싸움은 농담과 진담을 오가는, 업계에 잘 알려진 볼거리이기도 하다. 그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소송을 걸었을 때 "결국에는 살 수밖에 없다"는 단호한 견해를 내놓았고 그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았다. 이런 역사가 길기 때문에 머스크는 갤로웨이를 두고 트위터에서 "도저히 참아주기 힘든 멍청이(insufferable numbskull)"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내용은 그의 업계 분석과는 전혀 무관한 얘기다.
울먹이는 갤로웨이
스캇 갤로웨이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단점이 있다. 아주 전형적인 베이비부머(Babyboomer) 세대로서 꼰대적인 마인드를 장착하고 있어서 젊은 세대,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행동방식에 항상 딴지를 건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밀레니얼 남성들이 일론 머스크의 팬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가 이들로부터 어떤 공격을 받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다른 꼰대와 다른 건 자신이 꼰대임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숨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반론이 수긍할 만할 경우 곧바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최고의 테크 저널리스트 카라 스위셔(Kara Swisher)와 진행하는 팟캐스트인 피봇(Pivot)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비슷한 세대이지만 레즈비언인 스위셔는 갤로웨이의 분석에 감탄하면서도 꼰대 기질이 나올 때는 가차 없이 지적하고, 특히 베이비부머 남성 특유의 자아 충만에 근거해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를 할 때는 구체적인 숫자와 정보를 제공해서 그의 풍선을 터뜨린다. 하지만 스캇 갤로웨이가 말솜씨가 뛰어나고 장난기 넘치는 알파 남성(alpha male)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런 갤로웨이가 절대로 농담을 하지 않는 주제가 있다. 농담만 안 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할 때마다 감정에 북받쳐 울먹거리는 주제가 딱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부모 이야기다. 공공장소에서 울거나 감정을 섞어 말하는 것을 거의 금기시하는 미국 문화에서 그것도 남성이, 그것도 갤로웨이 같은 알파 남성이 울먹거리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갤로웨이는 말하는 도중에 부모와 관련한 이야기만 나오면 예외 없이 감정적으로 변한다.
사실 그런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려고 위의 긴 도입부를 쓴 거다.
울먹이는 갤로웨이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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